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주인 없는 항공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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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정몽규 HDC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진은 정몽규 HDC 회장.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항공시장의 판도를 ‘확’ 뒤집어 놨다. 여행 수요가 급감했고 실적 역시 당분간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까지 감염증이 종식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쇼크로 항공업계가 뒤숭숭하다. 국적항공사는 줄줄이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는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인수합병(M&A)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던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의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겉으로는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식 취득예정일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빚더미 회사 왜 살까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제주항공(애경그룹)이 각각 인수를 추진해온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항공업계에서 대표적인 부실기업이다. 대한항공과 함께 경쟁구도를 형성해온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일가의 경영실패로 위기에 처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은 바닥이다.  2020년 1분기 IR자료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만6872%에 달한다. 2017년 720%이던 부채비율은 2018년 815%, 2019년 179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순차입금과 순손실이 증가한 1분기에는 부채비율이 작년 말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보유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기업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계획한 2조1800억원과 지난달 국책은행(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약속한 긴급 지원금 1조7000억원을 투입해도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추가로 지급된다고 해도 곧장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국내, 국제여객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31%, 34%씩 감소했다. 2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자금이 투입이 불가피하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만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이 급감하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차입금 해결도 벅차다.

이스타항공도 대주주의 경영실패로 흔들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회생불가 항공사로 판정했다. 이 항공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 자본잠식은 누적적자로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우후죽순 생겨난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 속 일본 불매운동, 보잉 737-맥스(MAX) 결함에 따른 운항중단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7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자본총계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다른 항공사들이 국내선을 증편하고 국제선 재운항까지 계획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장사를 포기한 상태다. 지난 3월 말부터 시작된 국내선과 국제선의 셧다운 기간을 추가로 연장했다. 이달에도 이스타항공의 운항률은 0%가 된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이 인수하지 않으면 사실상 폐업이다.
지난 4월22일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조종사노조가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정리해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둘 중 하나는 인수된다?


학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사례를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사례는 다르다고 본다”며 “HDC현대산업개발과 달리 제주항공 측은 시장에 인수의지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은 예정된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지만 이후 행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 HDC현대산업개발은 국책은행이 최근 결정한 1조7000억원의 자금지원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는 상태다. 반면 국책은행으로부터 인수대금을 대출받는 제주항공 측은 사장단 교체로 인수 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앞서 애경그룹은 지난 5월12일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교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제주항공을 이끌어온 이석주 사장을 대신해 아시아나항공 출신 김이배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에서 경영관리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인물로 ‘재무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의 최근 주장을 살펴봐도 제주항공 측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 200억원에 대한 선제적 해결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사안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제주항공 측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직원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임직원 급여문제와 추가 구조조정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급여를 40%를, 3월부터 5월까지는 단 한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세차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아 66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경영난을 이유로 기재반납까지 앞당긴 이스타항공은 당초 계획한 300명의 인력 감축을 강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그동안 젊은 경영진을 내세우고 기재 확장, 호텔사업 진출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며 “코로나19 위기로 시장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생존을 위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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