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커버] “메모리 넘어 비메모리로”… 투자 넓히는 韓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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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그 불똥이 한국 반도체업계로 튀었다.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인 화웨이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납품하지 못하도록 제재함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국내 반도체업계에 불러올 파장을 분석하고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비메모리 투자와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 현황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美·中 갈등 2라운드’… 반도체업계 생존전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메모리보다 시장 크고 성장성 높아… 삼성·하이닉스 등 투자 박차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기업)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대만적체전로제조주식유한공사)가 흔들리면서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의 사업이 위축된 사이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인 파운드리 분야의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앞으로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종합 반도체 1위’로 도약하려면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할 시장이다.



왜 ‘비메모리’일까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제작된 반도체다. 즉 디지털화된 전기적 데이터를 연산하거나 제어·변환·가공 등의 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전자소자를 말한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에 쓰이는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등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반도체다. D램과 낸드를 제외한 나머지가 사실상 모두 비메모리 반도체여서 시장 규모도 메모리 반도체보다 훨씬 크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비메모리 반도체시장 규모는 3108억달러(약 383조원)로 메모리 반도체(1658억달러·약 205조원)의 두배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ICT(정보통신) 기술이 활용되는 만큼 비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0.8% 성장하는 데 비해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은 연평균 4.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대기업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다. IT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44.1%)와 SK하이닉스(29.3%)가 각각 1, 2위를 기록하며 한국업체가 73.4%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3.3%, 10.7% 등 모두 44.0%를 점유했다.

반면 비메모리시장에서의 입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로 분업화된 구조를 취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팹리스 점유율은 2018년 기준 1.6%에 불과해 미국(61.4%)은 물론 대만(19.0%) 중국(12.6%)에도 한참 뒤진다. 파운드리 역시 16% 정도에 그친다.

이처럼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입지가 약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산업연구팀 연구위원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는 60년이 됐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짧은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반도체는 대기업에서만 생산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지원이 부족했고 중소기업의 낮은 처우수준으로 인력 수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30년까지 팹리스 와 파운드리 점유율을 각각 10%, 3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끌고 기업 밀고


국내 반도체시장의 대표기업들도 비메모리 투자로 정부의 비전에 힘을 보탠다.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중에서도 모바일·노트북용 CMOS(시모스·상보형 금속 산화막 반도체) 이미지센서(CIS)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CIS 연구개발센터를 연 데 이어 자사의 모든 CIS 제품을 ‘블랙펄’로 독자 브랜드화했다. 올 1분기 블랙펄 1.0μm(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1미터의 100만분의 1) 라인업을 시작으로 하반기 중에는 0.8μm의 픽셀 크기로 4800만 화소를 구현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7년 설립한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를 통해 현재 중국 장쑤성 우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올 2분기 중 준공 예정이며 연말 양산이 목표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최근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매그나칩의 경영권을 갖지는 않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행보는 더욱 괄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극자외선(EUV)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구축키로 했다. 이번 투자는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했고 올해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택 파운드리 라인 구축을 통해 모바일, HPC,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비메모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인력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강상구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비메모리는 기술집약적이며 다품종 소량 생산인 산업 특성상 인력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에 따라 2030년까지 시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전문인력 1만7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라며 “인력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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