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IT] “풉, 통신요금 내려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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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는 요금인가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1991년 도입된 요금인가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은 SK텔레콤의 요금제. /사진=박흥순 기자
통신요금인가제(이하 요금인가제)가 29년만에 폐지됐다.

지난 20일 국회는 요금인가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1991년 도입된 요금인가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인상된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요금제를 먼저 출시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통통신업계 관계자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요금제 경쟁이 발생할 것이고 요금제 인하로 귀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이통사의 통신요금을 제한할 수단이 없어질 것”이라며 “통신요금은 분명히 오를 것이다”고 주장한다.

요금인가제 폐지는 가계통신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독과점 통신시장… 요금제는 이통사 마음


우선 요금인가제 폐지가 통신요금제 인하를 불러올 가능성은 적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국내 통신시장이 완전자율경쟁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도 요금을 인하할 때는 정부의 인가가 필요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독과점 체제다. /사진=뉴스1
경제학에는 ‘시장 실패’라는 단어가 있다. 시장 실패는 재화의 가격 등을 시장에 맡겼을 때 자원이 최적 분배 되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1. 신발을 판매하는 사람이 100명 있고 누구나 신발을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신발을 도매로 구입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은 신발 판매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적절하게 책정된다. 원가가 8000원인 신발을 A신발가게에서 1만원에, B신발가게에서 9000원에 내놓을 수 있다. 신발판매상이 무한인 경우 경쟁도 무한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신발을 판매하는 사람이 한명 뿐이라면? 가격은 신발장수 마음이다. 100원짜리 신발을 100만원에 팔아도 그 사람에게 살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독과점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장 실패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경쟁하는 독과점체제다. 제 4이동통신사업자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꾸준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통3사는 강하게 반발한다.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앞선 사례에 국내 통신사정을 대입해보자. 감이 오는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 정부의 ‘허가’(인가)를 받아야 하는 요금인가제 폐지로 이제 통신요금은 온전히 이동통신사가 마음대로 정하게 됐다. 인가제는 이동통신업계 1위사업사의 전횡을 막기 위한 법안이었지만 20대 국회가 이를 폐지하면서 정부가 이동통신사의 요금제 출시에 개입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요금인가제, 통신요금 인하와 연관 없어


통신요금이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요금 인하에 대해서는 ‘인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회는 요금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사진=임한별 기자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에는 ‘이미 인가받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서비스별 요금을 인하하는 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요금제를 인하할 때는 정부의 ‘허락’(인가)을 기다릴 필요 없이 신고만으로 처리가 가능했던 것.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요금인가제는 시장 1위 사업자(SK텔레콤)가 신규 요금을 출시할 때만 적용되고 2, 3위 사업자(KT,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예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인가제 하에서도 요금인하 경쟁이 가능했지만 이통3사가 담합으로 폭리를 취했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된다고 갑자기 요금인하 경쟁에 나설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이동통신업계는 “인가제 폐지로 자유로운 요금출시가 가능해질 것이고 비싼 요금제를 출시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요금인가제가 1991년부터 이어진 오래된 법안인데다 절차도 까다로워 개선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가제 폐지로 통신업체의 요금제 출시가 신속해지고 요금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요금제 출시 신고 15일 이내에 요금제 출시를 반려할 수 있어 이통사의 부당한 요금제 출시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IT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약정할인율 확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통신요금이 인하된 기억이 없다. 인가제 대신 신고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이통사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출시된 요금제를 정부가 반려하면 기업은 마케팅·영업 전략 등을 모두 수정해야 하는 것이냐. 반려로 인한 피해가 막심해 사실상 반려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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