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 'TV홈쇼핑'은 왜 '미운오리'가 됐나

[‘을질’하는 TV홈쇼핑 ③] 몰락 배경 살펴보니… 경쟁 밀리고 정책에 치이는 '천덕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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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TV홈쇼핑업계가 위기다. 달라진 쇼핑트렌드와 경쟁심화 등으로 주도권을 급속히 잃은 것. 내부 살림도 나빠졌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인데 나가는 돈만 많아지고 있다. 정작 손에 쥐는 이익은 얼마 되지 않음에도 판매수수료와 관련한 ‘갑질 꼬리표’는 여전하다. 비대면(언택트) 쇼핑의 원조, 잘 나가던 TV홈쇼핑업계는 왜 한계에 직면한 걸까.
경쟁에 밀리고, 정책에 치이고 몰락한 TV홈쇼핑. /디자인=김은옥 기자
한때 잘 나가던 TV홈쇼핑업계가 경쟁 과잉과 수요 감소로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가뜩이나 제자리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쇼핑사 입장에선 양 날개가 묶인 셈. 경쟁이 심화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송출수수료는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 됐다. TV홈쇼핑은 다시 백조가 될 수 있을까.



모바일 쇼핑·T커머스 성장… 주도권 위축




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은 내우외환에 처했다. 외부적으론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바뀌면서 주도권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최근엔 e커머스업계와 대형포털을 필두로 실시간 상품 판매 방송인 라이브커머스까지 가세하면서 TV홈쇼핑을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몇 안되는 TV채널 사이의 전쟁이었다면 이제는 T커머스(T-commerce, 데이터 홈쇼핑 채널)를 넘어 라이브커머스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문제는 이와 같은 경쟁이 TV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현재 실시간 TV홈쇼핑채널 7개, T커머스 10개가 경쟁 중이다. 7개 실시간 홈쇼핑 채널이 홈쇼핑 전체 매출의 95.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최근 T커머스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송출수수료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7개 채널 경쟁… 송출수수료 증가로



실제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는 T커머스의 성장 시기와 일치한다. T커머스는 데이터 방송 활성화 취지로 2005년 10개 사업자가 승인됐으나 개점휴업을 면치 못하다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가이드로 사업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송출수수료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해도 2014년이다. 이후 경쟁이 심화되면서 송출수수료는 매년 8%대 신장률을 보이며 2019년 1조 75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이 좋은 번호대를 차지하려는 소위 ‘황금 채널 경쟁’이 주원인이지만 IPTV 사업자와 T커머스 강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도 보고 있다. IPTV 사업자들이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황금 채널 금액을 높게 제안하고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T커머스 자회사에 해당 채널을 넘기는 구조라는 것이다. KT의 T커머스 자회사 K쇼핑과 SK브로드밴드의 SK스토아가 대표적이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 모습./사진=뉴시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가 부동산 호가와 같은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며 “매년 말도 안되는 인상을 하고 있지만 몸값을 낮추지 않기 위해 수수료를 조정하는 대신 자회사에게 해당 채널을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경우 계열사끼리 돈이 돌기 때문에 IPTV 사업자와 T커머스 업체가 윈윈하는 구조로 채널 몸값만 올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수수료 인상이 물건값으로 ‘악순환’



홈쇼핑업계는 이렇게 올라간 송출수수료가 결국 판매수수료나 소비자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편성권은 IPTV 사업자의 고유 권한이어서 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순 없지만 매년 과도한 수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홈쇼핑사만 이를 감내할 순 없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송출수수료가 TV홈쇼핑 영업이익 하락을 가져옴은 물론 협력사 수수료 인상으로 중소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종 부담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가 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락가락 주무부처… 규제는 ‘몰빵’




오락가락하는 주무부처 또한 TV홈쇼핑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분산된 정책창구다. 같은 방송이지만 홈쇼핑과 유료방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전담하고 지상파와 종편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관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만 해도 기존 정보통신부가 폐지되면서 방통위가 방송·통신 분야의 모든 업무를 관장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에 업무 권한을 일부 넘겨주면서 홈쇼핑과 유료방송이 과기부 담당이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는 이슈마다 어느 부처 소관인지 헷갈릴 뿐 아니라 과기부 담당자들이 방송 관련 업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실효성 있는 TV홈쇼핑 정책을 추진하려면 과기부와 방통위 등으로 분산된 정책창구를 일원화하거나 역할분담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유독 홈쇼핑 산업에만 규제 강도가 높은 것도 원인이다. 홈쇼핑사들은 중소기업 편성 비중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방송발전기금 납부, 방송 심의 등 각종 제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근 핫하게 떠오르는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방송법상 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쇼호스트의 표현 등도 홈쇼핑보다 훨씬 자유롭다.

최재성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공정 경쟁을 위해선 사실상 통신판매업자 역할을 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TV홈쇼핑에 대한 기존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향적이고 유연한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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