[이건희칼럼] 아파트 실거주 최우선 조건은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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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지하철 / 사진=이미지투데이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 대중교통 편의성으로 인기


“어떤 아파트를 원하세요?”란 질문에 어떤 조건을 얘기하더라도 해당 아파트를 자신의 경제력으로 구입할 수 없다면 수많은 조건들은 의미가 없다. 원하는 조건이 많을수록 가격은 높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인중개업소는 매물 문의가 들어오면 가용 가능한 예산의 크기를 우선적으로 물어본다.

“당신의 집 우리가 구해드립니다”란 주제로 방영되는 MBC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에서도 의뢰인의 자금력을 우선적으로 명시하고 그 범위 안에서 원하는 조건에 근접한 집을 찾아준다.



주택 구매 절대적 제약조건 ‘금액’


주택을 구하는 것은 여러 제약조건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목적함수를 최적화시키는 문제다. 여기서 절대적인 제약조건은 금액이다. 그 외에 사람에 따라 가정에 따라 다양한 조건들이 제시된다. 각자의 입장과 성향이 다르기에 대중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조건이라도 나의 삶의 방식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집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이 주거하는 장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미래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우선적인 조건으로 하고 싶을 때 대다수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투자가치가 높은 것이 뻔히 보인다면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선반영돼 그만큼 가격도 이미 높아져 있다. 미래 가치가 과도하게 선반영돼 있다면 향후 시장 대비 초과수익은 얻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 아파트들은 경제 상황에 따라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흔들릴 때 우선적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재건축에 대한 정책 변화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데도 재건축 아파트가 먼 훗날 신축 아파트로 바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과도하게 선반영해 가격이 높게 책정됐을 경우에는 시장 전체의 변동성 영향을 크게 받곤 한다.



주택의 실거주 조건 중 주택 비중 높아


주택의 여러 조건 중에서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실거주 측면에서 중요한 ‘교통’이다. 약 30년 전인 1992년 삼성종합건설이 소비자들이 아파트 선택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에 대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출퇴근의 편리성’(25.3%)을 꼽았다. 그다음으로 ‘주변환경’(14.3%), ‘가격조건’(11.0%), ‘분양회사의 지명도’(8.3%), ‘학교 및 교육시설’(6.7%), ‘단지규모’, ‘내부구조와 시설’ 등 순으로 응답했다.

2005년에 한국주택신문이 한국표준협회컨설팅에 의뢰해 전국아파트 입주자 1684명을 대상으로 ‘전국 아파트 입주자 주거만족도’(HCSI)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교통편리성’(29.4%)이 다른 요인들보다 뚜렷하게 응답률이 높았다.

일본 도쿄 시내 /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다음으로 ‘주택가격이 저렴해서’(11.2%), ‘새집에 살고 싶어서’(9.4%), ‘투자가치’(9.0%) 순서였다. ‘교통편리성’(29.4%)은 세분화하면, ‘직장이 가까워서‘(19.1%), ’교통편리‘(8%), ’통학용‘(2.3%)으로 나뉘었다. 즉 교통편리성을 원하는 배경은 직장 출퇴근과 자녀 학교 통학을 염두에 둔 것이다.

2013년에 부동산114(r114.com)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택 예비수요자(20대 이상 성인남녀)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분양받을 때 선호요인을 설문 조사한 것에서도 ‘교통’(37.5%)이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 1위로 꼽혔다.

그다음 ‘단지규모’(15.7%), ‘입지’(13.1%), ‘입주연도’(12.0%), ‘평면구조’(9.7%), ‘조망권’(6.4%), ‘브랜드’(5.6%) 순서였다. 그 전년도 설문조사는 ‘교통’(42.5%), ‘입주연도’(17.1%), ‘평면구조’(8.0%), ‘조망권’(3.4%) 순서였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기관에서는 “아파트 선택 기준이 ‘가치상승’에서 ‘삶의 질’로 옮겨가는 추세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에 나온 보고서 ‘50+세대와 청년세대의 주거의식 및 요구 비교’(박은선 외, 서울특별시 50플러스 재단)가 수록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선택한 주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2개 선택하는 복수 응답에서 50플러스 세대(만 50세~65세)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교통편리성’(49.8%)이었다.

청년 세대(25~39세)에서도 ‘교통편리성’(63.5%)이 가장 많은 응답률을 나타냈는데 나이든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이 선택했다. 청년층에서 직장 출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고 일상생활의 행동반경이 더 넓어서다. 두번째로 많이 선택한 것은 ‘알맞은 주거비용’으로 50플러스 세대(30.6%), 청년 세대(31.1%)가 비슷한 응답률을 나타냈다. 생활비 문제는 모든 세대에서 비슷하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욕, 런던, 도쿄, 파리 교통 편의성 높아


이와 같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거주할 집의 조건으로 교통의 편리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뉴욕에서 맨해튼 집값이 비싼 이유에 대중교통수단이 가장 발달돼 있고 전철노선이 거미줄처럼 지난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런던, 도쿄, 파리 등 다 마찬가지다. 배우 윤정희씨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부부는 파리 지하철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 자가용 없이 산다. 인구밀도 높은 지역이 지하철 채산성이 좋게 나오는 반면 인구밀도 낮은 지역은 아무래도 경제성 문제로 지하철을 건설하기에 불리하다.

프랑스 파리 전경 / 사진=이미지투데이
교통이 좋은 곳에서는 평소 일하러 다니는 것 이외에도 사람과의 교제, 취미 생활, 아이들 통학 등 여러 목적으로 가족이 다니는데 시간이 적게 들어 생활이 효율적이 된다.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선도적으로 오르는 이유가 복합적이지만 그중에 교통의 편리성도 상당히 작용한다.

강남에 가장 많은 직장들이 몰려있고,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업체들이 많이 있어서 강남에 살면 유망 직장에 출퇴근이 매우 편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 따른 아파트 가격 차별화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철과 같은 편의성 높은 대중교통수단을 소외지역 및 외곽지역까지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SOC사업 중에서 지하철 건설사업은 대중교통수단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민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더블역세권, 트리플역세권 아파트 수요 증가


요즘은 맞벌이 부부 시대가 되어 출퇴근하는 사람이 가정에서 부부 중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퇴근의 편리함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아이를 양육하면서 맞벌이를 할 때에는 출퇴근 시간이 적게 걸리고 출퇴근에 시달리는 것이 적어야 아이 양육과 돈 버는 일을 병행하기 좀 더 용이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더블역세권, 트리플역세권 아파트가 늘 수요가 많아 부동산 하락기에도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가 부부 두 사람이 각자 전철을 통해 웬만한 지역에 출퇴근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과거 철도시대에는 두개의 철도 노선이 만나면서 환승 할 수 있는 곳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각광받다가 철도시대가 저물면서 쇠퇴했다. 땅속으로 가는 전철은 지상의 교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시간 지키며 갈 수 있어서 사양화되는 일 없이 계속 최고의 대중교통수단 위치를 유지해갈 것이다.

역세권에서 떨어진 곳에 대단지로 새 아파트가 지어지면 새 아파트 선호현상으로 인해 인근 역세권의 낡은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있다. 하지만 5년 정도 지나면 역세권 낡은 아파트 시세가 더 앞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처럼 교통의 편리성은 궁극적으로는 주택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집은 사람이 주거하는 곳이므로 주거가치가 좋으면 수요가 많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 상승에 유리해져 결국은 주거가치가 투자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청약시장에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 나타낸 단지의 공통점은 흔히 우수한 교통환경이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건희 재태크칼럼니스트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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