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달의 지난주 KBO] 떠나는 한용덕을 위한 마지막 변(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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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한용덕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구단 역대 최다연패의 끝은 경질이었다.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이 14연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2-8로 패했다. 타자들이 상대 선발투수 이재학에게 2안타로 묶인 사이 마운드가 또다시 무너졌다.

한화 구단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한용덕 감독의 사퇴 소식을 전했다. 한용덕 감독은 경기 이후 정민철 단장을 만나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를 구단이 수용했다. 한 감독은 이미 지난주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감독은 여러 의미로 한화 구단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였던 2017년 10월 친정팀의 부름을 받고 감독을 맡았다. 첫 해부터 리그 3위에 오르며 구단의 염원인 가을야구 진출 업적을 달성했으나 다음 시즌 9위로 급격히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최하위를 달린다. 와중에 7일 경기 결과로 팀 역사상 최다인 14연패에 빠졌다.

한화가 연패행진을 이어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대부분의 화살이 한용덕 감독에게로 쏠렸다.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에 도배됐다. 구단으로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성적까지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결국 한 감독은 쓸쓸히 모자를 내려놨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한 감독에게만 지우는 게 맞을까. 한 감독에게도 변명할 거리는 존재한다.

한화 이글스의 부진 책임을 한용덕 감독(왼쪽)에게만 돌리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의 부진 책임을 한용덕 감독(왼쪽)에게만 돌리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사진=뉴스1
우선 한화의 성적 부진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구단을 맡았지만 성적은 신통찮았다. 2009년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는 10년 동안 꼴찌로 마친 시즌만 4번에 달한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소폭 성적이 상승했지만 뒷심 부족 등이 겹치며 가을 문턱을 밟지 못했다.

한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대한 염원을 11년 만에 풀었다.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강력한 불펜 마운드와 타선의 활약이 겹쳐 시너지를 냈다. 마운드에서는 박상원과 서균 등 젊은 투수들이 분전했다. 타석에서는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을 비롯해 이성열, 이용규, 송광민 등 베테랑들이 커리어에서 손꼽히는 시즌을 보냈다. 이 선수들의 구성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워윅 서폴드-채드 벨 2명의 외국인 투수가 합류하며 더 강화됐다.

일각의 비판과는 다르게 한 감독은 최대한 신구 조화를 추구했다. 연패 기간 동안 일각에서는 한용덕 감독이 성적이 떨어졌음에도 라인업에서 베테랑만을 고집하고 신인들을 소극적으로 기용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한 감독은 오히려 젊은 선수들을 눈에 띄게 자주 기용했다. 붙박이 2루수던 정근우 대신 팀의 미래로 점찍은 정은원에게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되레 정근우를 외야수로 쓰는 실험을 했다가 지난해 겨울 뛸 기회를 위해 LG 트윈스로 보냈다.

외야의 이동훈과 장진혁, 내야의 노시환과 김태연, 변우혁, 마운드의 김이환과 김민우 등도 한 감독 휘하에서 꾸준히 얼굴을 보였다. 부상 전까지 팀의 주축이던 내야수 하주석도 1994년생으로 아직 젊다. 30대 초중반 선수들이 가득했던 김성근 감독 시절보다 오히려 면면 자체는 어려졌다.

다만 이들의 성장세보다 베테랑들의 하락세가 더 급격히 찾아왔다는 게 문제다. 한화의 베테랑들은 저마다 부진과 잡음으로 '중심'이 되지 못했다.

내야수 김태균(오른쪽) 등 한화 이글스의 베타랑들은 이번 시즌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뉴스1
내야수 김태균(오른쪽) 등 한화 이글스의 베타랑들은 이번 시즌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뉴스1
2017시즌부터 3년 연속 팀 내 타율 1위였던 김태균은 올해 16경기에서 3타점 0.156의 타율만을 기록했다. 홈런은 없다. 같은 기간 매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렸던 이성열의 이번 시즌 기록은 2홈런 13타점 0.226의 타율이다.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팀을 지킨 송광민도 시즌 초반의 맹타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용규는 트레이드 파문으로 팀을 떠났다가 올해 돌아왔고 정근우는 떠났다. 투수진의 무게를 잡던 송창식, 박정진, 송은범, 배영수 등도 타 팀으로 떠나거나 은퇴, 혹은 2군에 머물러있다. 든든히 중심을 잡아야 할 베테랑들이 저마다 흩어지거나 부진의 원흉이 된 모습이다.

악재도 겹쳤다. 팀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내야수 하주석과 든든한 백업 오선진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외국인 투수 채드 벨도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 첫 달을 날리다시피 했다. 여기에 구단을 둘러싼 이슈도 끊이지 않았다. 주장 이용규가 개막 시리즈 직후 심판 판정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고 투수 박상원은 '기합소리' 논란에 휩싸였다. 초반의 무난했던 흐름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스포츠는 결국 결과로 말한다. 선수단을 대표하는 건 결국 감독이다. 선수단이 부진했고 한 감독은 대표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한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에는 주어진 상황도 충분히 변명의 여지가 있다. 뒤늦게 '한 감독 탓만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110경기나 남은 상황에서 감독이 물러난 만큼 한화는 이제 정말 확실하게 방향을 잡고 팀을 운영해야 한다. 한 감독의 사퇴가 침체된 구단에 일말이나마 변화의 가능성을 불러와야 한다는 게 야구팬들의 입장이다.
 

안경달
안경달 gunners92@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기자 안경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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