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걷는 미·중 관계… 무역합의 깨질까?

[머니S리포트] 코로나19 책임론 등 놓고 갈등 심화… 불안정 상황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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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양국이 체결한 1차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홍콩 국가보안법’을 놓고도 맞붙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두 국가 간 힘겨루기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이다. 특히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의 치킨게임은 한국에 과연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실무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균열이 감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과 중국의 홍콩보안법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올해 초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져서다. 미·중 대립구도 고착화로 인한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도 고개를 들면서 불협화음의 불똥이 한국으로도 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흔들리는 미중 무역합의


미·중은 올해 1월15일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앞으로 2년간 2000억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제품을 추가 수입하는 대신 미국은 기존에 부과하던 대(對)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반으로 줄이고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조건이다.

이로써 지난 2년간 이어온 양국 무역전쟁이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랐고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탓이라며 ‘중국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중국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맞섰지만 미국은 코로나19 책임 보복조치로 ▲추가 관세부과 ▲무역협상 파기 가능성 등을 거론해 중국의 미국산 제품 추가구매를 압박하는 등 연일 공세 수위를 높였다.

급기야 6월22일(현지시간)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미·중 무역합의가 더 이상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직후 미국 증시가 출렁이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나바로 국장은 “내 말이 맥락에서 많이 어긋난 채 인용됐다”며 발언을 번복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무역합의는 온전하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미국 수뇌부의 뜻은 충분히 전달된 셈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후 양국 관계는 급격히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됐다. 최근엔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자 미국이 홍콩에 대한 수출 허가 예외 등 특별지위 혜택을 박탈하기로 하면서 양국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국 상원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억압을 지지한 개인과 기업에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을 가결한 상황이어서 실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충돌이 예상된다. 언제든 무역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무역합의 이행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미국에 수입을 약속한 추가 구매액은 ▲공산품 329억달러(약 40조원) ▲농산품 125억달러(약 15조원) ▲에너지 185억달러(22조원) 등 총 639억달러(약 77조원)다. 1분기에만 432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상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구매한 금액은 200억달러(약 24조원)에 그쳐 46.3%의 저조한 이행률을 보였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중국이 1단계 합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선 수입확대 품목에서 남은 3분기 동안 전년동기대비 121.4%를 미국으로부터 추가 수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1단계 무역합의의 낮은 이행률,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내 수요 감소,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전략 재개로 무역합의가 향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미·중 관계 어디로 가나


다만 지금 당장 무역합의가 파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치적인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깨트리는 무모한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보다 경기 상황이 좋았던 2018~2019년에도 미·중 분쟁은 주식시장과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지금 관세를 올리면서까지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중심이 돼야 할 경제회복을 지키기 위해 1차 무역협상 파기와 고관세 재개보다는 대중국 비관세 부문의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전쟁 재개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전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볼턴 자서전 등 선거 악재가 축적되면서 지지율 반전이 매우 어려운 국면에 진입할 경우 대중국 전면전이란 정치적 모험을 감행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파국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미·중 간 강대강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 역시 남아있다.

특히 이 같은 대립구도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국이 주요 국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어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하반기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실상 미국 편에 서도록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동규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간 다양한 사안에서 갈등이 표출되면서 양국이 한국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국익과 한국의 발전 방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중 갈등의 심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발생가능성이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과의 합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안별로 소통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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