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사모펀드] ① '라임사태' 후폭풍… 2억원 투자했는데 4000만원 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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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꽃’ 사모펀드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강남부자 등 자산가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던 사모펀드는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 3월 말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21조8659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8345억원(4%) 줄었다. 사모펀드 수탁고는 지난해 4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몸집을 키웠지만 잇따른 사고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가 백조에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원인과 이유, 그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천덕꾸러기 사모펀드①] 자산가의 사모펀드, 신뢰도 하락에 거래 '뚝'

#라임펀드 투자자 박기준(48·가명)씨는 지난해 4월 대신증권에서 가입한 ‘라임 테티스 9호’의 투자금 2억원을 전부 날릴 위기에 처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테티스펀드 수익률이 -100%를 향하고 있어서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테티스펀드의 회수 가능금액은 1332억원으로 지난해 10월 말 기준 장부가액 대비 회수율이 45.4%로 고꾸라졌다. 더욱이 자펀드인 테티스 9호는 증권사가 라임자산운용에 빌려준 대출금을 선순위로 회수하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사실상 투자자는 원금을 전부 잃는 신세가 됐다.

박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며 “다시는 사모펀드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국내 사모펀드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현행 국내법상 49명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금융정의연대 회원들이 지난 2월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라임 사태' 신한은행 사기 혐의 조사 촉구 진정서 제출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소 가입금액 1억~3억원으로 공모펀드와 달리 자유롭게 자금을 굴릴 수 있어 자산가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불렸다. 하지만 파생결합펀드(DLF)에 라임사태의 대규모 투자 손실 논란이 커지면서 사모펀드의 판매액은 9개월째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개인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한달 전보다 8345억원 감소한 21조8659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지난해 6월 말 사상 최대치인 27조258억원을 기록한 후 9개월간 5조1599억원(19%)이 줄었다.


위험 숨기고 수익만 강조… 수수료에 혈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투자상품 환매 지연으로 접수된 분쟁 조정은 705건으로 사모펀드 규모는 2조5000억원대다. 잘 나가던 사모펀드가 분쟁조정의 장이 된 이유는 자산운용업계의 방만한 운용과 부실경영 문제가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사모운용업계 1위 라임자산운용은 횡령사건에 연루된 이종필 전 부사장이 잠적하면서 방만 경영 의혹이 커졌다. 여기에 폰지사기(돌려막기) 혐의로 자산이 동결된 미국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헤지펀드에 투자를 지속해 라임펀드 부실도 재생산했다.

사모펀드를 판매하느라 혈안이 된 은행,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행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수료 수익에 눈이 멀어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사모펀드의 수익성만 강조하는 등 투자자의 자산관리는 뒤로 밀린 것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연 1%에서 3%까지 판매 수수료를 뗀다. 여기에 6개월이나 1년 등 최종 환매 시점에 정산되는 판매보수는 연 1% 정도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라임펀드를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챙긴 금융사는 증권사 21곳과 은행 9곳(특수은행 5곳 포함) 등 총 30곳이다.

증권사와 은행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수료를 챙긴 금융사는 신한금융투자로 3년간 모두 135억원을 벌었다. 이어 대신증권(47억원) 삼성증권(17억원) 신영증권(17억원) NH투자증권(16억원) KB증권(14억원) 한국투자증권(14억원) 등이 1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8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47억원)과 신한은행(46억원)도 각각 4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어 농협은행(16억원) 부산은행(10억원) KB국민은행(7억원) 기업은행(6억원) 경남은행(6억원) 산업은행(4000만원) 등의 순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정보 부족 상태에서 판매사와 운용사의 왜곡된 정보로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금융그룹이 비이자이익 경쟁을 벌이며 경쟁하는 탓에 수수료만 챙기고 상품을 검증은 하지 않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라임펀드 관리기능 구멍


사모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알았지만 판매를 강행한 사례도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초 모두 600억원가량의 ‘라임레포플러스9M’ 펀드를 판매했다. 당시 라임펀드의 손실을 예상한 시중은행들이 판매 중단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기업은행의 사모펀드 관리, 검증 기능에 구멍이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세환(63세, 가명)씨는 최근 기업은행으로부터 ‘라임레포플러스 9M T-5호’ 고객 안내문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가입한 라임펀드의 회수 예상금액이 21%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마저도 라임자산운용이 최소 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회수 예상시점은 2025년까지,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김씨는 “은행에서 안전한 상품이라고 추천해 평생 번 2억원을 투자했는데 고작 4200만원을 건지게 됐다”며 “통장에는 이 상품이 보통위험(4등급)으로 낮은 수준인데 원금을 왜 이렇게 많이 손해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운용사와 판매사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사모펀드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펀드는 실적배당 상품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공시 의무가 없고 운영사의 투자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종목에 올인한 경우 가격변동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투자전략과 투자대상 확인도 필수다. 펀드 성과에 연동해 운용보수를 받는 경우 고위험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해당 펀드의 주된 투자대상과 투자전략이 무엇인지 집합투자규약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라임펀드처럼 펀드 환금성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할 경우 환매가 불가능하거나 분기·반기 등 일정 주기로만 환매가 이뤄지는 등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한국금융학회장)는 “사모펀드시장은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몸집은 커졌지만 체력은 부실한 한국금융의 민낯”이라며 “투자자는 신중하게 투자하고 판매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신뢰회복을, 금융당국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달 안에 라임자산운용 사태 현장조사를 마무리하면 다음 달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며 “위법행위가 있다고 파악하는 무역금융펀드가 대상이며 나머지는 2차 법률검토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자펀드 : 패밀리펀드 중 일부로, 일정액을 매월 투자가로부터 모집하는 단위형 투자신탁. 직접 운용하지 않고 별도로 설정된 모펀드의 수익증권에 편입, 실제 운용은 모펀드에서 합동 운용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5호(2020년 5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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