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 식품업계 “기본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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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팔려? 그럼 우리도” 누군가 개발해서 잘 팔린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비슷한 제품들이 따라 나온다. 다른 업체의 상품을 그대로 베끼는 이른바 ‘미투제품’. 최근에는 제품 이름이나 맛뿐 아니라 포장까지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명 브랜드와 비슷한 상호명으로 법정에 서기도 한다. 재빨리 흉내 내서 돈 좀 벌어보자는 얌체 ‘미투’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미투’의 공습]③모방제품, 장수 못한다

식품업계는 기본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1970년대에 출시된 '진로'(왼쪽)과 지난해 재출시된 '진로이즈백'. /사진=하이트진로

2014년 국내를 강타한 ‘허니버터칩’ 열풍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출시 첫해 200억원, 이듬해 9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지만 상황은 채 2년이 되지 않아 뒤집혔다. 2015년 과일 맛 소주의 인기는 반년을 가지 못했다. 2016년 바나나 맛 파이 트렌드는 고작 3개월 만에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 식품업계 트렌드로 부상한 ‘흑당’의 경우 손꼽히는 히트상품 없이 이름만 남은 수준이다. 

식품의 유행주기가 갈수록 짧아진다. 히트상품의 수명은 더욱 짧다. 특정 상품이 인기를 끌면 우후죽순 미투상품이 생기는 탓에 소비자들이 금세 피로감을 느끼고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투 전략은 먹혀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업계가 주목하는 신제품 전략은 무엇일까.



미투상품 인기는 ‘반짝’… 신제품 전략은?


식품업계에 따르면 연구개발(R&D), 마케팅, 생산설치 비용을 포함해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는 수억~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을 투자해 개발해도 신제품의 수명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제품 가운데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건 전체의 10%도 안 된다. 

히트상품의 인기에 기대는 미투상품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미투상품은 투자 대비 수익 창출 효과가 뛰어나 식품업계의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하지만 식품의 유행주기가 워낙 짧아진 탓에 이제는 일정 수준의 매출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 한두달만 늦게 미투제품을 출시해 따라가도 이미 시장 자체가 싸늘하게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장수 제품이나 기본에 충실한 제품은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을 땐 장수제품이 더 잘 팔린다. 불황엔 신제품보단 품질이 검증된 기본 제품을 선호하는 보수적 소비 경향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제과업계에는 2014년 ‘허니버터칩’ 이후 메가 히트상품이 사라졌다. 대신 농심 ‘새우깡’, 오리온 ‘초코파이’ 등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기본 제품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라면업계에는 지난해 이렇다 할 만한 신제품이 없었다. 그나마 2018년에는 미역국라면, 진짜쫄면 등 신제품이 출시됐지만 히트상품 대열에 오르진 못했다. 반면 장수상품은 고고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식료품 대량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장수 제품들의 인기가 한층 높아졌다. 

농심의 장수 제품인 신라면과 안성탕면은 올해 1분기 국내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17.3%, 47.2% 올랐다. 영화 ‘기생충’으로 인한 ‘짜파구리’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도 각각 32.5%, 3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뚜기 진라면 역시 15%가량 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업계의 신제품 출시전략도 바뀌는 추세다. 장수 제품을 활용한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 아예 새로운 맛 보다는 아는 맛, 익숙한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식품업계가 기존제품을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은 기존 제품 두가지를 혼합한 ‘포테토칩 김치사발면맛’(왼쪽)을 선보였다. 웅진식품은 기존 제품을 바 제형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 재출시했다. /사진=각사



장수제품 ‘재활용’ 효과 톡톡 


유행만 좇던 식품업계는 최근 기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것. 지난해 오리온은 쿠키제품 ‘베베’를 ‘배배’로 이름을 바꿔 재출시했다. 1995년에 출시된 ‘베베’는 2012년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종산한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빗발치자 7년 만에 다시 ‘배배’를 선보였고 큰 호응을 이끌었다. 

기존 제품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 제품끼리 맛의 결합을 시도하거나 제품의 형태를 바꿔 파생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지난달 농심은 기존 감자칩 ‘포테토칩’과 컵라면 ‘김치사발’을 조합한 ‘포테토칩 김치사발면맛’을 출시했다. 웅진식품은 1999년 출시된 대표 음료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을 바 제형의 아이스크림으로 선보였다. 

기본 제품에 소비자들의 기호와 트렌드를 더해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하이트진로의 ‘진로’다. 지난해 4월 하이트진로는 1975년부터 1983년 사이에 생산했던 과거 진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진로 이즈백’으로 출시했다. ‘뉴트로’(복고의 재해석)라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진로이즈백은 옛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와 옛 감성을 추억하는 기성세대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출시 72일 만에 연간 목표치 1000만병이 판매됐고 7개월 만에 1억병이 팔렸다. 맥주 신제품 ‘테라’와 진로이즈백의 쌍끌이 흥행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이트진로 매출은 2조원을 넘겼다. 이런 상승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지난 1분기 소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7% 오른 3299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레시피를 신제품 개발에 차용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모디슈머’(Modify+Consumer·자신의 뜻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활용해 레시피를 만들면 역으로 기업에서 해당 레시피를 정식 출시하는 것이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이색 레시피인 ‘짜파구리’가 정식 제품으로 출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가 이처럼 기존 상품을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매출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새 제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것보다 기존 제품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나 소비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들은 마진율이 5% 넘기가 힘들다. 투자여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제품을 활용하면 신제품 대비 비교적 손쉽게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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