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공습]② '잽싸게 스틸'… 짝퉁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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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A대형마트 과자 진열대. 얼핏 보면 똑같은 제품들이 눈에 띈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표가 다르다. 한 제품은 먼저 출시된 ‘원조’, 또 다른 제품은 원조를 따라서 만든 ‘미투제품’(Me-too·모방)이다. 물론 미투제품이 ‘원조’를 넘어서기란 힘들다. 원조 제품은 시간이 지나도 미투제품보다 판매율이 앞서는 등 나름의 자존심을 세운다. 

하지만 이따금 미투제품에게 그 자리를 내주기도 한다. 원조 인기에 편승해 개발 비용을 줄인 ‘미투 효과’다. 히트제품이 생기면 눈 깜짝할 사이에 복사품을 만들어내는 ‘미투’의 세계. 이제는 미투 마케팅을 넘어 업계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비단 식품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듀카이프 & NBA 마스크 앞면과 뒷면 전체 디자인/사진=한세엠케이
#. 직장인 김모씨는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탄 재킷을 고가에 구입, 뒤늦게 구매한 제품이 디자이너 브랜드 A사의 모방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동창모임에 해당 재킷을 입고 나갔다가 지인으로부터 “A브랜드 옷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알고 보니 A브랜드는 특유의 디자인으로 확고한 마니아층을 거느린 브랜드. 김씨를 비롯한 소비자들은 구입처에서 A브랜드의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가격대까지 비슷하게 모방한 것을 보고 큰 배신감을 느꼈다.


MCM vs M·CM·C… 미투 브랜드 난립




패션업계에 따르면 패션 브랜드들이 ‘미투 브랜드’ 난립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비슷한 디자인 제품을 그대로 출시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가 하면 상표권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유명 패션 브랜드 ‘MCM’이 중소 잡화 브랜드인 ‘M·CM·C’(믹맥랩)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 소송에서 대법원이 MCM의 손을 들어줬다. MCM은 M·CM·C의 상표 외관과 호칭 등이 비슷해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오인·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상표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M·CM·C가 자신의 명칭을 ‘믹맥랩’으로 부르면서 영업활동을 해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어졌다. 

재판부는 “M·CM·C는 수요자들이 특별한 어려움 없이 ‘엠씨엠씨’로 발음하게 되고, MCM은 ‘엠씨엠’으로 발음되는데, 첫 세 음절이 ‘엠씨엠’으로 동일하다”며 “M·CM·C는 수요자들이 저명한 선등록상표인 MCM을 쉽게 연상해 출처에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밝혔다. 

패션업계에 미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세실업의 자회사 한세엠케이는 지난 2018년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 듀카이프의 ‘마스크 모자’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의혹으로 고소를 당했다. 

듀카이프에 따르면 듀카이프는 2016년 9월 일명 ‘마스크 모자’를 내놨다. 마스크를 내려 코와 입을 가리거나, 모자 챙 위로 올릴 수 있는 제품. 이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대박’을 쳤으나 한세엠케이가 그해 10월 이와 유사한 제품을 내놓은 후 매출이 곤두박질 쳤다는 게 듀카이프 측 주장이다. 

다만 한세엠케이는 메인소재, 천 디자인, 버튼, 장식 등 전반적인 모든 사항에서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수사는 2년 넘게 진행됐는데 검찰은 지난해 9월 모방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앞서 이커머스업체 위메프는 송승렬 디자이너(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이사)가 제작한 ‘번개 스웨터 티셔츠’와 유사한 제품을 내놔 법정 소송까지 간 뒤 합의로 마무리됐다. 2013년엔 영국 브랜드 버버리가 쌍방울 TRY의 남성 속옷이 버버리 고유의 체크무늬를 도용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합의를 본 바 있다.


‘허니’부터 ‘만두까지’… 신경전 과열




패션업계뿐 아니라 식품 업계에서도 미투 소송은 끊임없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가격만 다를 뿐 콘셉트나 효과가 비슷한 제품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허니버터아몬드_사진제공=길림양행
최근에는 외국인에 인기가 좋은 견과류 과자 ‘허니버터아몬드’ 상표권을 놓고 벌인 소송전에서 길림양행이 머거본에 승리를 거뒀다. 머거본과 길림양행은 ‘허니버터아몬드’라는 같은 이름의 과자를 생산 중이다. 

두 회사 과자는 겉포장 모습도 매우 비슷하지만 길림양행 상표 등록 시기가(2015년 10월) 머거본보다 앞선다. 머거본은 “길림양행의 허니버터아몬드가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허니버터칩을 모방한 것이니 상표등록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대법원은 “허니버터아몬드의 허니버터칩이 별개 등록 상표로 볼 수 있다”며 머거본의 패소를 확정했다. 

표절을 둘러싼 식품업계의 신경전도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팔도가 베껴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며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매일유업은 과거 서울우유가 커피음료인 ‘바리스타즈 카페라떼’를 출시하자 상표권 침해라며 1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신제품 출시 뒷전… 경쟁력 약화




미투제품은 패션과 식품 등 업계 전반에 뿌리박힌 관행처럼 만연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미투제품’이 나오는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설명한다. 사업 초기 시장분석, 연구 개발비, 조사비용 등 투자해야 하는 자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그 첫 번째. 이 때문에 기업들이 인기상품을 모방해 적은 돈과 노력을 가지고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셔츠와 바지 등 상품의 기본적인 형태가 비슷한 패션업 특성상 창조와 모방을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표절 시비가 만연하다”며 “셔츠나 바지 일부 형태를 변형했다고 해서 독창성을 인정받기 힘든 구조일뿐더러 계절·유행 주기가 빠른 것도 표절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잘 나가는 제품을 모방하면 어느 정도 보장된 수익과 편한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업계 특성상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은 쉽게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벌이는 프로모션 가격을 인하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면 원 브랜드 상품도 추월할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들이 미투제품 전략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으니 쉽게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끌지 몰라도 양질의 제품 개발에 힘들 쏟는 쪽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특허 관련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양지민 변호사는 “이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선 형사 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느슨한 법 조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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