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O재팬'에도… '데상트 유니폼' 왜 못 바꾸나

[머니S리포트] ② “후원은 꼭 필요한데”… 스포츠 구단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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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일본 제품 불매운동 1년. 국민은 힘겹게 ‘NO재팬’ 운동을 이어가는데 일본 기업 로고를 달고 노심초사하는 업계가 있다. 바로 일본 기업 지원을 받는 스포츠계. 이들은 후원이라는 명목 하에 유니폼부터 공, 신발까지 일본산을 쓴다. 이들의 행보가 국민 정서와 다르다는 질타가 쏟아진지 1년. 왜 국내 스포츠계는 태극기와 일본 기업 로고를 동시에 달 수밖에 없는 걸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 동안 이어지면서 일본기업의 후원을 받은 스포츠 종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배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일본기업 아식스의 로고가 새겨진 모습. /사진=뉴스1 DB

#. “해당 기업과의 재계약은 절대 없다.” 지난해 8월 배우 정유미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와의 광고 계약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이에 맞선 한국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던 상황. 당시 DHC 자회사인 DHC TV에서 한국 내 일본산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쏟아졌다. 이에 정유미는 초상권 사용 철회와 모델 사용 중단을 요청하며 “망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동아오츠카와 후원 계약을 연장했다. 동아오츠카는 일본 오츠카 제약과 한국 동아쏘시오홀딩스가 50%씩 지분을 나눠 만든 합작 회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대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KBO는 20년째 리그의 공식 음료인 포카리스웨트에게 계속 후원받기로 결정했다. 

‘노 재팬’ 운동이 1년간 이어지면서 일본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후원을 받아온 스포츠 구단과 단체의 속앓이도 깊어졌다. 선수의 유니폼에 일본 브랜드 로고가 박힌 모습이 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스포츠단에서는 계약 문제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바둑은 ‘국내 유니폼’ 교체… 나머지는 왜?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상트, 아식스, 요넥스, TSP, 동아오츠카 등 일본 기업은 ▲야구·소프트볼 ▲배구 ▲배드민턴 ▲소프트테니스(정구) ▲수영 ▲스키 ▲육상 ▲체조 ▲카누 ▲탁구 등 국내 프로 및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국내 스포츠 종목 후원 문제는 지난해 7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년. 달라진 건 없었다. 불매운동을 인지하고 일본 유니폼을 쓰지 않기로 한 종목은 바둑이 유일하다. 

바둑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상반기 데상트와 유니폼 계약을 맺었지만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일부 일본 기업 인사의 혐한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브랜드 ‘자이크로’로 유니폼을 바꿨다. 당시 한국기원 측은 “많은 국민이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시점에 국가를 대표하는 바둑 선수단이 일본 브랜드의 제품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나머지 스포츠 종목들은 여전히 일본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장기 후원 계약을 파기하기 쉽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대체로 3~4년간 계약을 이어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불매운동으로 인해 그전에 맺은 계약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후원 계약을 파기할 경우 위약금 등 경제적인 문제도 뒤따른다. 

특히 유니폼이나 음료 등이 아닌 장비의 경우엔 경기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즌 중 장비 교체는 더 어렵다. 예컨대 농구의 경우 ‘몰텐’이 국제농구연맹(FIBA)의 공인구로 지정돼 있다. 국제대회 성적을 위해서는 해당 제품을 써야만 하는 셈이다. 

특히 영세한 종목에선 후원업체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계약 파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에서 별다른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스폰서인 일본 기업을 끊어내면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비인기 스포츠 연맹 측은 호소한다. 데상트의 후원을 받는 대한카누연맹, 아식스의 후원을 받는 한국비치발리볼 연맹 등이 대표적이다. 

한 스포츠 연맹 관계자는 “일본 기업에게 후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팬이 항의를 하거나 질타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도 “이 때문에 후원 계약 해지를 고려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후원 업체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지원 품목 등을 고려한다”면서 “기업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특성 배려 vs 국민적 자존심 지켜야



팬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시민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스포츠 분야에서도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은 오히려 소수다. 구단의 유니폼 선정은 글로벌 기업에 개방적인 편이라는 점, 국민 정서가 아닌 스포츠 의류·용품의 기술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는 점 등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경을 넘어 화합을 추구하는 스포츠의 특성상 유니폼국적을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데상트 야구화/사진=데상트
한 누리꾼은 “일본산 불매운동은 대부분 소비재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반면 프로 선수의 용품은 대체 불가능하고 불가피한 면도 분명히 있다”며 “스포츠 스폰서까지 불매해야 한다고 문제 삼는 것은 오히려 광기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스포츠업계 관계자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회사의 재정 부분이나 경영, 양측 간의 상호 신뢰상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계약기간은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부분이고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재계약을 하느냐, 다른 브랜드와 계약하느냐가 문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대표의 일본산 유니폼 착용 문제를 지적한 김영주 의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큼 일본과 미국기업보다 국내기업이 제작한 유니폼을 우선 선정하도록 고려해야 한다”며 “종목별로 후원 규모와 선수 의견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국내에도 해외만큼 품질 좋은 유니폼을 제작하는 기업이 많다”고 조언했다. 

이종훈 스포츠평론가 역시 “개인적으로 볼 때 대표팀은 위약금을 물더라도 파기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될 것 같다”는 입장이다. 이 평론가는 “대표팀이라면 어느 정도 재정 출연을 지원해서라도 국민적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며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고 팬과 국민들이 외면하는 대표팀이 돼선 안 된다. 그런 고민까지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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