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랐다”… 코로나와 싸운 서울시민의 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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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0만명의 메가시티 ‘서울’에 세계인이 주목했다. K-바이오, K-베이스볼 등 한국의 기술과 스포츠를 글로벌 반열에 올려놓은 건 역사상 세 번째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세계 430만명 이상을 감염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유럽 등은 이동 금지령과 도시 봉쇄를 강행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료진과 시민의 노력으로 순확진자 1008명(5월13일 기준)에 치명률(사망률)은 전세계 평균인 7.0%보다 훨씬 낮은 2.4%를 기록했다. 1월20일 국내 첫 환자 발생 후 약 4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종료하고 생활방역을 실시한 한국에 각국의 러브콜이 빗발쳤다.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 45개 도시가 진행한 국제화상회의와 글로벌기업 관계자 500여명의 화상세미나에서 서울시의 방역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제안이 잇따랐다. <편집자주>

[코로나를 이기는 사람들] 박원순 서울시장 “위기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월23일 이재광 소상공인 명예시장(가운데), 이태수 민생경제자문단장과 대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 보릿고개'를 겪는 연매출 2억원 미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2개월간 70만원(총 14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사진=뉴스1

“선생님, 선생님! 질병관리본부에서 전화왔는데요. 석가탄신일에 에크모(ECMO·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 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했던 환자가 메르스 의심환자이니 빨리 격리하랍니다. 벌써 6일 동안이나 중환자실 한가운데 있었는데 어떡해요.”
외과 중환자실 모든 간호사에게 당장 N95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고 손을 더욱 자주 씻으라고 당부했다. 그것 외엔 메르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메르스에 대해 잘 알고 대처 방법을 가르쳐줄 사람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밤 10시 퇴근 시간을 넘기고 혹시 모를 연락을 기다렸지만 더 이상 아무런 소식도 전해오지 않았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중>


5년 전의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 사태는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경험과 교훈도 남겼다. 서울시가 메르스 사태의 시행착오를 경험삼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대응 원칙은 ‘신속성’과 ‘투명성’.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를 대응하는 과정에 두 가지 원칙만은 충실히 이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때도 ‘투명성이 감염병의 특효약’,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 낫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대대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신속한 검사와 동선 공개


서울시는 선별진료소의 신속한 검사-확진자 발견–역학조사–자가격리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지켰다. 김지형 서울시 신문팀장은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핵심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참여 없이 감염병을 극복하는 건 힘들다”며 “시민들이 절제와 협력, 연대와 상생을 통해 스스로 방역 주체가 돼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개개인이 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직접 마스크를 만들고 자원봉사하고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 세계의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 1월24일 국무총리 대책회의에서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에 국한하지 말고 기침과 가래도 증상에 포함시키자 ▲접촉자 자가격리를 중국 우한시 외에 후베이성 지역으로 확대하자 등의 의견을 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사례의 분류와 정의, 범위를 확대해 감염병 대응강도를 높인 중요한 제안이었다. 2011년부터 9년 동안 35~37대 서울시장을 역임한 박 시장의 과거 메르스 경험이 선제대응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시는 1월29일 이후 질병관리본부 전화 1339의 통화량이 폭주하자 120 다산콜센터 상담서비스와 외국어서비스를 병행해 민원을 분산시켰다. 같은 달 31일 박 시장은 서울시 대책회의를 열어 중국 우한 입국 외국인의 명단 공유를 요청했다. 외국인 숙소 점검도 지시했다. 민생사법경찰단의 협조를 구해 1차 역학조사 단계부터 수사적 기법을 도입했다.

2월4일 국무회의에선 유학생이 많은 대학교 개강 연기를 건의, 교육부는 이튿날 중국 유학생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2월6일부터 서울시 확진자의 동선지도를 공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같은 달 21일에는 도심 대규모 집회의 금지명령을 내리고 일부 집회 참가자를 고발조치했다. 사흘 뒤인 24일엔 시와 자치구, 투자출연기관의 시차 출퇴근제를 전면시행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이 선언된 3월에는 지방정부 중에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언, 동참을 호소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종교시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강행해 방역과 폐쇄, 신도 전수조사, 제보를 통한 추적조사, 지도부 고발, 세무조사, 법인취소 등을 시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클럽·유흥주점의 즉시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진=뉴스1



경제지원, 정보 플랫폼, 글로벌 연대


코로나19의 참상은 감염병에 걸린 확진자와 그의 가족에게만 온 것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은 소득을 상실했고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도 지속됐다. 서울시는 3월18일 긴급재난생활비 전격 시행을 발표했다. 여행사 현금지원, 50명 미만 사업체 지원, 특수고용‧프리랜서 50만원 특별지원금 등도 시행했다. 서울시가 제2회 추경을 통해 코로나 긴급지원에 사용한 돈은 총 2조8329억원이다.

박 시장은 “메르스 때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코로나 대응의 나침반이 됐고 중앙-지방간 공조체계를 가능케 했다”며 “공공의료체계를 보강해 방역체계를 선제적·능동적 모드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대응은 제2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 동안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2차 개학 연기가 실시됐다.

서울시는 신규 확진자 가운데 이태원 클럽 관련, 해외여행 경력 및 외국인 여부, 환자 접촉력 등의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5월11일 기준 서울시 확진자의 원인별 감염 경로를 보면 ▲해외 접촉 260명 ▲구로구 콜센터 98명 ▲이태원 클럽 48명 ▲구로구 교회 41명 ▲타 시‧도 확진자 접촉 28명 ▲동대문구 교회‧PC방 20명 ▲은평성모병원 14명 ▲성동구 아파트 13명 ▲대구 방문 11명 ▲종로구 10명 ▲동대문구 요양보호사 8명 ▲신천지 3명 ▲기타 133명이다.

서울시는 보다 일상적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코로나 방역 플랫폼(CAC)을 오픈했다.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해외 도시들이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시장은 “전세계의 도시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며 “국경을 넘는 협력, 더 긴밀한 연대로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이끌 세계 표준을 만들자”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5호(2020년 5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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