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건설 파이 놓고 관련업계 ‘으르렁’… 안전,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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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설기업 A사는 발주업체인 B사와 소방시설 설치공사를 계약했다. 이어 C사에 하도급 일감을 주며 B사와 C사가 직접 계약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A사는 소방면허가 없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지난해 5~10월 전국 8932개 소방시설을 전수조사한 결과 184개가 이 같은 불법 하도급계약을 맺었다. 소방면허가 있어도 공사를 따낸 후 다른 전문 소방시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공사금액보다 낮게 하도급계약을 맺고 이윤을 챙기기 위해서다.

#2. 2020년 4월29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640-1의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냉동·냉장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한 참사였다. 사고 원인에 대해선 현재까지도 경찰이 수사 중이다. 현장에선 화재 경보장치가 설치되지 않았고 불이 난 지하에 비상구도 폐쇄된 사실이 드러났다.
소방공사의 경우 대기업이 전기·정보통신을 제외한 전체 공사를 수주한 후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대기업 시공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던 소방업체들은 줄곧 분리발주를 주장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비효율적인 공사 수행과 시공품질 악화, 하자 책임소재 논란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사진=뉴스1
2017년 5월 발의 후 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이천 화재사고 3주 만인 5월2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9월1일 시행되는 법안은 소방공사의 분리발주 의무화가 핵심. 분리발주는 발주자가 공사 과정의 각 전문분야에 서로 다른 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전문 공종으로 분류하는 ▲전기 ▲정보통신 ▲소방 중 소방공사만 기존 통합발주가 허용돼 왔다. 정보통신공사는 1971년부터, 전기공사는 1976년부터 각각 분리발주를 운영했다.

소방공사의 경우 대기업이 전기·정보통신을 제외한 전체 공사를 수주한 후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대기업 시공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던 소방업체들은 줄곧 분리발주를 주장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비효율적인 공사 수행과 시공품질 악화, 하자 책임소재 논란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건설-소방업체간 이권 다툼?


소방공사 분리발주가 의무화되면 공사현장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것이란 게 건설업계의 반대 이유다. 대한건설협회는 국회에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방공사 분리발주 위반 시 발주자가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법안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건설업계는 여전히 시행령 개정을 통한 예외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전기공사 등도 소규모일 경우 예외사유를 인정한다. 소방공사 역시 턴키(설계·시공 일괄공사) 방식일 땐 분리발주가 불가능하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진흥본부장은 “하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거나 시공 품질,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경우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청이 예외사유를 최소화하려는 가운데 시행령 입법예고 기한은 7월13일 종료된다. 최 본부장은 “안전과 품질, 효율성을 고려할 때 분리발주의 허용범위와 예외사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공사는 시공 내용상 건축물과의 연계성이 더 높고 안전사고와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와 소방업계 간 이권이 얽힌 문제이다 보니 과거에 발생한 안전사고의 원인을 놓고 이견과 다툼도 극대화된 상태다. 2010년 1월 인천대정초 강당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수사 결과 소방설비 배선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소방업체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보상받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이런 책임소재 문제가 분리발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방업계는 사고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인용해 전기 합선이나 외부 화재 등으로 전선이 타서 끊어진 흔적이 발견, 소방업체의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화재 원인을 단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와 소방업계 간 이권이 얽힌 문제이다 보니 과거에 발생한 안전사고의 원인을 놓고 이견과 다툼도 극대화된 상태다. 2010년 1월 인천대정초 강당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수사 결과 소방설비 배선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소방업체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보상받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이런 책임소재 문제가 분리발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방업계는 사고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인용해 전기 합선이나 외부 화재 등으로 전선이 타서 끊어진 흔적이 발견, 소방업체의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화재 원인을 단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뉴스1



대안은?


건설업계는 단순 시공을 벗어나 시행과 설계, 시공, 관리에 이르는 종합 개발산업으로의 사업영역 확장이 과제인 상황에 이 같은 분리발주가 기업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소방업계는 분리발주가 이뤄지면 시공사가 중간에서 가로채는 공사비 이윤이 줄기 때문에 건설업계가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소방업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건설시장 292조원 가운데 소방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조4000억원(2.2%) 수준이다. 소방업계는 시공업체가 중간이윤으로 남기는 비율이 소방공사 전체금액의 최대 50%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건설업계는 이를 부인한다. 건설협회는 전체 공정에서 전기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0%로 이 중 절반이 정보통신공사이며 여기에서 또다시 절반만이 소방공사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공사 가운데 소방공사 비율은 2~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안 시행이 확정된 상황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건설업계는 통합발주에 따른 저가수주 문제의 경우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 하도급계약 공개 등을 통해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종합건설업체가 소방면허를 갖고 중간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면 최소 공사금액을 제한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현행법상 하도급계약은 원도급액의 82%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소방업계가 우려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사가 이를 잘 통제하지만 민간공사에선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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