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 TV홈쇼핑…'갑' 판매수수료 위 '슈퍼 갑' 송출수수료

[‘을질’하는 TV홈쇼핑 ②] 재주는 홈쇼핑이… 돈은 망 사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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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TV홈쇼핑업계가 위기다. 달라진 쇼핑트렌드와 경쟁심화 등으로 주도권을 급속히 잃은 것. 내부 살림도 나빠졌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인데 나가는 돈만 많아지고 있다. 정작 손에 쥐는 이익은 얼마 되지 않음에도 판매수수료와 관련한 ‘갑질 꼬리표’는 여전하다. 비대면(언택트) 쇼핑의 원조, 잘 나가던 TV홈쇼핑업계는 왜 한계에 직면한 걸까.
# 1000원짜리 상품을 홈쇼핑을 통해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홈쇼핑이 챙기는 판매 수수료는 287원. 나머지 713원은 상품원가와 이익 등이 더해진 협력업체 몫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홈쇼핑이 287원을 고스란히 챙기는 것은 아니다. 벌어들인 287원에서 송출수수료로 153원을 내고 제품의 물류와 콜센터 등의 비용으로 102원을 쓴다. 다 떼고 남은 32원. 홈쇼핑사가 챙기는 진짜 이익이다.

을질 하는 홈쇼핑/디자인=김은옥 기자
홈쇼핑업계가 수수료 문제로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갑질’ 관행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중소 납품업체를 상대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이미지를 떨칠 수 없어서다.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이 판매수수료가 모두 홈쇼핑사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 판매수수료 중 50% 이상이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IPTV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로 나간다. 중소 납품업체에게 홈쇼핑이 ‘갑’이라면 IPTV 사업자는 ‘슈퍼 갑’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PTV 사업자가 ‘슈퍼갑’인 이유



홈쇼핑사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건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납품업체 위에 홈쇼핑이 있다면 그런 홈쇼핑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위치에 IPTV 사업자가 있는 구조다. 납품업체들은 홈쇼핑이 주요 판매 창구가 되고 홈쇼핑사는 채널 장사 권한을 갖고 있는 IPTV 사업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왜일까. TV홈쇼핑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 채널’ 잡기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팔더라도 노출이 되지 않으면 매출과 직결되지 않아서다. 지상파 방송과 인접한 번호로 소비자가 채널을 돌리다 쉽게 진입할 수 있어야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2018년 KT 올레TV 개편 당시 존재감이 없던 ‘SK스토아’가 4번 채널을 차지한 후 업계 분기 매출 1위를 달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4번, 6번, 8번, 10번, 12번’. 홈쇼핑업체 사이에 좋은 번호를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경쟁이 과열될수록 송출수수료는 치솟는다. IPTV 사업자들이 ‘황금 채널 송출’을 명목으로 받아가는 송출수수료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체는 자사 이익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GS·CJ·롯데·현대·NS·홈앤·공영홈쇼핑 등 국내 주요 7개 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는 2014년 처음으로 1조원(1조454억원)을 넘어선 뒤 매년 증가했다. 

T커머스(T-commerce, 데이터 홈쇼핑 채널) 5개 기업까지 더할 경우 송출수수료는 ▲2015년 1조1445억원 ▲2016년 1조2535억원 ▲2017년 1조3874억원 ▲2018년 1조6337억원 ▲2019년 1조7500억원 등으로 매해 평균 8%대 인상률을 보였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2014년 31.8%이던 이 비중은 2018년 48.7%까지 커졌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이 비중이 50%를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홈쇼핑이 1만원을 벌면 그중에 5000원 이상이 송출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업체별로는 매출대비 85%를 송출수수료로 내는 곳도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홈앤쇼핑의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는 84.7%에 달했다. 이어 ▲신세계TV쇼핑 57% ▲SK스토아 56.6% ▲GS홈쇼핑 50.1% ▲W쇼핑 49.3% ▲롯데홈쇼핑 46.6% ▲CJ오쇼핑 45.7% ▲티알엔 44.6% ▲현대홈쇼핑 44.1% ▲공영홈쇼핑 40.1% ▲케이티하이텔 34.9% ▲NS홈쇼핑 34.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홈쇼핑 방송 매출액은 2017년 3조5333억원을 기점으로 2018년 3조4938억원을 기록하는 등 점차 쪼그라드는 추세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매출액은 줄고 T커머스 사업자로 경쟁까지 치열해진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만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놓여있다”며 “홈쇼핑 판매수수료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은 돈 벌어서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300억원’ 합의 실패하면… 뒷번호로 밀려



IPTV 사업자가 송출수수료로 챙기는 돈은 그만큼 많아졌다. IPTV 사업자의 매출액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127억원으로 2017년 전 4890억원보다 45.7%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각각 인수하면서 IPTV의 시장 지위가 더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21%대 ▲SK브로드밴드 14%대 ▲LG유플러스 12%대 등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9.6% 점유율인 티브로드가 SK에, 12.6%의 CJ헬로가 LG유플러스 품에 각각 안기면서 IPTV 3사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롯데홈쇼핑 함께 가는 중소기업 특별전 방송.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롯데홈쇼핑
업계는 IPTV의 지위가 더 커지면서 매년 진행되는 송출수수료 협상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르는 게 값인 상황에서 ‘슈퍼갑’이 3사로 늘어나 더 ‘을’의 위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사무처 실장은 “연평균 40%에 이르는 IPTV의 급격한 송출수수료 인상이 가장 큰 문제”라며 “IPTV가 케이블TV를 인수·합병하면서 힘이 더 세져 부담이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문제다. “300억”, “40% 인상” 등 IPTV 사업자들이 원하는 인상안을 내놓으면 홈쇼핑업체들은 이를 어떻게든 낮추기 위한 끝없는 협상을 반복한다. 이 때문에 매년 3월 시작되는 협상이 해를 넘겨 마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합의하지 못하면 홈쇼핑사는 ‘황금 채널’과 거리가 먼 뒷번호를 배정받고 재협상을 기다려야 한다.

홈쇼핑업계 한 임원은 “망 사업자가 제시한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매출과 황금채널 모두를 잃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주는 셈”이라며 “송출수수료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결국 공멸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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