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28] 정책 타이밍과 조세귀착

왜 지금 주식양도차익과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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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찬 기자
미국 의회는 1990년 요트와 자가용 비행기, 고급 승용차 등에 사치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걷자는 목적이었다. 이런 사치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부자들이므로 그들에 대한 세금부과는 정당하고 논리적이라고 여겨졌다. 국민들도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과 전혀 달랐다. 사치재에 대한 세금이 많아지자 부자들은 요트나 자가용 비행기 등의 구매를 줄였다. 대신 해외여행을 자주 가거나 자녀들에게 유산을 더 남겨주는 선택을 했다. 불똥은 요트나 자가용 비행기를 생산하는 기업과 노동자에게 튀었다. 이들 업체가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임금 삭감이나 해고 등이 뒤따랐다. 결국 의회는 대부분의 사치재에 대한 세금을 1993년에 폐지했다. 맨큐의 핵심경제학 2판에 나오는 내용이다.



누가 진짜로 세금을 부담하나


미국의 소비세 정책이 실패한 것은 세금이 발휘하는 미묘한 부작용 때문이다.

첫째, 조세귀착과 전가(轉嫁)다. 세금이 부과되는 대상에 대한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실제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달라진다. 임대하는 집에 대한 재산세를 인상할 경우 집 주인은 그 세금을 세입자에게 내도록 한다. 세금과 세금을 핑계로 한 더 많은 돈을 얹어 전세금을 올린다. 세입자는 받아들인다. 이사비용 등을 감안한 울며 겨자 먹기다. 세금이 집주인에게서 세입자로 전가된다. 부자를 혼내주고 세입자를 위한다는 세금이 오히려 세입자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

둘째, 민심을 얻지 못한 세금은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1977년에 도입된 부가가치세는 영업세와 물품세 등 9개로 나눠져 있던 간접세(소비세)를 하나로 묶어 10%를 부과했다. 도입 당시 반대여론이 심했고 1979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 캐나다도 1991년 연방부가세를 신설한 뒤 1993년 총선에서 집권당이 참패했다. 일본도 하시모토 총리가 1997년, 소비세를 3%에서 7%로 올린 이듬해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했다.

셋째,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의 대응이다. 사치세가 붙는 요트를 사지 않는 것처럼 경제적 선택을 통해 세금을 피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에서 1696년에 도입된 창문세다. 당시 창문이 6개 이상인 집에 대해 7~9개는 2실링, 10~19개는 4실링의 세금이 부과됐다. 창문이 많을수록 집이 크다는 것이고, 집이 크면 부자이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면 잘 걷힐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창문세가 부과되자 사람들은 창문을 없앴다. 결국 1851년 폐지됐다. 



주식양도차익과세 지금 거론할 때인가


정부가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다시 꺼내 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6월25일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2023년부터(2022년 소득분) 과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간 양도차익이 2000만원 이하는 비과세 ▲금융소득과 손실을 합산한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손익통산’ 적용 ▲3년 범위 내 손실은 이월 공제 ▲0.25%인 증권거래세를 2023년부터 0.15%로 인하 등의 조건을 덧붙였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시장충격을 감안한 듯 홍 부총리는 “주식투자자의 상위 5%인 약 30만명만 과세되고 570만명 정도 되는 소액투자자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서 볼 때는 당연하다. 정부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원칙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총론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각론에 밀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총론이 각론을 이겨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타이밍이 좋지 않다. 주식양도차익과세처럼 논란이 많은 정책은 경제가 좋을 때나 집권초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지구적으로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매우 어렵다. 1/4분기에 -1.3%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2/4분기에 -1.8%로 낮아져 연간으로는 -2.1%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1인당 40만원(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을 지급했다. 3차 추경도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고는 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 양도세 확대는 부당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국민청원에는 6만명이 넘게(7월2일 기준)이 동의했다. 이밖에도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반대하는 청원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이런 반대를 뚫고 실행할 의지가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과세목적이다. 세금을 걷는 이유는 국가가 해야 할 일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는 조세수입 이내에서 예산을 편성해 사용하는 양입제출(量入制出)이 원칙이다. 다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목적세를 만드는 양출제입(量出制入)을 따르기도 한다. 1975년 7월16일에 신설돼 당초 1980년 말이 시한이었지만 1991년 말에야 폐지된 방위세와 1981년에 재도입된 교육세(91년부터 영구세로 전환)가 대표적이다.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양입제출 원칙에 따라 도입되는 게 순리다. 이번에 갑자기 거론한 것은 세출이 늘어나면서 모자라는 세입을 보충하겠다는 계산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셋째, 이중과세 문제다. 그동안 주식투자에 대해 차익과세 대신 거래세를 부과해 왔다. 차익과세가 도입되면 거래세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거래세를 없앨 경우 연간 7조4671억원(2018년 기준)의 세금이 없어진다. 양도차익으로 그런 세금을 거둘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그래서 거래세는 0.25%에서 0.15%로 0.1%포인트 낮추는 데 머물렀다.

넷째 장기투자에 불리해 단타를 유발할 수 있다. 장기투자를 해서 양도차익이 많아지면(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2000만원 미만의 차익을 벌 때까지 단타하면 거래세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증시안정을 위해 장기투자를 유도해온 것과 상반될 수 있다.

경제문제의 해결방안은 대부분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다.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고 정책을 펴야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책은 결코 책상에서 계산기 두드리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주식투자양도차익 과세를 꺼내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탁상행정이 현실과 어긋날 때마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선의의 국민만 피해 본 역사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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