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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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의사’ 안재원 클린데이터 대표. /사진=박흥순 기자
최근 박사방,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장의사’가 주목을 받는다. 디지털 장의사는 의뢰인의 온라인 흔적을 삭제하는 일을 수행한다.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해외와 국내가 다르다. 해외의 디지털 장의사는 사망을 앞둔 사람 또는 사망한 사람의 유족에게 의뢰를 받아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지우는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살아있는 사람이 본인과 관련된 온라인 데이터 관리를 의뢰한다. 안재원 클린데이터 대표는 “해외와 국내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차이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명칭보다 ‘인터넷 평판관리사’라는 명칭이 더 어울린다”고 본인 생각을 밝혔다.

안 대표는 개인 PC에 저장된 데이터 복구 업체를 약 10년간 운영하다가 디지털 장의사라는 일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에 업로드된 글을 삭제해 달라는 의뢰가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직종 전환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 있으면 해외게시글도 삭제 가능


디지털 장의사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매년 ‘미래 유망직종’으로 선정되는 직업이다. 안 대표에게 이 점을 묻자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언론에 소개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 시장이 개척된 지 4~5년 됐습니다”라며 “시장초기 업체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지금 상당히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새로 뛰어들기에 썩 좋은 시장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안 대표에게 본격적으로 업무에 대해 물었다. 자신이 업로드한 글은 삭제버튼만 누르면 지울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이 업로드한 글은 어떻게 삭제할 수 있으며 자신과 관련된 모든 글을 지울 수 있을까.

그는 “보통 타인이 올린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의뢰가 더 많은 편이죠. 하지만 무조건 해당 글이 싫다고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 삭제 가능하죠”라며 “삭제 절차는 해당 규정에서 정해진 대로 진행됩니다. 그 규정을 파악하고 삭제요청을 하는 것이 디지털 장의사의 일”이라고 말했다.

업무비결이라 할 수 있는 삭제 과정에 대해서도 물었다. 안 대표는 잠시 머뭇하더니 “삭제 대상이 되는 게시물 정보와 위임장을 의뢰인으로부터 전달받습니다. 이후 전달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포털과 각종 사이트에서 관련 게시물을 검색해 대상을 찾아내고 서식에 맞게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입니다. 해킹 등의 불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고 답했다.

게시글 삭제에 필요한 가격은 얼마며 완전 삭제까지 이뤄지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안 대표는 업체별, 의뢰인별, 건수별로 차이가 있다는 답을 내놨다. 

안 대표가 의뢰인과 통화하는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이 부분은 확정적으로 답하기는 다소 난해합니다. 어떤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일단 저희 업체 기준으로 국내 포털, 블로그 게시글 삭제 같은 경우에는 건당 5만원입니다. 소요시간은 빠르면 하루 안에도 가능해요”라며 “국내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해외의 경우 소요시간이 국내보다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해외는 해외법을 따라야 하거든요. 빠른 경우에는 2~4일 만에 처리도 가능하지만 길 경우 몇주가 걸리기도 해요. 비용도 국내보다 비싸고요.”



다크웹·딥웹…  찾기도 지우기도 어려워


안 대표는 인터넷에 업로드된 게시물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해외와 국내 상관없이 삭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 ‘손정우 웰컴투비디오 사건’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다크웹과 딥웹의 게시글도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다크웹과 딥웹의 경우 문제가 다릅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접속하기 어려운 환경일뿐더러 구조도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인터넷과 다르기 때문에 문제의 동영상이 유포되더라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의뢰도 오지 않았고요”라며 “만약 운 좋게 삭제 대상 게시물을 찾아도 문제입니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대부분 범죄자일 확률이 높죠. 삭제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적다고 봐야 합니다. 게시글은 당연히 지워지지 않을 확률이 높겠죠.”라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꼈던 의뢰에 대해 물었다. 안 대표는 “어떤 의뢰든 해결됐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답했다. 우문현답. 그는 웃으며 “그중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사생활 동영상이 유포됐다는 의뢰가 틀린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입니다. 의뢰자에게 ‘영상이 유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통보할 때 보람을 느껴요. 의뢰자가 안도할 때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죠”라고 말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각도 덩달아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 ‘흥신소’ 같은 역할도 수행하면서 부정적인 여론도 서서히 많아지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예전에는 믿고 의뢰를 하는 분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미심쩍어하는 분이 많아요. 디지털 장의사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라며 “팁을 하나 드리자면 ‘무조건 된다’는 업체는 피하세요. 믿기 어려운 곳입니다. 대부분의 업체가 의뢰를 받을 경우 사실 관계와 삭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데 삭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상당해요. 이 점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곳이 믿을 수 있는 곳입니다”라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4호(2020년 5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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