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기車로 똘똘 뭉친 ‘4각 편대 뜬다’

글로벌 합종연횡 분위기 속 국내업체 간 협력에 눈길

 
 
기사공유
신년회 자리함께한 재계 인사들. 왼쪽부터 구광모 LG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K-방역, K-팝, K-푸드 등 수많은 K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최근엔 ‘K-배터리 동맹’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잇따라 만나 미래형 전기차 배터리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국내 기업 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신조어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점차 엄격해지는 환경규제 속에서 처절한 생존게임을 시작한 만큼 각 기업은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꼽는다. 글로벌기업의 분주한 ‘합종연횡’이 한국의 자동차제조사와 배터리제조사가 두 손을 꽉 맞잡은 배경이다.



손꼽는 실력에도 불안감 여전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세계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은 ▲1위 LG화학(25.5%) ▲2위 일본 파나소닉(22.9%) ▲3위 중국 CATL(21%) ▲5위 삼성SDI(5.6%) ▲7위 SK이노베이션(4.2%) 등이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전기차를 팔아 글로벌 판매량 4위에 올랐다. 1위는 테슬라(8만8400대), 2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3위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이었다.

수치만 보면 여유를 부릴 법도 하지만 현재 글로벌 친환경차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있는 만큼 자동차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은 물론 배터리업체인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모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당장은 국내업체가 세계시장을 이끄는 분위기지만 앞으로 어떻게 판도가 뒤바뀔지 모를 일인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은 미국 제네럴모터스(GM)에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GM은 올 2월 LG화학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하며 협력관계를 돈독히 한 상황이지만 이번 발표처럼 ‘가격’과 ‘물량’을 앞세운 중국업체의 추격에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궈시안 하이테크를 인수했고 BMW도 중국배터리업체를 기웃거린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첫 순수전기차(BEV)를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 누적 27만여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2025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56만대를 팔아 세계 친환경차 판매 3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은 필수다. 정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잇따라 방문한 이유다.



어떤 기술 살펴봤나


그동안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는 상호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협력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됨에도 서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지난 5월 정 부회장이 이 부회장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며 반전됐다. 둘은 미래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배터리’(all-solid Battery) 기술개발현황과 신형 배터리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정 부회장은 전고체배터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외에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이동수단을 개발 중인 만큼 그에 걸맞은 첨단 배터리가 필요해서다. 현대차는 2018년 2월 전고체배터리 개발업체인 미국의 아이오닉 머터리얼스에 500만달러를, 같은해 5월에는 미국 솔리드파워에 3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토요타자동차가 일본 정부 산하 리튬이온배터리연구센터(LIBTEC)와 함께 2023년까지 전고체배터리 시제품을 내놓기로 하는 등 일본업체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 내부에 전자를 머금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만들어 안전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그는 6월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 구 회장과 만나 차세대 배터리를 살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이미 협력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데 LG화학은 이 배터리 분야에서 업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파우치형은 배터리 형태를 쉽게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한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핵심은 ‘가볍고 오래가고 안전한 배터리’다.



한국 전기차-배터리 동맹에 관심


정의선 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회장과도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세계에서 손꼽는 전기차 ‘큰손’으로 떠오른 현대·기아차나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국내 배터리업계도 서로를 배제하고서는 앞으로 사업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K-배터리 동맹’을 낳은 셈이다.

정 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회장과도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기아차는 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써왔고 이미 5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선주문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선보일 예정이고 1차 배터리 공급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2022년 2차 배터리 공급사는 LG화학이 선정됐다. 이 플랫폼은 유연한 설계 변경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탑재도 기대된다.

재계는 이처럼 첨단 미래산업을 추진하는 회사의 수장 간 만남이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국 전기차-배터리 동맹’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동수단과 스마트기기의 융합이 늘고 코로나19처럼 세계적 재난상황에 대비하려면 결국 믿을 만한 파트너와 손잡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전기차를 꼽은 만큼 국내기업의 협력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며 “앞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나 목적기반모빌리티 등 새로운 이동수단에서의 협력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산업부 박찬규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50%
  • 50%
  • 코스피 : 2407.49하락 30.0418:01 08/14
  • 코스닥 : 835.03하락 19.7418:01 08/14
  • 원달러 : 1184.60상승 1.318:01 08/14
  • 두바이유 : 44.80하락 0.1618:01 08/14
  • 금 : 44.18상승 0.5518:01 08/14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