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상품, 서비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의미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임한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우리나라 물가가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물지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 저물가)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25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디플레이션과 관련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급격하게 둔화된 데에는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측 요인의 물가압력 약화,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며 “상품, 서비스 전반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의미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상당히 지연될 경우 경제 주체의 기대 인플레이션과 추세적 물가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경기 회복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투자·소비가 아닌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만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이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그동안 진정 기미를 보였던 주택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여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최근의 경기와 물가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자산가격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불균형 위험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면서 대처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당분간 현행 물가안정목표제(2%)를 유지하고 대체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18년 말 3년 주기로 운영해 왔던 물가안정목표를 2%로 고정, 개편한 바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밑도는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대 중반에서 4월 0.1%, 5월 마이너스(-)0.3%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해 활용할 것”이라며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통화정책 체계도 국제 논의를 참조해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물가안정목표제를 대체할 정책체계에 관해 이론적 논의만 무성한 가운데 구체적 해법에 대해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현 물가안정목표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관리 등 다양한 수단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은 단순히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주체와 경제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 매출 급감을 경험할 경우 극단적 위험회피성향을 갖는 '슈퍼세이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그는 “한은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충격이 우리 경제에 항구적인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인하하고 무제한 RP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가능성을 경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