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당근-번개 ‘3파전’…승자는?

[머니S리포트] ‘중고·리셀’ 빅뱅 ③ 당근·번개 추격전에… 밀리는 '중고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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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중고·리셀’ 시장은 정체가 뚜렷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꼽힌다. 얼마나 커질지, 어떻게 확장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오묘한 영역을 개척하려는 도전이 계속된다. 벼룩시장의 온라인판에서 시작해 모바일 앱으로 진화, 이제는 전문적인 중고·리셀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이 시장의 주체는 중고거래가 부끄럽지 않은 MZ세대(10대 후반~30대 후반). 이들을 중심으로 중고·리셀 시장의 열기가 그야말로 뜨겁다.
# 나? 중고나라. 태어난 지 벌써 17년. 우리나라 중고시장 역사는 나에게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회원 수만 무려 2250만명. 작년 거래액만 무려 3조4600억원에 육박해. 중고 시장에서 아직까지 날 따라올 자는 없지. 압도적 1위. 그게 바로 나야.

# 당~근! 나, 당근마켓. 요즘 나 모르면 간첩이라는데, 물론 알지? 난 2015년 7월 판교에서 태어났어. 판교에서 지역 중고장터로 시작한 게 바로 나야. 근데 점점 입소문이 나더니 엄청 유명해진 거 있지! 내 성장세는 어마어마해. 1년 만에 중고앱 거래액 2위로 커졌거든. 두고 봐.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클지.

# 나, 번개장터. 국내 최초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태어났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다른 데보다 모바일에 더 특화됐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인지 10대, 20대한테 인기가 많아. 작년 회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거래액도 1조원을 넘겼어. 참! 올 초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새 주인님도 생겼어. 내 성장성이 그렇게 높다나, 뭐라나.

‘중고·리셀’ 빅뱅/ 그래픽=김민준 기자
국내 중고거래 시장 약 20조원. 가까운 나라 일본은 약 23조원(2.1조엔), 중국은 약 127조원(7400위안)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 중고 시장은 크고 다양하게 성장하는데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플랫폼’이 성장을 주도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역시 중고와 리셀(re-sell)이 공존하며 인식이 바뀌고 시장이 전문화되는 등 변혁기에 놓여 있지만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은 빅3.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다.



‘카페’ 떼면 순위 뚝… 트렌드 대응도 실패




3개 업체 중 1위는 단연 중고나라다. 초창기 중고나라는 ‘온라인 벼룩시장’이었다.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들의 콘텐츠를 한데 모아둔 커뮤니티 카페가 그 시작. 회원들이 하나씩 중고물품을 사거나 팔기 위해 직접 게시물을 작성했고, 2003년부터 시작된 거래가 모여 현재의 중고나라로 성장했다.

2250만명의 회원, 지난해 거래액 3조4600억원. ‘억’ 소리 나는 성적표와 달리 업계에선 중고나라의 지속가능성엔 물음표를 찍는다. 현재 단연 최대 규모의 플랫폼은 맞지만 네이버 카페를 제외하면 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중고나라 카페 거래액을 제외하면 가장 큰 거래액을 가지고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번개장터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거래액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25%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번개장터에 이어 2위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지난 한 해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업체다. 거래액은 번개장터보다 낮지만 압도적인활성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중고시장이 커지면서 2016년 3월 중고나라도 뒤늦게 앱을 출시했지만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을 비롯한 다른 전문 플랫폼에 밀려 기대 이하 반응을 보이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중고나라를 통해 사기거래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 대부분의 거래가 직거래 혹은 현금거래 위주인 카페 플랫폼 특성상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도 중고나라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몇 년 간 재활용 방문 수거 서비스인 온라인 고물상 ‘주마’, 중고차 거래 서비스, 인증셀러 장터 평화시장 등 B2C, B2B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수익 다변화를 꾀했지만 핵심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초엔 국내 투자자 유치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나라가 수익 다변화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카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라며 “모바일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데다 사기거래라는 이미지 탈피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망이 어둡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용도 충성도 높은 당근… 수익성 좋은 번개




반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강점을 내세워 중고나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 1월 당근마켓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건을 돌파했고 월간 이용자는 480만명에 달한다. 당근마켓의 차별점은 ▲100% 직거래 ▲전국 아닌 ‘지역 기반’ 운영이라는 점이다. 이용자의 스마트폰 GPS인증을 통해 반경 6㎞ 내 상품을 조회할 수 있다.

당근마켓/사진=당근마켓
당근마켓은 C2C 플랫폼으로 완전한 대면거래를 위주로 하는 만큼 매출은 100% 광고 수익에서 나온다. 지난해 1월 도입한 지역 기반 광고 비즈니스를 통해 원하는 동네에, 지역상권 핵심 타깃 고객층에 광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광고비 역시 저렴한 편이어서 광고주에게 SNS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는 후문이다. 이 기세를 몰아 당근마켓은 하반기 유럽 진출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번개장터는 당근마켓과 반대로 비대면 중고거래를 내세운다. 자체 안전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안전거래를 권장하는 게 특징. 비대면 안전거래는 직거래 번거로움을 없앨 뿐 아니라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채팅 기능인 ‘번개톡’과 안심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등 편의기능을 붙인 것도 특징이다. 이용자는 이를 통해 번거로운 절차 없이 앱 안에서 한 번에 거래 진행과 송금까지 완료할 수 있고 앱은 구매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런 편의성을 바탕으로 번개장터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됐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는 지난 1월 번개장터를 운영하는 번개장터주식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신임 대표에 이재후 전 티몬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 5월에는 56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파트장은 “당근마켓은 직거래 강자로서, 번개장터는 비대면 안전결제 강자로서, 특색 있는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향후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중고거래업체 성장에는 외국 중고거래 업체처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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