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에 휘청인 정유업계, ‘사업다각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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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 사진=GS칼텍스
정유업계가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높인다. 국제유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정유업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특히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유가가 요동을 치며 사상 최악의 손실을 내자 국내 정유사들의 사업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각 업체들은 회사가 미래먹거리로 삼은 비정유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에 1분기 실적 대참사


올해 1분기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손실을 예상해 증권가가 잇따라 전망치를 낮췄지만 이를 훨씬 밑도는 대규모 손실을 냈다.

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손실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했고 GS칼텍스는 1조318억원, 에쓰오일은 영업손실 1조73억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도 5632억원의 적자를 냈다. 정유4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4조3775억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조1202억원에 달하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3개월 만에 급격한 추락을 경험한 셈이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실적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정유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재고과잉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된 탓이다.

지난 1월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추락해 2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4월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진 것은 1983년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주간 정제마진 역시 3월 셋째주 이후 10주 연속 마이너스대를 유지 중이다.

국제유가에 휘청인 정유업계, ‘사업다각화’ 박차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조치로 WTI가 30달러선으로 올라섰지만 코로나19가 해소된 게 아니라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2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국제 정유업 환경의 불확실성은 정유사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흐름에 추동력을 더한다. 국제유가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사업을 육성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집중하는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사업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전기차 배터리만큼은 불황을 모르는 고공행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시장규모가 18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169조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사용량 기준 7위를 기록했으며, 2030년에는 4위까지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대비해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100GWh(전기차 170만대 분)의 연산 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포트폴리오 확대 나선 기업들


GS칼텍스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규모의 올레핀 생산시설(MFC)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올레핀은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의 원료로 사용되는 ‘석유화학 산업의 쌀’이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을 포함한다. GS칼텍스의 MFC는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 외에도 액화석유가스(LPG)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다운스트림(ODC) 설비를 지난해 6월부터 본격 가동 중이며 추가로 7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공장(HPC)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HPC가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 사업부문 비중은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각 정유사들은 주유소의 개념을 확장해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연료만 주유하는 게 아니라 전기, 수소 등 친환경 시대의 신재생에너지까지 모두 아우르는 복합충전소로 거듭나겠다는 것. 인프라를 활용한 신사업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양사가 보유한 전국 주유소 인프라를 바탕으로 택배 집하 서비스인 ‘홈픽’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고객이 택배를 접수하면 중간 집하업체가 1시간 이내로 고객을 찾아가 물품을 픽업, 거점 주유소에 집하·보관하면 이를 택배사가 배송지까지 운송해주는 서비스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울산에 휘발유, 경유, LPG, 수소, 전기 등 모든 수송용 연료를 한곳에서 판매하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의 문을 연 데 이어 현재 고양시에 최소 6600㎡, 최대 3만3000㎡ 규모의 복합에너지스테이션 건립을 추진 중이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28일 서울 강동구 소재의 주유소·LPG충전소 부지에 수소충전소 ‘H 강동 수소충전소 - GS칼텍스’를 준공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휘발유, 경유, LPG, 전기, 수소까지 모두 공급 가능한 약 1000평 규모의 융복합에너지스테이션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래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에너지 서비스 확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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