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수상한 무상증자 '무엇 노리나?'

[머니S리포트] 코로나 정국에 상반기 12곳 기업 잇따라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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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일까. 진단키트·치료제·백신 등 수혜를 입은 관련 업계가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올 상반기에만 제약·바이오업계 12곳이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 무상증자 소식을 발표하자마자 이들의 주가는 고공상승하며 주가부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무상증자가 상한가로 가는 ‘특급열차’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는 기업의 무상증자는 오히려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무상증자,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상반기에만 12곳에 달하는 기업이 잇따라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뚜렷한 매출이 없는 기업일수록 무상증자를 이용해 ‘유동성 장세’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만큼 투자자에게도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무상증자는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을 주주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무상증자로 주식 수와 자본금이 늘더라도 큰 틀에서 보면 기업에 영향은 없다. 기업의 자본력을 뜻하는 회계항목(자본금·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이익잉여금) 중 자본잉여금과 함께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는 작업이어서다. 이를테면 기업이 주주에 주당 보통주 1주씩 증여하는 무상증자의 경우 산술적으로 1만원짜리 주식은 무상증자 이후 5000원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2주를 갖게 된다.



무상증자 어디가 어떻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에 무상증자를 단행한 제약·바이오기업은 ▲대원제약 ▲제노레이 ▲일동제약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메드팩토 ▲레고켐바이오 ▲퓨쳐켐 ▲제테마 ▲파멥신 ▲휴젤 ▲케어랩스 등 모두 12곳이다.

물꼬를 튼 기업은 대원제약이다. 대원제약은 2월 보통주 1주당 0.03주를 지급하는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제노레이와 일동제약이 각각 주당 2주, 0.05주씩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3월엔 에이치엘비가 주당 0.1주를, 4월에는 헬릭스미스와 메드팩토가 각각 1대0.25, 1대1 비율로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6월은 바이오기업의 무상증자 풍년이었다. 레고켐바이오는 1대1 무상증자를, 퓨쳐켐은 주당 0.2주씩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각각 단행했다. 제테마와 파멥신이 주당 보통주 1주를 부여하는 무상증자를 각각 결정했고 휴젤은 1대2 비율로 무상증자를 했다. 케어랩스는 주당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진행했다.



코로나 정국에 유독 바이오만 왜?


상반기 제약·바이오 기업 무상증자 현황/그래픽=머니S 김민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대다수 업종이 위축됐지만 진단키트, 치료제, 백신 등의 수혜를 받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자 관련 기업이 주식을 발행하기에 좋은 여건이 됐다고 판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적었던 점도 무상증자 단행의 이유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박재경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기업이 무상증자하는 이유는 거래량이 적기 때문”이라며 “거래량이 늘어날 경우 주식거래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기관투자자 모집도 수월해진다”고 했다.

물론 무상증자로 유통 주식 수를 늘리고 시장에서의 유동성을 높여 기업의 몸값이 올라간다면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는 게 정론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익이 나거나 성과가 있는 기업에 한정된다. 뚜렷한 성과가 없는 기업의 무상증자는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성과를 수치화하기 힘든 바이오기업도 무상증자 발표에 주식 가치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6월1일 1주당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한 레고켐바이오의 경우 주가가 당일에만 29.9%(5만1500원→6만6900원) 뛰었고 6월10일에는 12만8400원까지 치솟았다.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6월16일에도 26.1%(기준가 5만4500원→6만8700원) 상승했다. 같은 달 무상증자를 발표한 제테마(21.92%) 파멥신(25.75%) 휴젤(10.35%) 등의 주가도 단기 상승했다.

업계에선 매출구조가 없는 일부 바이오기업이 상승 시류에 편승하려는 의도적인 노림수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으로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서도 “바이오주 대부분이 오르다 보니 이 같은 상승 흐름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적자기업이 무상증자?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무상증자를 하더라도 기업의 실체는 바뀌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기업의 무상증자 의도는 재무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무상증자를 발표한 12개 바이오기업 중 8곳이 적자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신호로 평가받는 무상증자에 반하는 수치다. 정 교수는 “이익이 없는 상태로 무상증자를 하는 기업은 조심해야 한다”며 “결국 주식을 공짜로 준다는 현혹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1년도 못 채우고 무상증자를 단행한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상장이 계획대로 안 됐다는 것으로 투자자들에겐 나쁜 징조”이라며 “대주주의 보유주식 수를 살펴보고 투자자도 알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무상증자로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궁극적인 이득은 늘어난 주식 수에 비례하는 배당금”이라며 “잉여금이 없는 기업이 주가를 띄우려 시도한 무상증자는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지용준 jyjun@mt.co.kr  | twitter facebook

산업2팀 지용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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