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커버] 韓 반도체, 기술은 좋은데 장비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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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그 불똥이 한국 반도체업계로 튀었다.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인 화웨이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납품하지 못하도록 제재함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국내 반도체업계에 불러올 파장을 분석하고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비메모리 투자와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 현황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와 D램. /사진=뉴시스
IT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5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각각 44.1%와 29.3%로 전세계 공급량의 73.4%를 차지하고 있다.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에 활용되는 ‘낸드플래시’ 점유율(2020년 1분기 기준)도 삼성전자 33.3%(1위) SK하이닉스 10.7%(5위) 등으로 압도적인 모습이다.

낸드플래시시장에서 한국기업에 대적 가능한 국가는 미국으로 점유율이 40.1%(웨스턴디지털 19.0%, 마이크론 11.2%, 인텔 9.9%)다. 일본은 키옥시아가 19.0%를 차지하며 단일기업으론 2위에 올랐으나 국가별 점유율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글로벌시장에서 공룡이 된 지 오래다. 제품 생산과 공급이 멈추면 전세계적인 혼란이 발생할 정도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반도체가 원유만큼 중요하다”며 “한국 반도체 생산이 2개월만 멈춰도 전세계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국 반도체 산업을 ‘속 빈 강정’에 비유한다. 제조기술은 뛰어나지만 제품의 바탕이 되는 소재와 생산공정에 활용되는 장비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소재·장비 등으로 이어지는 후방산업이 취약해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장비국산화율은 20% 수준으로 주로 후공정(EDS공정·패키징공정) 위주다. 정작 제품을 생산하는 전공정(산화, 노광, 식각, 박막, 금속배선 공정)의 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셈이다.



美·日·和, 80%… 독과점 장비시장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웨이퍼 제조 ▲산화공정 ▲포토(노광)공정 ▲식각공정 ▲박막공정 ▲금속배선공정 ▲EDS공정 ▲패키징공정 등 총 8단계 공정을 거치면서 노광기, 증착기, 식각기 등 다양한 장비가 활용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인포메이션네트워크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598억달러(약 74조원)에 달했다. 전체 반도체 장비시장은 2018년 645억달러(약 80조원)에 비해 7% 감소하는 등 위축됐으나 올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선 뒤 2021년 667억달러(약 82조원)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별 점유율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18.8% ▲ASML 17.6% ▲램리서치 16.8% ▲도쿄일렉트론 16.7% ▲KLA Tencor 6.4% ▲스크린 2.1% ▲히타치 2.1% ▲기타 19.4% 등이다. 국가별로는 ▲미국 42.0%(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 Tencor) ▲일본 20.9%(도쿄 일렉트론, 스크린, 히타치) ▲네덜란드 17.6%(ASML) 등의 순이며 한국은 약 3.6%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장비별 가격은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 전공정 장비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장비별 선두기업은 ▲노광장비 ASML(85.0%) ▲증착장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41.0%) ▲식각장비 램리서치(52.0%) 등이며 3~4개 기업이 과점구도를 형성하고 각축전을 벌인다.

이 중 최근 반도체 제조기술이 5㎚(나노미터· 1미터의 십억 분의 1) 공정으로 고도화되면서 포토공정을 담당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필수가 됐다. EUV(노광장비)는 자외선을 이용해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공정을 담당하는데 네덜란드의 ASML이 85%의 시장점유율로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KOSME) 기업심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노광장비와 이온주입장비의 국산화율은 사실상 ‘제로’로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다. 식각장비 50%, 증착장비 65% 수준이며 테스터와 패키징에 사용되는 장비가 각각 60%씩 국산화가 진행된 수준에 그친다.



세계적 장비업체 없어


대당 1500억원을 호가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모습. /사진=ASML
이 문제는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3년간 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다만 국내 연구개발(R&D) 인력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의 R&D(연구개발) 비용도 발목을 잡는다. 반도체 장비는 전자, 전기, 화학, 광학 등이 모두 투입되는 기술집약형 산업이면서 기술의 생명주기가 3~5년으로 짧다. 여기에 정밀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한 신규기업의 진입이 까다롭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상위 장비업체 가운데 국내 기업은 세메스(SEMES)밖에 없다”면서도 “세메스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공급선도 삼성전자에 국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에 세계적인 장비업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제조업체가 국산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높아진 공정난도를 국산장비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 간극을 단기간에 좁히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적 시각으로 꾸준히 소부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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