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22] 이태원클럽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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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럽과 블랙수면방으로 코로나19 공포가 다시 번지고 있다. 진원지는 ‘용인66번 확진자’. 그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태원클럽 3곳(킹클럽 퀸 트렁크)과 주점을 누비고 다녔다. 마스크도 끼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4월24일부터 5월6일까지 이태원클럽을 방문하신 분은 외출을 자제하고 증상유무와 관계없이 1339나 보건소로 상담바랍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0일 확진자 4명 발생(전원 이태원클럽 관련), 이태원클럽, 블랙수면방 방문자 검체검사 필수. 확진자 동선 홈페이지 참조”(강남구청).

“이태원클럽 관련 확진자 1명 추가발생, 동선확인. 최근 클럽이용자 선별진료소 검진요망(검진 시 신변보호)”(광진구청)

“서초 39번 확진자 및 타지역 확진자(3명) 서초구 동선 홈페이지 공개”(서초구청)…

석가탄신일 노동절 어린이날 연휴가 끝나고 처음 맞은 일요일인 10일. 핸드폰이 쉬지 않고 울었다. ‘이태원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자발적 검진과 자가 격리를 당부하는 문자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혹시나’와 ‘난 괜찮아’가 부른 참사


이태원클럽과 블랙수면방으로 코로나19 공포가 다시 번지고 있다. 진원지는 ‘용인66번 확진자’. 그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태원클럽 3곳(킹클럽 퀸 트렁크)과 주점을 누비고 다녔다. 마스크도 끼지 않았다. 그와 비슷한 시간에 이곳에 다녀간 사람들 가운데 벌써 102명(5월12일 낮 12시 기준)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황금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사람이 5517명(서울시가 명단을 확보한 사람) 가운데 3112명은 연락조차 되지 않아 2차 3차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31번 확진자로부터 불거진 ‘신천지 공포’가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다.

나를 시험하려 하지 마라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새벽부터 왼 종일 핸드폰 울었다

알코올에 흐느적거리는 몸뚱이는
바이러스가 무지 좋아하는 무대
사람들 벌벌 떠는 숙주 덩어리다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는 말도
때와 장소와 품격이 있는 것

과거는 현재의 원인 미래는 현재의 볼모다
설마 설마 하던 희망고개에
이태원클럽 블랙수면방이 던진 돌멩이
코로나19 재확산 불결 일으켰다

다시 전쟁이다
못된 미꾸라지, 선산 지키는 소나무 대신
학교 가려는 동심 밟고 고춧가루 뿌렸다. <이태원클럽> /자작시



개미구멍 하나와 굴뚝 틈 불똥이 재앙의 근원


이태원클럽과 용인66번 확진자의 파장은 컸다. 감염자가 한자릿수로 줄어들고 국내감염이 없는 날이 나오면서 지난 6일 생활방역으로 전환됐다. 두달 이상 미뤄졌던 학교 등교도 13일, 고3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하기로 돼 있었다. 조를 짜서 재택근무에 나섰던 기업들의 출근도 정상화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개학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내고 있다. 막판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모든 어려운 일은 쉬운 일에서 생기고 큰일은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는 노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비자는 노자의 이 말을 들어 “천장 높이 둑도 개미구멍으로 말미암아 무너지고 백자짜리 큰 집도 굴뚝 틈의 불똥으로 인해 타 버린다”고 경계했다. “치수의 명인 백규(白圭)는 둑을 순검(巡檢)할 때 자그마한 개미구멍을 틀어막았고, 집안의 노인들은 불을 조심하여 굴뚝의 틈을 흙으로 발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규가 있을 때는 수재(水災)가 없고,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화재(火災)가 없었다.

일이 잘 풀릴 때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은 전설적인 명의(名醫)인 편작(扁鵲)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제환공이 병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고 진단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아프기 시작하자 고칠 수 없다고 몸을 숨겼다. “병이 피부에 있으면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다. 혈맥에 있을 때에는 침자(鍼刺)나 폄법(砭法)으로 병이 장과 위에 있을 때에는 약주(藥酒)로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병이 골수(骨髓)에까지 들어가 버리면 설령 목숨을 관장하는 귀신이라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하며 몸을 숨겼고 제환공은 죽었다.

편작은 환공이 예방을 제대로 못해 죽은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6가지 불치병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교만해 도리를 논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셋째 의식(衣食)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한 것이다. 넷째 음과 양을 문란하게 하여 오장(五臟)의 기가 안정되지 못한 것이다. 다섯째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여섯째 무당의 말을 믿고 의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여섯가지 불치병 중 하나라도 있다면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다.



성적과 함께 공동체 중요성 가르쳐야


이태원클럽과 용인66번 확진자는 예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병을 키웠다는 점에서 방역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신천지에서 집단적으로 발병한 이후 클럽에서의 대규모 감염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강력한 예방조치는 없었다. 용인66 확진자가 나온 뒤에야 부랴부랴 클럽 등의 영업정지 명령 등을 내렸지만 이미 제방은 무너지기 시작한 뒤였다.

이태원클럽 문제는 공동체보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극단적인 이기심이 젊은층에 팽배해 있다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20~30대들은 코로나19 감염은 “어느 정도 운”이라서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 자체를 막을 수 없다”(20대 53.9%, 30대 62.4%)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를 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운명론적 믿음이 클럽 등 다중이용시설을 더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자신의 건강에 치명적으로 해롭지 않다는 ‘낙관적 편향’도 작용한다.

하지만 20~30대의 감염은 그들만의 건강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에게 전염될 경우 치명적이다. 그들이 오고 간 동선에 있는 상점 회사가 일시적으로 폐업된다. 선의의 시민들은 감염위험에 불안해한다.

젊은이들이 ‘나만 괜찮다’는 이기심에 빠져 공동체 불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있어야 내가 있고 공동체가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는 공동체 윤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까지도 성적을 최우선으로 삼고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현실이다. ‘클럽에 가서 즐기는 것은 나의 권리인데 너희들이 왜 왈가불가 하느냐’는 비뚤어진 이기심에 가득한 젊은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야 하는가.

☞ 본 기사는 <머니S> 제645호(2020년 5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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