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어서와~제로금리는 처음이지’ 고심 깊어지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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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사상최저치로 떨어지며 기업들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역마진 부담, 투자수익률 부진에 빠진 보험사의 고심이 깊어진다./그래픽=김민준 기자
기준금리가 사상최저치로 떨어지며 기업들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금리 연관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의 고심이 깊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후폭풍을 제대로 맞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에서 6조원 이상의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을 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투자수익률 악화까지 겹친 보험사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90년대 말부터 저금리로 8곳의 보험사가 연쇄파산한 일본의 사례가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역마진에 투자부진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28일 기준금리를 0.50%로 0.25% 인하했다. 3월에 1.25%에서 0.75%로 기준금리 ‘빅컷’(0.5% 인하)을 단행한 뒤 두 달 만에 금리를 또 내렸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국내 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통화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보험사는 비상이 걸렸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투자수익률 부진에 허덕여서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 보험료를 국고채 및 회사채에 투자한 운용수익률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로 국고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해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1.3%대에 그치고 있다. 이날 정부가 3차 추경안을 발표하며 국고채 금리가 소폭 상승했지만 1.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보험업계에서는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최소 2% 수준은 돼야 의미있는 수익을 낸다고 본다. 지난해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최고 2.05%를 기록한 바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현재 1.3%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금리하락에 보험사 운용자산수익률은 3%대에서 허덕인다. 2000년대 초 6.9%까지 올라갔던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은 2010년 5%대로 떨어졌다. 2012년에는 기준금리가 1%대로 낮아지며 수년간 보험사 운용수익에 영향을 줬다. 결국 2016년 운용자산이익률은 3%대로 하락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져 올해 운용자산이익률은 최악의 경우 2%대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46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1% 감소했다. 특히 저금리 직격탄을 맞은 생보사의 1분기 순이익은 778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4%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업부진, 사상 최저 기준금리에 투자수익률 부진까지 예고되고 있어 2분기 보험사 실적은 더 암울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보험 역마진도 문제다. 1990~2000년대만 해도 저축성보험은 연 5% 이상의 고금리가 보장됐다. 이 시기 보험사들은 대거 가입자를 늘려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이 상품의 가입자들이 현재의 1%대 금리 상황에서 보험금을 타가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역마진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역마진 액수가 6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산 매각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매분기 실적이 중요한 상장사 입장에서는 자산 매각이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지다. 단기적인 실적 회복을 위해 보유 부동산, 채권 등을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분기 삼성생명은 채권과 부동산을 3950억원 어치 팔았고 한화생명도 달러채권 교체매매를 통해 영업손실 약 3000억원을 메웠다. 현대해상과 신한생명은 각각 강남센터와 신한 L타워 매각에 나섰다.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가능한 선택지는 자산 매각인대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방법은 아니라 고심이 크다”면서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영업에도 타격이 있다. 현재로서는 실적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일본 보험사 전철 밟나


저금리 위기 상황에서 보험사의 또 다른 선택지는 보험료 인상이다. 이미 생보사들은 지난 4월 예정이율을 0.25% 인하해 보험료를 올렸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서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말한다. 통상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0.25% 낮추면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올해 한번 예정이율을 인하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무작정 보험료를 또 올리기는 부담스럽다. 보험료 인상 시 특정 상품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금리 상황으로 보험사들의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곧 예정이율이 인하된다며 자체적으로 절판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보험업계에서는 상반기는 아니더라도 하반기 예정이율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과거 일본은 저금리 여파에 보험사들이 파산했다. 1997년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2008년 야마토생명에 이르기까지 8개 보험사가 문을 닫았다. 1990년대 초부터 제로 수준의 단기금리와 연 2% 이하 장기금리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국내 보험업계 역시 일본과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체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당장 몇 년 안에 일본처럼 파산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저금리 기조에선 결국 재무건전성 강화 등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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