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도 자동차" 판결… 그런데 보험상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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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가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자동차보험 가입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이륜차인 자동차는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사진=뉴스1DB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자동차보험 가입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이륜차인 자동차는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박원규 판사는 최근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몰다 지나가는 행인을 다치게 한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9일 오후 7시5분께 서울 금천구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80%의 만취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몰았고, 보행자와 치면서 넘어뜨려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킥보드는 이륜차, 단 전용보험 없어 처벌 못해"


박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전동킥보드가 자동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누구든지 의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자동차 등을 도로에서 운행해서는 안 된다'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가 A씨에게 적용됐는데, 이에 대해 박 판사가 전동킥보드도 자동차라며 의무보험 가입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박 판사는 "전동킥보드는 손잡이, 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돼 있다"면서 "전원을 공급받는 모터에 의해 구동돼 육상에서 1인이 운행하는 이륜자동차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판사는 A씨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이전까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라는 판결이 없는 등 전동킥보드가 자동차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라는 것을 A씨가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8조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상품이 개발되기 전에는 전동킥보드 운행자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킥보드 전용보험 왜없지?


현재 보험사들은 킥보드 관련 전용개인보험 출시를 꺼리고 있다. 업체별로 단체 킥보드보험은 있지만 개인용을 만들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최고 속도 25Km/h 미만, 중량 30kg 미만의 개인형 이동수단을 말하는 퍼스널모빌리티는 전동 킥보드 및 전동보드(전동휠), 전동스쿠터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 퍼스널모빌리티의 인기는 상승세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퍼스널모빌리티 규모가 2016년 약 6만5000대에서 2022년 20만~30만대로 빠르게 늘 것으로 추정했다. 덩달아 관련 사고도 증가세를 보인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6년 49건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890건을 기록했다. 3년 만에 18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킥보드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고 불릴 만큼 갑작스럽게 도로나 거리에서 등장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킥보드 이용자는 물론,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차량운전자나 행인을 위한 보험가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보험상품이 없다보니 많은 킥보드 이용자들이 무면허는 물론, 보험가입도 없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하는 보험으로는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이 있다. 흔히 자전거를 타고 가다 행인을 다치게 했을 경우 이 보험으로 배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퍼스널모빌리티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여서 일반 '자전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으로 보장이 어렵다는 얘기다.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은 항공기나 선박, 자동차 등 원동력이 인력에 의한 것이 아닌 기계에 의한 이동 수단에 따른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

또한 퍼스널모빌리티는 승용차나 오토바이처럼 번호판이나 배기량이 없다. 따라서 운전자보험 가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퍼스널모빌리티는 아직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아 자동차도 자전거도 아닌 애매한 처지가 돼 보험가입에 구멍이 생겼다.

보험사들이 퍼스널모빌리티보험상품 개발에 소극적인 이유는 킥보드를 타다 사고가 나도 입증이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차량 블랙박스나 도로 CCTV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은 어떤 경위로 사고가 났는지 보험사가 알기 힘들다.

또한 소액보험사기에 부정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킥보드는 '킥라니'라 불릴만큼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올 수 있어 사고 위험이 높다"며 "이런 점을 악용해 자동차, 혹은 행인과 사고를 고의로 내는 보험사기범이 대거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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