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달의 野談] '이미 역대급' 한화, 연패 기록보단 미래 봐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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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초 0-5로 뒤진 채 패색이 짙어지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초 0-5로 뒤진 채 패색이 짙어지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역대 최다연패 기록까지 단 1패만을 남겨놨다. 구단 역사는 물론 KBO 역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장기 부진을 겪고 있다. 반등은 고사하고 당장의 돌파구마저 요원하다.

최근 10년 동안 부진을 거듭한 한화지만 올해는 정말 심각하다. 그동안 감춰왔던 상처가 한 번에 곪아 터진 듯한 모습이다. 팀 전체를 부담감과 긴장감이 강하게 누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눈 앞보다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때다.

한화 이글스 투수 워윅 서폴드가 지난달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 투수 워윅 서폴드가 지난달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역대급 시즌… 한화,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5월까지만 해도 한화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SK 와이번스와의 개막 시리즈를 위닝으로 장식했다.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의 완봉승도 껴있었다.

5월 중순까지는 계속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머물며 중위권 다툼을 이어갔다. 패하더라도 최소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경기는 없었다. 매 경기 꼬박꼬박 득점하며 상대를 긴장시켰다. 독보적 1위였던 NC 다이노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5월22일)에서도 5-3 깜짝승을 거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날 이후 한화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NC와의 이어진 2경기를 내리 패했고 뒤따른 LG 트윈스와의 3연전도 스윕패했다. 5월 마지막 시리즈였던 SK와의 3연전 연패는 결정타였다. SK는 한화에게 루징 시리즈를 당한 뒤 리그에서 10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상황이었다. SK에게까지 3연패를 당하며 한화와 SK는 최하위 자리를 맞바꿨다.

결과만 나쁜 게 아니었다. 선수단이 마치 단체로 최면에 걸린 듯 무리하거나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했다. 내야수 하주석과 오선진의 부상이 큰 영향을 끼쳤다. 주전 유격수인 하주석은 부상 전까지 12경기에 나와 42타수 14안타 7타점 0.333의 타율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루와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오선진도 0.346의 타율로 제 몫을 다했다.

하주석과 오선진의 동반 부진은 수비와 공격에 모두 구멍이 뚫린 격이었다. 두 선수는 33경기까지 치른 현재 상황에서도 팀 내 야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3, 4위에 올라있다. 두 선수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여실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두 선수의 부상과 동시에 이성열, 김태균, 송광민, 제라드 호잉 등 중심 타선의 부진이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한화 입장에서는 더욱 아쉽다.

한용덕 전 한화 이글스 감독(왼쪽)과 선수들이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용덕 전 한화 이글스 감독(왼쪽)과 선수들이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화는 6월 들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상위권 구단인 키움 히어로즈와 NC에게 6월 첫 6연전을 내리 패했다. 결국 한용덕 감독이 사퇴 형식으로 지난 7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빈 자리는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이 1군 감독대행 직함으로 급히 매웠다.

한화는 최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서 곧바로 강도 높은 변화를 추진했다. 투수 장시환 안영명 이태양 김이환, 내야수 송광민 이성열 김회성 김문호, 외야수 최진행, 포수 이해창 등 10명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부분 베테랑임에도 이번 시즌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이들의 빈자리는 윤호솔 문동욱 황영국 강재민(이상 투수), 박상언(포수), 박한결 박정현(내야수), 장운호 최인호(외야수) 등 젊은 선수들이 채웠다.

그럼에도 한화는 최 감독대행 부임 후 첫 시리즈인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또다시 3연패를 기록했다. 어느덧 한화의 연패 기록은 '17'까지 늘어났다. 1985시즌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긴 역대 최다연패 기록(18연패)에 단 1패만을 남겨놨다. 1~2경기만 더 패하면 한화는 KBO 역사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가운데)이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정경배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가운데)이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정경배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너무 멀리 돌아왔다… 기록 신경쓰지 않아야할 때


최 감독대행은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연패를 끊고 연패 기록 달성도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를 반영한 듯 한화 선수단은 초반부터 거세게 롯데를 몰아붙였다. 타선은 1, 2, 4회 공격상황에서 연이어 만루 찬스를 만들며 상대 선발투수 서준원을 압박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로 나선 장민재가 단 40구만을 던지고 3회초 김범수로 교체됐다.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0-4로 뒤진 6회말 등판하는 등 한화 덕아웃은 모든 걸 쏟아부으며 승리를 노렸다. 그럼에도 득점권 기회를 연이어 날리며 최종 스코어 0-5로 패배했다.

한화는 12일부터 대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만난다. 두산은 이날까지 20승12패를 기록하며 LG와 리그 공동 2위를 질주하고 있다. 2015시즌부터 5년 동안 상대 전적 48승32패를 기록하는 등 한화에게 유독 강하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한화가 연패를 벗어나기에는 다소 버거운 상대다.

부담을 벗어야 한다. 한화는 이미 KBO 역대 2위 타이기록(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해당하는 연패에 빠졌다. 두산과의 첫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미 KBO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남겼다. 1경기 차이로 역대 1, 2위가 갈리지만 이를 신경쓰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왔다.

한화 선수들은 10연패 기로에 섰을 때부터 이미 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경기 중 드러났다. 지난 3일 열린 키움과의 경기가 단적인 예다. 4회말 무리한 주루로 홈에서 아웃당한 정진호, 1회초 수비 상황에서 무리한 홈 송구로 주자 진루를 허용한 이용규의 실책은 한화 선수들이 안고 있는 부담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였다. 1실점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1점이라도 어떻게든 내겠다는 절박함이 상황에 상관없이 무리한 플레이로 이어졌다. 팀에서 유일하게 버티던 선발투수진도 1실점이 가지는 부담감으로 연이어 무너지는 풍경이 자주 나왔다.

최 감독대행은 부임과 동시에 1군 베테랑과 2군 신예들의 자리를 바꾸며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라고 밝혔다. 강제적인 세대교체가 아니라 이번에 올라온 신예들도 베테랑에게 충분히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한화에게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기를 마냥 기다리는 동안 팀의 주축은 여전히 30대 후반의 베테랑들이었다. 젊은 선수들 중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이는 거의 없었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 하주석이나 정근우의 포지션까지 바꿔가며 한용덕 전 감독이 기회를 줬던 정은원 등이 그나마 한화가 믿고 버틸 만한 20대 선수들이다.

한화는 5년 전 돌입했어야 할 세대교체를 이제서야 제대로 시작한다. 어떤 팀이든 선수들이 크고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려면 일정 수준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유야무야 버텨왔기에 오히려 지금부터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시즌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화 선수들은 매 경기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연패를 끊고 반등을 노려야 한다. 선수단도 이미 그같은 각오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외부에서 이제부터는 더 인내와 여유를 가지고 한화를 바라봐야 한다. 더 이상 연패 기록은 의미가 없다. 한화의 5년 뒤, 10년 뒤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만 달렸을 뿐이다.
 

안경달
안경달 gunners92@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기자 안경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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