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아베]① 뒤바뀐 국격… 일본, 한국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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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일본 아베 총리, 문재인 대통령. /그래픽=김민준 기자

-임기응변에 강한 빨리빨리 문화, 이젠 ‘세계 표준’

올여름 도쿄올림픽 개최를 고수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집이 결국 일본의 격을 떨어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대응에 실패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외교분야에서 일본을 믿지 못할 국가로 만들었다. 지진과 태풍 등 각종 재해에 발 빠르게 대응, 방역체계에서 세계 최고로 자부하던 자존심까지도 무너뜨린 결과로 이어졌다.

그사이 대한민국은 자율과 신뢰를 바탕에 둔 빠른 정책적 판단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고 국제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의 기조연설을 맡았다. 만년 개발도상국으로 인식되며 일본에 한참 뒤처진 줄만 알았던 대한민국이 가장 신뢰받는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아베의 ‘자충수’



일본의 위상이 이토록 추락한 배경은 코로나19의 늑장 대응 때문이다. ‘아베노믹스’(Abe+Economics의 합성어)로 불리는 일본 경제성장전략의 피날레가 ‘2020 도쿄올림픽’이었고 어떻게든 개최를 강행하려다 타이밍을 놓친 게 화근이 됐다. 30여년 동안 이어진 저성장 기조의 탈출구로 삼은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지 못한 탓이다.

잘못된 판단은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올 1월 대형 크루즈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태가 대표적이다. 무려 70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1월25일 확진자 발생 후 요코하마항 하선 금지명령으로 문제를 키웠다. 2월19일부터 음성 판정자의 하선이 시작됐지만 이미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뒤였다.

당초 도쿄올림픽이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예정됐던 만큼 대응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캐나다, 호주 등 불참 선언국들이 나타나자 3월30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21년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로 바뀐 일정을 발표했다. 지금은 이마저도 취소하라는 분위기다.



성공적인 ‘K-방역’… 국제표준으로 도약



대한민국은 국경 봉쇄나 자택격리 등의 강경조치 대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와 모임 참가 자제, 외출 자제, 재택근무 확대 등을 포괄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권고·시행했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결코 없었음에도 코로나19 사태를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2월18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대구교회에서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31번 확진자가 나온 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3월 초만 해도 하루 확진자가 800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와 비교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흔들리지 않았다. 초기 대응을 비롯해 모든 상황에서 정해진 메뉴얼대로 방역체계를 유지했다. 확진자 폭증은 그만큼 진단을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월2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한국 보건당국이 거의 2만명을 검사할 때 일본은 겨우 1500명쯤을 검사하는 데 그쳤다”면서 “한국은 발병현황 통계나 감염경로 파악도 상세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평가처럼 한국은 코로나19와 ‘속도’로 승부했다. 이틀이나 걸리던 진단을 6시간 이내로 줄이는 등 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른 진단이 가능한 키트를 개발했다. 의료진의 피로도를 고려, 검사대상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브스루 검사방식도 도입했다.

그 결과 한국의 속도감 넘치는 방역정책은 ‘K-방역’으로 불리며 세계의 표준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이 문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고 진단키트 지원요청이 쇄도했다.

예방에도 집중했다.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전국민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제품의 수출제한과 함께 ‘공적마스크’를 제작해 개당 1500원에 판매했다. 세계적으로 마스크 부족사태를 겪는 동안 한국에선 고성능 마스크를 어디서든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를 벤치마킹한 일본은 소위 ‘아베노마스크’(일본어로 아베의 마스크지만 아베노믹스에 조롱을 섞은 말) 파동을 겪어야 했다. 4월14일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466억엔(5353억원)을 들여 마스크 전국 배포사업을 시작했지만 마스크가 너무 작고 불편한데다 곰팡이와 벌레 등 이물질들이 발견됐다. 심지어 각종 불량마저 드러나자 결국 23일 전량 회수 결정을 내렸다.



달라진 국격, 경제로 이어지길



일본 아사히신문이 최근 조사한 아베의 지지율은 33%다. 이미 일본 내에선 아베의 말이 먹히지 않아 “레임덕이 온 게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온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서만 31통의 전화외교를 했다. 정상들이 줄서서 대기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동안 외교무대에서 변방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의 얘기를 신뢰하고 경청한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한 건 2018년 4월이 마지막이다.

전세계가 한국의 방역사례에 찬사를 쏟아내며 문을 열어주는 사이 여전히 빗장을 걸어잠근 일본은 5월9일 슬그머니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검사기준 완화를 승인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일본 보건당국이 한국과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공유해 달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초조함에 많은 것을 감추다 국격을 떨어뜨린 일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재난을 이겨낸 한국의 국격이 확실히 바뀌었다는 게 일관된 평가다. 비교 대상이 있으면 결과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5월19일 한국은 WHO 서태평양지역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다.

“땡큐! 아베”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산업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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