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라임펀드 환매중단 수습' 배드뱅크, 굿뱅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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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의 1조6000억원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와 관련해 설립키로 한 배드뱅크를 둘러싸고 벌써 잡음이 일고 있다. 부실 사모펀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배드뱅크에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 20곳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세부 출자 규모 등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원 등 시민단체가 배드뱅크 설립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오는 6월 라임 사태 관련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동안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라임 사태가 소강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배드뱅크 초기부터 삐거덕… “가이드라인도 없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드뱅크는 라임 사모펀드 판매사가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달 중 설립될 예정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라임 배드뱅크는 5월 중에 설립되고 6월에는 라임자산운용 제재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라임의 환매중단 펀드에 든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상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앞서 라임 사모펀드를 판매한 19개사와 신탁 형식으로 판매한 산업은행까지 총 20곳이 배드뱅크 참여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배드뱅크 설립을 위해 지난달 20일, 22일, 23일 총 3차례에 걸쳐 업계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머니S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펀드는 4개 모(母)펀드와 173개 자(子)펀드다. 환매중단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조6679억원이다. 라임 환매중단 펀드의 주요 판매사는 우리은행 3577억원, 신한금융투자 3248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 대신증권 1076억원, 신영증권 890억원 등이다. 

당초 일부 판매사는 배드뱅크 설립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출자 규모나 방법 등을 결정짓지 못해 참여 여부에 난색을 표했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액이 많은 주요 6개사를 중심으로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 등 판매사는 직접 판매액이 거의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일부 은행들이 라임 펀드 투자자에 대한 일괄 보상에 초점을 맞춘 배드뱅크에 출자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배드뱅크 출범 작업이 한달여간 지연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의 라임 펀드 판매액은 각각 949억원, 285억원이다. 메리츠증권의 판매액 대부분은 라임 펀드를 집중 판매한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하면서 건너온 것이다. 키움증권은 리테일(개인) 창구를 통해 직접 판매한 펀드는 없다. 판매물량 대부분이 재간접펀드다. 하지만 두 증권사 모두 라임 펀드의 판매 수수료를 챙긴 만큼 배드뱅크 참여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다른 판매사들의 요구에 결국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는 판매사가 모두 참여하더라도 참여사들 간 출자규모에 대한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드뱅크 설립에 최소 50억원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출자규모와 기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판매사들 간의 혼란을 야기되고 있다. 특히 판매사별로 펀드 원금규모와 손실률이 달라 손실률은 물론 피해 보상 방식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베드뱅크 운영의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정확한 회사별 출자비율과 출자금액 등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배드뱅크를 끌고 갈 주관사(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주요 판매사 간에 의견 충돌을 빚고 있다. 펀드 판매 잔액에 비례해 배드뱅크에 출자하는 구조인데,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최대주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일 금융회사로는 우리은행(3577억원) 판매 금액이 가장 많지만 그룹사를 기준으로 보면 신한금융(신한금융투자 3248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이 더 많다.

판매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세부 방안이 나온 것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우선 출자 규모나 비율 등과 관련해 판매사끼리 의견 수렴을 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출자규모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판매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머니S


◆배드뱅크 놓고 실효성 의문… 시민단체도 반발


금융감독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연됐던 라임 사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늦어도 오는 6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라임자산운용 등 현장조사를 마치고 2차 법률 검토를 앞두고 있다. 라임 사태가 발생한 후 현재까지 금감원 분쟁조정2국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민원은 547건이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약 두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아진다. 금융소비자원은 금감원이 배드뱅크 설립을 계속 추진한다면 법적 고발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배드뱅크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닌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며 “출범하더라도 펀드 부실화가 심각해 투자금 회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소비자원은 이어 “판매사들이 소액의 자본과 인력만 지원하고 끝내면 라임 사태와 관련된 다양한 경영부담을 배드뱅크에 떠넘기고 자유로워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배드뱅크 설립 실효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이미 라임 펀드의 평균 자산 회수율이 50%를 밑도는 데다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회수율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펀드사별로 판매 규모 등 사정이 달라 운용사 설립 형태나 출자 방식, 운용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투자 회수율을 높인다는 취지보다는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금액과 운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사별 출자 규모나 펀드 이관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논의해야 해서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라임 펀드 판매사의 책임 회피나 배상지연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라임 펀드 피해 투자자는 “배드뱅크가 라임 사태 수습에서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미 진행했던 회계법인의 실속 없는 라임 펀드 실사 결과가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판매사들이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고 베드뱅크 설립 후 시간을 끌려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드뱅크 설립의 주된 목적은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빠른 시일  내 펀드 자금 회수 주체가 배드뱅크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손희연 son90@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증권팀 손희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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