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시간 기다리고… "입장 5분 만에 생로랑백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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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새벽 4시부터 줄을 섰데. 입장하는 데까지 기다리는 시간만 6시간30분. 빨리 와야 아무래도 더 좋은 제품을 사지.”

26일 오전 10시25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명품 재고 세일 대전이 열린 첫 날, 이곳을 찾은 한 고객의 증언이다.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을 싼 가격에 소위 득템하기 위해선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는 얘기.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열린 '명품 재고 세일 대전'/사진=김설아 기자



255만원→199만원… 30분 만에 인기 상품 '텅텅' 




롯데쇼핑은 이날부터 롯데백화점·롯데아울렛 8개점에서 면세점 해외 명품을 최대 60% 할인하는 ‘면세 명품 대전’ 본 행사를 시작했다. 이날은 개점 전부터 영등포역사와 롯데백화점을 잇는 3층 입구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번호표를 받는 줄과, 입장 대기줄이 분리돼 있었지만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과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0시30분. 백화점 문이 열리기도 전에 번호표가 300번대까지 소진됐다. 행사장에서 만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늘 1000번 정도까지 번호표가 준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명품대전 행사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입장은 한 번에 20명으로 제한됐다. 입장이 시작되자 1~20번대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이 일회용 비닐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한 뒤 총총걸음으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롯데백화점이 이날 준비한 해외 명품은 ▲끌로에 ▲생로랑 ▲지방시 ▲알렉산더맥퀸 ▲막스마라 ▲살바토레페라가모 ▲발렌티노 등 8개 브랜드다. 평균 할인율은 30~40%. 각 점포마다 10억원 상당의 명품 1000여개 상품이 입고됐다.

개점 5분도 채 안 돼 한 30대 여성고객은 생로랑 컬리지백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 제품 가격은 255만9000원. 점원이 쿠폰/할인 버튼을 클릭하자 56만원이 할인 됐고, 이 여성은 199만9000원을 결제한 뒤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한 여성 고객이 생로랑 제품을 계산하고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상품으로 가득했던 진열되는 30분이 지나지 않아 곳곳이 텅텅 비었다. 특히 생로랑 제품이 메인 자리에 놓여 인기를 끌었다. 한 젊은 남성이 명품백을 덥석 집어 들고 고민 없이 계산대로 향하자 행사장 안을 구경하던 한 주부는 “요즘 사람들은 몇 백만원짜리도 바로바로 잘 산다”며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경쟁하듯 물건을 고르는 상황이다 보니 초조해하는 고객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온 김지민(가명·48)씨는 “명품은 인터넷으로 사기도 꺼려지고 내 나이에는 직접 사는 게 제일 편해서 일찍부터 왔다”며 “생각보다 브랜드도 몇 가지 없고 종류도 많지 않은데, 지금 아니면 못 살까봐 일단 뭐라도 샀는데 너무 급하게 사서 교환해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열린 '명품 재고 세일 대전'/사진=김설아 기자
급박하게 돌아가는 행사장 안과 달리 대기줄 사람들은 지루해하면서도 혹시나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딸과 함께 대기줄에 서있던 주부 박모씨는 “8시 전에 도착해서 150번 대 번호표를 받았다”며 “지금 벌써 진열대가 비었다고 하는데 입장해서 살 게 없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번호표를 받기 위한 줄은 아직도 300여명의 고객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대기중 이었다. 번호표를 배부 중인 직원은 “400번 대는 오후 3시에 입장 대기줄로 오세요”라는 안내와 함께 400번 후반대 번호표를 배부 중이었다.

입장 대기 줄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이날 번호표 대기 줄에는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온 젊은 주부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최민경(가명·33)씨는 “아기를 봐줄 사람은 없지만, 우리 같은 서민이 명품을 싸게 살 기회라 아기를 데리고 아침부터 왔다”며 “오늘 나도 플렉스(flex, 자기만족을 중시하며 고가의 물건을 과시적으로 사는 소비 형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면세 명품 대전, '핫'한 인기 뒤 '불만'도 




‘면세 명품’은 전일 열린 프리 오픈 행사부터 ‘품절 흥행’을 시작하며 뜨거운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25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파주점, 롯데백화점 노원점 등 3곳에서 먼저 열린 행사에서는 오픈 5시간 만에 매출 5억4000만원을 달성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하루 목표 매출의 약 100%를 5시간 만에 달성한 것”이라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를 소비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로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구매에 지갑이 열리는 것 보니 소비심리가 어느 정도 살아나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며 “이번 행사 성공 여부가 소비심리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은 백화점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면세 명품 세일 대전과 관련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샤넬‧루이비통 등 인기 명품 브랜드가 참여하지 않은 점 ▲수량과 품목 다양화 실패로 제품 품절이 빠른 점 등이 불만으로 꼽혔다.

직장인 이지혜(가명‧37)씨는 “해외여행이 어렵다 보니 오랜만에 명품 쇼핑에 나섰는데 생각보다 브랜드도 별로 없고 종류도 많지 않아 이렇게까지 왔어야 됐나 싶을 정도”라며 “백화점에서 이번 기회에 악성 중 악성 재고만 털어내는 것 아닌지, 직구로도 이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솔직히 그렇게 싼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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