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묵은 단통법, 21대 국회서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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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단통법 시행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진=뉴스1
소비자로부터 ‘악법’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6년 만에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이통3사, 유통점이 참여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상반기 중 단통법 개정 방향을 결정하고 6월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단통법 개선에 돌입한다.

지난 2월 방통위는 “단통법에 대한 개선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해 협의회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 협의회에서 도출된 내용을 토대로 21대 국회에서 단통법 개선 방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단통법은 이름 그대로 단말기 유통과정에서 시장 혼탁을 막고 소비자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2014년 10월 시행돼 올해 6년 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단통법은 그 취지와 다르게 이동통신사의 경쟁을 막고 소비자 편익을 저해해 시장활성화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이동통신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자 정부가 시장활성화를 위해 단통법 개정 논의에 돌입했다. 현재 방통위는 단통법 개정을 위한 현장 점검도 마친 상황이다.

단통법은 시행 이후 제도가 조금씩 개선됐다. 2017년 10월에는 공시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됐고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약정할인도 20%에서 25%로 올랐다. 현재 남은 규제는 지원금 공시제와 공시지원금과 유통점 추가 지원금을 벗어나 과도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이용자 차별 금지 규제 정도다.

하지만 불법보조금과 관련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이통사가 대리점에 리베이트 형식으로 제공하는 장려금을 막을 방법도 없고 규제당국의 제지방안도 과징금에 그쳐 매년 같은 이유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단통법, 이번엔 바뀐다


정부가 단통법 개정에 착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어떤 방향으로 개선될지 결정된 바는 없다. 방통위 측은 “단통법 개정 논의를 위한 회의를 개최 중인 것은 사실이나 정확한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결정된 사항도 없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는 방향보다 제도 일부를 보완하는 방향이 협의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협의회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분리공시제 ▲판매장려금 공개 ▲대리점 추가지원금(15%) 상향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가운데 단말기 완전 자급제와 분리공시제는 단통법 개선 소식이 들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이다. 완전 자급제는 현재 TV와 방송서비스처럼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이원화하는 제도로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담당하고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통사가 맡는 방식이다.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도입 초기 지원금을 통한 시장 확대를 위해 이 제도를 택하지 않았다.

완전 자급제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가 한곳에서 판매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유통점에서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격하게 반대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완전자급제는 소형판매점을 정리하기 위한 대기업의 악의적인 작업”이라며 “현 정부의 핵심과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 보호 방침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분리공시제는 휴대폰 단말기를 판매할 때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지원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제도다. 현재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지원금 출처를 공개해서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는 방안이다. 

 협의회에서 논의될 판매장려금 공개는 이통사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판매장려금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가입자를 유치한 대리점 또는 유통점에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가입자 한명을 유치할 때마다 수십만원이 판매장려금 목적으로 대리점에 지급되며 단말기 유통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페이백’의 주범으로 변질된다. 정부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려금 제도 자체를 손봐야 단통법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판매장려금 공개를 두고 이통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판매장려금을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추가지원금 상향안은 일선 유통망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추가지원금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공시지원금과 약정할인을 지급하는 것과 별도로 대리점에서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경기 안양시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지원금이 인상되면 장사를 해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진다”며 “이동통신사 직영 대리점에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대리점엔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해관계자 합의 필요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 /사진=뉴스1

방통위는 협의회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은 뒤 단통법 개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이통사와 유통점의 견해차이로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이통사, 유통망, 소비자, 정부, 제조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대체로 동의하지만 세부안에 대해서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며 “코로나19와 5G상용화 등으로 이동통신시장의 종합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단통법 개정 법안이 우후죽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협의회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뤄야 국회에서 단통법 개선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5호(2020년 5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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