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② "인건비 줄여다오"… 규제에 걸린 기업들

 
 
기사공유
높은 인건비 등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 진출한 기업들이 국내 복귀를 꺼려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는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제정 시행 이후 주력산업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해외 진출 기업들에 줄곧 돌아오라는 ‘복귀의 손짓’을 보내왔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부터 올 3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모두 72곳에 그친다. 그나마 계획을 번복했거나 폐업 등을 감안하면 68개사로 줄어든다. 한해 평균 10곳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단 1곳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중견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리쇼어링’(제조업체의 국내 귀환) 기업수는 ▲2016년 1개사 ▲2019년 4개사 ▲2020년 2개사 등 총 7개사뿐이다.

비슷한 시기 유턴법을 시행한 미국은 법인세를 대폭 낮추면서 자국 기업은 물론 세계 굴지의 기업들까지 모두 본토로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으로 돌아온 기업은 ▲2014년 340개사 ▲2015년 294개사 ▲2016년 267개사 ▲2017년 624개사 ▲2018년 886개사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결국 리쇼어링 지원정책이 성공하려면 인건비와 법인세 절감, 중소기업 취업 회피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다. 올해 3월 유턴법을 개정했지만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건비 무서워 한국에 못 간다”



정부의 유턴법이 먹히지 않는 첫번째 이유는 높은 ‘인건비’다. 정부는 올 3월 유턴기업 지원 대상 업종을 기존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 정보통신업까지 확대하고 비수도권에 입주하는 유턴기업에 국·공유 재산 장기 임대(50년), 임대료 감면 등의 특례를 주도록 한 것이 골자다.

4월28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의, 광역지자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업종별 단체, 코트라(KOTRA) 등이 참여해 유턴 지원 협의체인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신흥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유턴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막상 더 높은 한국의 인건비와 중소기업 구인난을 고려하면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돌리는 기업들이 많다.

코트라가 2018년 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현지 철수를 고려 중인 기업 43개사 중 단 8개사만이 국내 유턴을 검토했다. 전체의 18.6%만 한국 유턴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한 셈이다.

해외 설비의 국내 이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해당 조사에서 22개사(52.1%)가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이 가운데 7개사는 ‘적절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해외 인건비 상승과 현지 규제 강화를 이유로 한국으로 유턴하고 싶어도 국내 노동환경이 이를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유턴을 위한 지원에 대해선 12개사(27.9%)가 ‘고용지원’을 선택했다. ‘법인세 같은 세금감면’도 7개사(16.2%), ‘투자보조금 지원’은 6개사(13.9%)가 각각 필요한 지원책이라고 꼽았다. 정부는 유턴기업에 대해 2년간 1인 720만원씩, 최대 100인(7억2000만원)까지 인건비를 지원해주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의 노동 정책 리스크, 한국의 생산단가 경쟁력 부족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풀지 않고 단순히 기업들의 국내 유턴만 유도하는 정책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 리쇼어링 정책의 본질은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투자가치 발굴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법인세 너무 높아”



높은 법인세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그동안 해외사업장 철수 양도 시 최초 5년간 100% 감면, 이후 2년간 50% 감면이란 조건과 해외사업장 축소 시 최초 3년간 100% 감면, 이후 2년간 50%이란 조건을 각각 내걸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8%에서 21%로 낮추고 각종 인센티브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법인세 절반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개정안에서 종전 고용 및 산업위기지역이나 신설투자 유턴기업에만 적용하던 법인세 최대 7년 감면(5년 100%+2년 50%) 혜택을 증설 투자 유턴기업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국·공유지 사용특례도 신설하면서 비수도권에 입주하는 유턴기업에 국·공유재산 장기임대(50년), 임대료 감면, 수의계약 등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법인세 인하, 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개선과 노동개혁을 통해 생산비용 절감을 지원하고 특히 대기업 유인책을 강화해 협력사와의 대규모 동반 유턴을 유도할 수 있는 선제적 정책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높은 법인세도 유턴법 효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사진=이미지투데이




경직된 노동시장 완화해야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2019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산업간 노동생산성(임금) 격차가 커진 반면 저생산성 산업에서 고생산성 산업(제조업 및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의 노동이동은 오히려 감소했다.

경직되고 과도한 고용보호규제 속에선 기업의 채용 기피→고용 위축→실업 증가→경제성장률 하락이란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고용·생산 방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근로조건을 개별·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 경쟁력은 141개 중 97위로 중하위권이며 OECD 36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리쇼어링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과도하게 높아진 노동비용에 따른 충격”이라며 “각종 규제가 만든 기업하기 좋지 않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민준 minjun84@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자동차 철강 조선 담당 전민준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50.25하락 17.6518:03 07/10
  • 코스닥 : 772.81하락 0.0918:03 07/10
  • 원달러 : 1204.50상승 918:03 07/10
  • 두바이유 : 42.35하락 0.9418:03 07/10
  • 금 : 43.63상승 0.2918:03 07/10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