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잘 나가나했더니…" LG화학-SK이노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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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먹거리로 일컬어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성장이 눈부시다. 지난해까지 일본과 중국에 밀려 힘쓰지 못하던 한국 전기차 배터리는 1년 만에 전세를 완전히 뒤집고 선두로 치고 나왔다. 다만 국내 기업 간 ‘자중지란’이 일어나며 앞으로 나갈 타이밍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머니S’는 미래 경제동력 전기차 배터리를 두고 한·중·일 3국이 펼치는 경쟁과 전기차배터리의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커버스토리 - '40조 전기차 배터리시장' 움켜진 한국(2)] 인력유출 공방… 합의점 못찾나?



코로나19로 국면 전환, 국가경쟁력 확보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제조업 지형도가 흔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매시장 둔화와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부품산업의 위축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장 접근성을 기반으로 중국에 편중되던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탈중국화’ 움직임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난 5월5일 공개한 ‘제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제조업체의 에비타(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가 전년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한 영업 환경을 반영해 올 2분기 제조업 매출과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

국내 제조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신사업을 위한 글로벌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화업계는 정유·화학에서 배터리로 산업 비중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빅3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전기차와 2차 전지 산업을 돌파구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급감한 전기차 수요가 회복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등 주요 거점지역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600억달러(19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업체 간 소송이 뜻밖의 변수로 부상했다. 지난 4월18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ITC의 최종 판결이 올 10월로 예정됨에 따라 미국 배터리시장 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입지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ITC 재검토, 변수될까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도 선도업체로 불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법정 다툼을 통해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다툼의 발단은 2차 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다. 지난해 4월부터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업 진출을 위해 자사 인력을 스카우트했고 그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빼 오도록 지시했음을 주장했다. 총 65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소장에는 인력채용과 기술유출 유도 과정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LG화학은 지난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도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도 맞불 작전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소송이 중지된 델라웨어주 법원과 달리 ITC는 절차에 따라 해당 소송 건을 진행했다. 올 2월14일 ITC는 소송 과정에서 증거 훼손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ITC의 경우 예비판결이 최종판결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LG화학의 승리가 점쳐지는 듯했다.

지난해 ‘EV 트렌드 코리아 2019’에 전시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팩 / 사진=뉴스1 DB
조기패소 판결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은 3월 초 판결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ITC가 4월18일 SK이노베이션의 검토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ITC는 공중보건·복지와 미국경제의 경쟁 조건, 미국 소비자 등과 관련한 공익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고 양측에 관련 서면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일각에선 ITC의 예비결정 재검토가 최종 판결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의제기에 따른 통상절차인 데다 2010~2018년 재검토를 진행한 모든 건에서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돼서다.

양측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ITC 입장을 존중하며 LG화학과의 협상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LG화학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업계 영향은


양측의 소송전은 배터리업계를 둘러싼 산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던졌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으로 단기적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양사 간 소송에 따라 관련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대두됐다.

그나마 코로나19 여파가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란 평가다. 가동을 중단했던 공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면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단기간 내 회복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27.9%) 파나소닉(24.1%) 등 중국과 일본기업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선두를 내준 LG화학(10.5%) 삼성SDI(3.6%) SK이노베이션(1.7%) 등 국내 기업들에겐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이자 기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SNE리서치는 LG화학이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27.1%에 달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공급처 다변화와 사업규모 확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배터리업계에선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한 만큼 관련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7억2700만달러(8887억원)의 출자를 결의하는 등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규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지만 오는 10월 ITC 최종결정에서 패소할 경우 사업확장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2차전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국면에서 국내 굴지의 기업끼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좋지 않은 모습”이라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시너지 효과를 유도해야 하며 양측이 특허 공유 등의 합의점을 찾아 화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4호(2020년 5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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