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공습]① 그놈이 그놈… 어떤 식품이 원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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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 영화 ‘기생충’ 속 그 맛, ‘짜파구리’가 지난 4월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 짜파구리는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이색 레시피로 ‘기생충’에 등장하며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농심은 짜파구리 정식 출시를 검토했고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두달여 만에 제품을 내놨다. 

#. 짜파구리가 출시되기 전에 이보다 먼저 나온 혼합 버전 라면이 있다. 오뚜기의 ‘진진짜라’가 그 주인공이다. 농심 짜파구리 레시피가 ‘기생충’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자 오뚜기는 이에 착안해 자사 라면인 ‘진짬뽕’과 ‘진짜장’을 결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타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해 만든 유사 제품, 이른바 ‘미투’상품이다.

미투제품이 원조제품을 앞선다. 식품업계의 미투 관행은 이런 수준까지 진화했다. 미투상품은 시장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할 목적으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미투상품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소송전과 비방전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끝없는 경쟁이 낳은 식품업계 ‘미투 잔혹사’를 살펴봤다.



베끼고 싸우고… 미투상품 잔혹사 



국내 식품업계에서 미투의 역사는 길다. 최초의 미투상품은 초코파이. 1974년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이 내놓은 초코파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초코파이 출시에 열을 올렸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은 제품명마저 그대로 초코파이를 가져다 썼다. 하지만 오리온은 ‘초코파이’ 대신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 등록을 하는 바람에 ‘초코파이’의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식품업계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미투가 관행으로 굳어졌다. ‘베끼기’나 ‘표절’이라는 부정적인 시각 대신 하나의 마케팅처럼 여겨졌을 정도다. 1993년 비락이 식혜 상품화에 성공했을 당시엔 60여개 음료업체가 우르르 식혜시장이 진출하는 일이 있었다. 2014년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출시됐을 때는 유사제품이 40여개에 달했다.

라면시장에선 미투상품이 트렌드를 만든다. 2011년에는 흰 국물 라면 열풍이 불었다. 팔도의 ‘꼬꼬면’을 시작으로 삼양식품의 ‘나가사키 짬뽕’, 오뚜기의 ‘기스면’ 등 미투상품이 출시되면서다. 2015년에는 짬뽕라면 대전이 펼쳐졌다. 오뚜기 ‘진짬뽕’이 인기를 끌자 농심 ‘맛짬뽕’, 팔도 ‘불짬뽕’, 삼양 ‘갓짬뽕’ 등이 일제히 시장에 나왔다.

2015년 주류업계에 출시된 과일소주 라인업. (왼쪽부터) 무학 '좋은데이', 롯데칠성음료 '순하리 처음처럼', 하이트진로 '자몽에 이슬'. /디자인=뉴스1


경쟁이 치열한 주류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과일소주’라고 불리는 과일리큐르도 미투상품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사례다. 롯데주류가 출시한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이 인기를 끌자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이 뒤이어 출시됐다.

최근에는 가정간편식(HMR)시장이 커지면서 미투상품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는 지난해 파우치죽에 이어 올해 상온 HMR시장에서 또다시 맞붙었다. 동원F&B가 출시한 ‘양반’ HMR제품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CJ제일제당과 동원F&B 간 모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동원F&B의 파우치죽의 포대 형태 및 디자인 구성이 비비고죽과 유사하다며 특허청에 부정경쟁행위로 신고한 바 있다. 부정경쟁행위는 정당한 대가 지불 없이 다른 이의 경쟁력에 편승해 영업하는 행위로 상표 무단 도용, 아이디어 탈취, 상품형태 모방 행위 등이 해당된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CJ제일제당이 자사 즉석밥 ‘컵반’을 동원 F&B가 모방했다며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은 “즉석밥 용기의 뚜껑 역할이 상품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기존 제품들이 갖는 통상적인 형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오리온 ‘초코파이’와 롯데제과 ‘초코파이’ ▲빙그레 ‘메로나’와 롯데푸드 ‘멜로니아’ ▲코카콜라 ‘암바사’와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광동제약 ‘힘찬하루 헛개차’와 CJ제일제당 ‘컨디션 헛개수’. /사진=각사





“도둑질 vs 공생전략”… 엇갈린 시선 



그동안 업계에서 미투상품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정 기업의 개발 성과에 무임승차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R&D) 의욕을 떨어뜨리고 업계 전반의 제품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원재료값 상승과 불황으로 식품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듦에 따라 미투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송전과 비방전이 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제과업계 라이벌인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90년대 초부터 초코파이, 마가렛트, 자일리톨껌, 후라보노 등의 상표권과 디자인을 놓고 소송전을 이어왔다.

다만 식품업계에선 미투 관행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치부되는 탓에 원조
업체가 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2017년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를 표절한 바나나맛젤리를 상대로 승소한 경우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바나나맛우유의 경우 1974년 출시돼 40년 넘게 한결같은 외관을 지킨 점이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상품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법원은 대부분 특허권이나 상표권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다”며 “제품의 맛이나 포장용기, 디자인 등이 유사하더라도 동일한 것이 아니라면 승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미투 관행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원조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되 차별점을 부각시킨 미투상품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2013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내놓은 뒤 미투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냉동만두시장이 확대됐다. 안주 간편식(HMR)시장은 대상 청정원이 2016년 ‘안주야’를 선보인 뒤 동원F&B, 오뚜기 등이 뛰어들며 시장규모를 5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투전략이 시장 파이를 키울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공
생이 아닌 공멸할 위험이 있다”며 “단순히 베끼기 보단 아이디어를 침해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퀴즈] 원조를 맞혀보세요!

오리온 ‘초코파이’ vs 롯데제과 ‘초코파이’
삼양식품 ‘짱구’ vs 크라운제과 ‘못말리는 신짱’ VS 롯데제과 ‘크레용 신짱’
남양유업 ‘니어워터’ vs 롯데칠성음료 ‘이프로’
코카콜라 ‘암바사’ vs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코카콜라 ‘글라소비타민워터’ vs 롯데칠성음료 ‘데일리C비타민워터’
광동제약 ‘힘찬하루 헛개차’ vs CJ제일제당 ‘컨디션 헛개수’
해태제과 ‘누가바’ vs 롯데푸드 ‘누크바’
빙그레 ‘메로나’ vs 롯데푸드 ‘멜로니아’

정답: 왼쪽에 적힌 제품들이 모두 원조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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