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파리목숨이라고?’ 직업이 CEO… ‘김해준 vs 고원종’

교보증권 사장만 ‘12년’ vs DB금융투자 사장만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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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이 6연임 성공, 다음 집권은 ‘IB’로 판가름 예고
- 증권가 중위권 혈투 속, 톱10 노리는 비슷한 유형
의 승부사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왼쪽),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오른쪽).©각사
증권업계에 10년 이상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하면서 6연임에 성공한 인물이 있다. 임기가 짧아 파리 목숨으로 비유되는 금융업체 대표 자리를 오랜 기간 지켜온 최장수 CEO,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과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증권사는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사와 달리 초 단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식, 채권 등의 업무 특성 때문에 임원의 임기가 점점 줄어들면서 장수 CEO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장수 CEO인 두 사람 앞엔 ‘직업이 CEO’라는 수식어까지 붙는다.

두 대표는 증권업계에서 빅10 진입을 노리는 똑같은 목표를 갖고 치열한 중위권 전쟁을 펼치고 있다.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그룹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점이 장수 비결로 꼽힌다.

김해준 사장은 2008년, 고원종 사장은 2010년부터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둘 다 취임 후 영업이익을 10배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희비가 엇갈리며 김해준 사장이 앞섰지만 변수가 많았던 올해 1분기에는 고원종 사장이 선방하며 만회하는 데 성공, 1대 1 무승부로 균형을 맞췄다.

▲각사 로고.


◆ ‘엎치락뒤치락’ 최고실적 후 손실, 부진 이어 만회


김해준 사장은 2019년 영업이익 1103억원, 순이익 8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8%, 8% 늘리며 역대 최고 실적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고원종 사장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019년 영업이익 874억원, 순이익 584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영업이익만 소폭 증가했을 뿐 순이익은 7.5%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엔 상황이 바뀌었다. 예견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김해준 사장의 10년 넘은 흑자 경영 기조가 깨졌다.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손실로 돌아서며 각각 마이너스(-)47억원, -2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고원종 사장은 1분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이너스 성적은 피했다. 영업이익 45억원, 순이익 32억원을 달성, 김해진 사장과 상반된 성적표를 받으며 성적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교보증권과 DB금융투자 실적.


◆ 평사원으로 시작 비슷한 유형, 돌고 돌아 CEO 안착


이들은 증권업계 최장수 CEO 반열에 올라 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 김해준 사장이 1957년생으로 한 살 많지만 증권업계에 첫발을 디딘 것은 고원종 사장이 1982년으로 1년 더 빨랐다.

첫 직장도 비슷하다. 김해준 사장은 옛 대우그룹 계열 대우증권, 고원종 사장은 대우그룹 계열 동양투자금융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후 40여년 간 증권사에서만 근무한 정통 ‘증권맨’이라는 점도 같다. 돌고 돌아 2000년대 중반에 현재 회사의 임원으로 영입됐다는 점도 똑같다.

김해준 사장은 2005년 IB(투자은행) 본부장으로 교보증권에 합류한 뒤 프로젝트금융, 기업금융 총괄 임원을 거쳐 2008년 사장에 올랐다. 고원종 사장은 2003년 DB금융투자 전신인 동부증권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잠시 한국신용정보 전무로 재직하다 2007년 다시 부사장으로 복귀, 2010년부터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똑같이 평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은 성실성과 업무능력 모두 두루 우수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그룹에서의 신뢰 또한 똑같이 두텁다. 김해준 사장은 모회사인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계열사 CEO 중 가장 긴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고원종 사장 역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신뢰를 받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CEO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선이다.

▲김해준 사장과 고원종 사장 취임 이후 교보증권과 DB금융투자 주가 추이 변화.


◆승부는 ‘IB’로, 최장수 집권자는 누가 될까


김해준, 고원종 사장의 시선은 이제 똑같이 IB로 향하고 있다. 두 사람은 IB 사업 부문의 수익을 책임져 올해 회사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세웠다. 다시 한 번 각자 세웠던 최고기록을 경신한다는 포부다.

교보증권의 경우 올해 초 박봉권 사장을 대표로 선임, 김해준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박봉권 사장은 경영총괄업무를 맡게 하고 김해준 사장은 IB에 집중하도록 만든 조치다. 김해준 사장은 기업금융그룹장, 프로젝트금융본부장 등을 맡아온 만큼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IB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밝혔던 ‘IB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통해 사상 최대 수익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DB금융투자도 IB사업에 방점을 찍는다. 고원종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한 스타트업(설립초기 기업)을 발굴, 고객에게 최적의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고 사장은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투자자와 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PB(맞춤형 자산관리)-IB 연계형 사업 모델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한 만큼 하반기 본격적인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김해준 사장과 고원종 사장의 다음 임기는 각각 2022년, 2023년에 결정된다. 누가 장기 집권을 이어가며 증권, 나아가 금융업계 최장수 CEO가 될지는 향후 IB사업 성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자기자본 기준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교보증권은 업계 12위, DB금융투자는 15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양사 모두 10위권이 목표다.
 

송창범 kja33@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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