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 코딩 전문가 뽑은 은행 "문송합니다"

 
 
기사공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채용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 흐름에 맞춰 IT인력에 방점을 두게 되면서 채용일정과 방식이 제각각으로 변화됐다. 시중은행과 증권가도 디지털 시대에 맞춘 인력채용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금융권 채용문화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채용계획을 한발 앞서 파악해 봤다.<편집자주>

-[금융채용 트렌드②] 코딩 전문가 뽑은 은행 "문송합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은행권의 상반기 채용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과거 주판알을 튕기던 상경계 출신들이 주로 은행원 배지를 달았지만 지금은 핀테크(금융+ICT)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다루는 이공계열 출신들이 채용문을 넘고 있다.

채용방식도 달라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공채와 수시채용 ‘투트랙 방식’을 도입한다. 직무중심의 맞춤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특성화고 졸업예정자와 금융 아카데미 출신 등 특별전형도 진행한다.

달라진 채용문화에 취준생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정보기술(IT)과 투자금융(IB) 출신을 선호하는 추세에 인문계 대졸자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수시채용 시대, 디지털 인재 주목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일 디지털·정보기술(IT)·투자은행(IB)·자금 등 4개 전문분야 신입행원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은행은 개인금융·기업금융 등 9개 분야에서 300여명을 공개 채용했으나 올해는 채용분야를 대폭 축소했다.

디지털·IB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뽑기 위해 부문별 직무면접도 도입한다. 디지털·정보기술 부문은 코딩능력 등을, 투자은행·자금부문 부문은 시장 이해도와 가격산정능력 등을 평가한다. 합격한 신입 행원은 일정 기간 영업점에서 근무한 뒤 본부부서로 배치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8일 손님빅데이터센터에서 근무할 빅데이터 분석 인력에 대한 신입 및 경력행원 수시채용 공고를 냈다. 같은 기간 기업여신심사부, 중소벤처금융부, 기업여신심사부, 재무기획부, 인재개발부에서도 수시채용을 하지만 모두 경력직 대상이다.

KB국민은행은 IT·데이터·인공지능·글로벌IB 분야에서 신입행원을 수시채용하는 서류접수를 지난달 21일 마감했다. 국민은행은 1년에 한번 하반기 공개채용으로 IT직군 인력을 채용했으나 올해 IT직군만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기업금융 분야 수시채용 공고를 냈다. ICT특성화고 졸업예정자와 함께 ‘삼성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출신자를 대상으로 특별전형도 진행한다.

신한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는 인재를 선제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프로그램 개발 전문성과 IT에 기반한 창의력,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등 역량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디지털 인재 모시기에 나선 이유는 디지털금융이 은행의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아서다. 점포 없이 24시간 운영하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고 ‘OO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업체가 금융시장에 진입해 기존 은행을 위협한다.

금융소비자들은 모바일 하나로 계좌이체와 해외송금 등 다양한 금융거래를 손쉽게 한다. 검은 글씨로 가득한 종이문서를 내밀던 은행원들은 이제 컴퓨터용 언어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코딩을 다뤄야 한다.

국민은행은 이번 상반기 채용에서 AI역량검사를 실시한다. IT·데이터 직무는 코딩테스트도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IT부문 코딩테스트는 알고리즘 4문항, SQL(데이터베이스 하부언어)1문항 등 모두 5문항을 150분간 풀어야 한다.

데이터부문 코딩테스트는 알고리즘 2문항, SQL 2문항을 120분간 풀면 된다. 글로벌IB직무는 필기시험이 없는 대신 면접 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국민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올해는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시스템 ‘더 케이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등 IT인력 수요가 커졌다”며 “디지털금융 서비스와 상품, 채널을 확대하고 핀테크 융합기술을 발굴할 인재를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3만명 줄이는 일본은행, 국내은행은


올 상반기 은행권 채용이 대부분 수시채용으로 전환되면서 하반기 공채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통상 하반기 신입행원을 뽑았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포함해 상반기 신입공채가 없었던 우리은행도 하반기 공채를 계획하고 있다.

신규채용 수는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신한·KE·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2150명을 채용했다. 상반기와 합치면 은행권 채용은 총 4190명이다.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채용인원은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419명 정도였으나 그 이후 매해 1000명씩 늘었다. 2017년과 2018년 신규 채용인원은 각각 2437명, 3408명에 달한다. 은행권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발맞춰 꾸준히 채용을 늘렸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포가 줄어 관련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처지다. 은행 업무를 로봇이 대신 처리해주는 업무 자동화(RPA)가 자리 잡은 상황에 공채 인원을 늘리기 어렵다.

올 1분기 기준 은행권의 영업점포(지점·출장소 등)는 지난해 말 대비 73개(1.4%)가 줄어든 5223개로 나타났다. 경영 효율화와 비대면 가속화 흐름에 따라 점포 통폐합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34개(3.2%)를 줄여 1017개가 됐다. 하나은행도 24개(3.3%)를 줄여 700개로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12개(1.4%)를 줄여 862개가 됐다.

해외은행도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일본 최대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포은행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직원 3만2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지점은 3분의1로 줄이는 대신 일부 서비스에 특화한 ‘경량화 지점’을 늘린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마이너스금리를 시행하면서 수익성을 하락, 인건비와 지점 유지비용 등 고정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은행이 벌어들인 영업이익 중 인건비 등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를 넘고 미쓰비시UFJ도 70%에 달한다.

저금리 시대에 통화완화정책을 펼치는 국내 금융시장도 머지않아 일본은행의 인력 및 점포를 축소하는 흐름을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바일금융 기술이 발전하고 금융소비자의 디지털금융 서비스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은행은 인력 배치와 점포의 기능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기채용으로 충원하는 일반직군 인력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35.37상승 28.6718:03 07/02
  • 코스닥 : 742.55상승 14.9718:03 07/02
  • 원달러 : 1200.00하락 3.418:03 07/02
  • 두바이유 : 42.03상승 0.7618:03 07/02
  • 금 : 42.70상승 0.6318:03 07/02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