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중공업을 못 버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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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끝나지 않은 ‘원전’… 80조 풍력발전시장 코앞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놓인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약속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을 놓고 고민이 깊다. 연일 주요 계열사와 부동산 매각설이 나오지만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매각할 경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각 이후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의 잔존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성급한 매각보다는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뭘 판다고?… 결정 나지 않는 매각작업


두산그룹 내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선 현재 채권단이 언론을 이용해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어떻게 해서든 두산 오너가가 자금을 마련하도록 최대한 압박한다는 게 채권단 방침이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 대상은 두산솔루스 외에 두산퓨얼셀, 두산건설, 두산메카텍을 비롯해 두산의 사업부서인 모트롤BG(유압기기), 전자BG(동박) 등이다. 알짜 계열사로 알려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까지도 매각 후보로 거론된다.

두산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강원도 홍천 소재 골프장 클럽모우CC 등도 팔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단은 부인했지만 두산베어스 야구단을 팔라는 요구까지 했다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몰이는 오히려 두산그룹의 자구안 마련에 도움이 안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금과 같은 여론몰이에 서둘러 매각에 나설 경우 매각 대상 기업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고 이럴 경우 자칫 헐값에 기업을 넘겨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현재 상황에서 매각이 확정적인 곳은 두산솔루스와 두산타워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적정가격을 놓고 협상이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의 경우 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인 만큼 기업가치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매각 협상 대상인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6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이후 두산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 등은 팔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두산그룹의 사업 자체가 중공업과 건설기계에 정체성을 두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두산의 모든 자회사가 매각 후보이지만 아직까지는 확정된 게 별로 없다”며 “역으로 표현하면 일부를 제외하곤 매각 확정이 안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자구안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두산중공업 못 놓는 이유


모든 계열사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로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회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두산중공업이 가진 저력과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발전시장의 발주 가뭄과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국내 원전시장 축소 등으로 경영위기를 맞았지만 두산중공업은 여전히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로서 강점을 지녔다.

두산중공업이 독자개발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 사진=두산중공업
특히 원전의 경우 글로벌시장과 앞으로의 유지보수, 해체시장 규모가 거대한 블루오션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시장 규모는 향후 20년간 대형 1000억~1200억달러, 중소형은 10년간 350억달러로 추산된다. 유지보수시장의 경우 유럽의 노후원전 수명연장시장은 10년간 500억달러, 운전정비는 매년 350억~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원전해체시장 역시 앞으로 100년간 5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살리려는 이유와 정부가 두산중공업에 자금을 보태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두산중공업의 기술력을 활용해 수백조원의 글로벌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서다.



친환경에너지 분야 전망도 밝아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의 성장성도 크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풍력발전 공급량을 현행 1.3GW(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16.5GW로 늘릴 방침이다. 풍력발전 건립비용이 1㎿(메가와트)당 육상은 25억원, 해상은 50억원임을 감안할 때 2030년까지 연평균 3조75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상풍력발전 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236.5MW(78기)의 해상풍력발전기를 공급한 실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풍력발전에서의 수익성 확보가 예상된다. 실제 2023년 제주한림해상에 들어설 100MW급 해상풍력달전단지에도 최근 두산중공업의 5.5MW급 발전기가 선정됐다.

두산중공업은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가스발전(LNG)용 가스터빈도 독자기술을 통해 국산화했다. 지난해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막바지 성능시험을 진행 중이며 2023년 완공예정인 김포의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에 가스터빈을 납품한다.

정부가 최근 ‘제9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에서 석탄발전기 60기 중 절반을 폐지하고 이 중 24기를 LNG 발전기로 전환한다고 밝힌 만큼 두산중공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의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주요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LNG발전시장은 2019년 39.7GW에서 2034년 60.6GW로 약 21GW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LNG, 신재생을 크게 늘리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풍력을 신사업으로 적극 키우고 있어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국내 기간산업을 지키는 국익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지원해 살려야 한다”며 “다만 두산중공업도 혈세 낭비 논란이 없도록 정부 지원에 걸맞은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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