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바이오생태계 조성 결국 중소벤처가 답이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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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산 파멥신 대표./사진=파멥신
진단키트, 정부 지원으로 훨훨… 신약·백신은?
바이오 생태계 확립하려면 지속·단계별 지원 절실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바이오업계에 큰 변화를 줬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개발하면서 ‘K-방역’의 기술력을 널리 알렸다. 그 배경에는 방역당국의 빠른 판단과 강력한 지원책도 있었단 평가다.

반면 백신·치료제 등 신약개발업계의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임상 순항 중이던 신약후보물질의 연구개발(R&D)마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사진)는 “업계에선 바이오 강국에 대해 다양한 대책을 논하고 있지만 정작 중소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부 지원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고 혁신 신약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글로벌 임상시험이 중단되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의 지적대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임상시험기관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조차도 내원을 꺼려 임상시험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임상시험 비용은 줄지 않고 있어 파멥신을 비롯해 글로벌 임상 진행 바이오기업 대다수가 사실상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중소·대기업 상생구조 만들어야


“흔히 ‘바이오는 시간과 돈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실패 위험이 크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신약을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점하는 이유입니다. 중소 바이오기업은 단순 기술력만 가지곤 ‘라이선싱 아웃’(기술수출)까지 이어갈 수 없습니다. 관련업계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정부 지원이 적재적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유 대표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지적하는 이유도 바이오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신약 후보물질 발견부터 전임상(동물 대상으로 약효를 평가하는 실험)·임상1상(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을 평가하는 시험)·임상2상(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용법·용량을 정하는 시험)·상업화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중소 바이오기업의 독자적 힘만으론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의약품 등 관련 제반 사항을 이행하기에 앞서 국내 CMO·CDMO(위탁생산)기업과 협업할 때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기업과 CMO기업 간 계약 금액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할 경우 상생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오 생태계 확립과 관련, 유 대표의 시선은 바이오 지원 법안 제정으로 향해 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전(前) 정권의 바이오 지원 관련 과제와 정책이 180도 바뀌었고 그동안의 업무는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는 이 같은 중소 바이오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담아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 1년 바이오의약품 사업발전 현황과 전망’ 세미나를 통해 정부 측에 정책 보완을 제안했다.



‘신약 평가’ 전문인력 양성 필요


“혁신 신약을 개발하려면 우선 정권과 상관없이 지원 대책이 계속 유지돼야 합니다. 혁신 신약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요소는 바로 꾸준함이기 때문입니다. R&D(연구개발) 평균 소요 시간은 약 10년. 정부가 장기적인 인사이트로 업계를 지켜봐야 바이오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정부 지원만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바이오업계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과 메디톡스, 신라젠 등 바이오기업을 향한 논란을 해소하려면 기업 자체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흔히들 바이오기업 대표를 말할 때 ‘교도소 담벼락을 걷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꿈을 과대포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은 글로벌 진출과 산업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바이오기업이 자체적으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하고 각 기업의 신약후보물질을 평가할 수 있는 정부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정부가 기업의 신약후보물질을 평가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전문 인력이 강화해야 건강한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이오업계가 만들어 낼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가 적재적소에 지원해야 한다. 현실은 다르다는 게 업계 내부의 호소이지만 비관할 필요도 없다는 유 대표 판단이다.

한국은 한때 ‘바이오 볼모지’였지만 현재 총 300여개의 기업이 R&D에 매진하고 있어서다. 그는 이 부분에 주목한다.

“크고 작은 국내 업체가 탄생하고 다양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에 가장 필요한 지원이 뭔지 정부가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바이오시대의 해답, 즉 바이오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R&D 돕는 바이오협회 발족… 2030년 시총 200조원 목표


유 대표는 건강한 바이오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2015년 대전 바이오기업들이 중심이 된 ‘바이오헬스케어협회’를 발족했다. 알테오젠·레고켐바이오·지노믹트리 등 바이오기업 60여곳과 투자자문사 등이 회원으로 관련업계와 펀딩해 R&D를 지원한다는 게 목표다.

펀딩은 바이오기업의 오랜 숙원으로, 이를 시작으로 좋은 품질의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그만큼 바이오기업의 고품질화가 담보된 셈이다. 그는 앞으로 작은 규모의 바이오기업의 R&D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협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협회 소속 회원사들의 시가총액을 2030년 약 200조원으로 목표하고 있다. 그는 “바이오기업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정부도 글로벌 수준의 건전하고 건설적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도모해 주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파멥신은 후배 창업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K-바이오가 맹활약해 국가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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