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무상증자, 상한가 가는 특급열차일까

[머니S리포트] 상반기만 12곳 단행, 주주친화정책 VS 지배력·승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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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일까. 진단키트·치료제·백신 등 수혜를 입은 관련 업계가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올 상반기에만 제약·바이오업계 12곳이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 무상증자 소식을 발표하자마자 이들의 주가는 고공상승하며 주가부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무상증자가 상한가로 가는 ‘특급열차’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는 기업의 무상증자는 오히려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무상증자,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 ‘무상증자’ 열풍이 분다. 무상증자는 통상 해당 기업에 잉여금이 많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장에선 호재로 받아들여 주가도 오를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 ‘무상증자’ 열풍이 분다. 무상증자는 통상 해당 기업에 잉여금이 많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장에선 호재로 받아들여 주가도 오를 수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제약·바이오업체 12곳이 무상증자를 통해 주가부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무상증자가 상한가로 가는 ‘특급열차’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무상증자, 과연 상한가행 특급열차일까.

무상증자는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더 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자기자본은 자본금과 잉여금(여윳돈)으로 나뉜다. 잉여금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으로 옮기는 형태다. 그렇게 발행한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나눠준다. 기업 오너와 같이 주식을 더 많이 가질수록 신주를 더 많이 배정받는다.

./사진=머니S



①‘매출 0원’ 기업 무상증자… CB 매입기관만 이득


무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에게는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가 튼튼함을 알리는 것으로 호재로 통한다. 하지만 무상증자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무상태가 ‘건전함’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재무상태가 건전하지 않음에도 무상증자를 발표할 수 있어서다. 뚜렷한 매출 없이 외부 투자금으로 버티는 바이오기업이 이에 속한다. 이들 기업은 잉여금으로 무상증자를 하는 게 아니라 기존 주식을 발행하면서 남은 돈인 주식발행초과금(잉여금에 포함)을 자본금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무상증자를 단행한다.

예컨대 바이오기업 ‘파멥신’은 2018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뒤 2년 연속 매출이 0원이었지만 6월15일 1대1 무상증자를 공시한 후 4만3100원이었던 주가가 한때 장중 5만6400원으로 급등했다. 25% 이상 뛴 것이다. 지난해 파멥신의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매입했던 기관이 이익 실현을 위해 매도하면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게 증권가 지적이다.

무상증자로 주가를 띄우더라도 향후 주가는 다른 기업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재무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선 무상증자가 오히려 주가를 다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일까.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6월30일 파멥신 종가는 2만3100원으로 기준가(2만4400원)보다 5.3% 하락하는 등 5일 연속 떨어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무상증자 발표 후 주가는 약 3개월간 다른 기업보다 부진한 경향을 보였다”며 “무상증자 발표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더라도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②기업 오너, 세금 한 푼 안 내고 지배력 강화



물론 무상증자는 주식 유동성을 증대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상증자가 기업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상증자는 주식배당과 달리 신주를 받더라도 주주들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만큼 소액 주주보다는 대주주에게 유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사법 위반·사기·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의 경우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 무상증자 당시 54만7687주를 배정받았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배당을 실시하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하지만 무상증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보유주식 수를 늘릴 수 있다. 배당이었다면 당시 이 회장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4700여만원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오너나 대주주 입장에선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고 세금 없이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무상증자를 하면 유동 주식수가 많아지면서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물량도 늘어나면서 지분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지배력 강화는 책임경영과 회사 경영실적에 대한 확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오너나 대주주들이 매도하지 않을 때의 얘기일 뿐, 무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보고 대규모 물량이 풀릴 수 있어 주가 하락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③지분 승계 위한 포석?… 오너 일가 ‘물밑작업’



무상증자가 지분 승계를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은 지난해 장남 백인환 대원제약 전무에게 58만주를 증여하면서 승계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해마다 무상증자를 단행한다”는 대원제약의 설명과는 달리 업계에선 무상증자가 승계와 연관돼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만큼 유동 주식 수를 늘려 백 전무 지분을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잉여금을 재원으로 회계 처리하는 것일 뿐, 기업 자본 총계에는 변동이 없다”며 “유동 주식수만 늘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앞서 2017년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도 무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오너 일가도 무상신주 취득을 통해 주식 수를 늘렸다. 당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93만주를 받아 보유주식수를 1972만주로 늘렸고 장남인 임종윤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전무, 임종훈 한미IT 사장도 각각 9만주씩 받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무상증자 이슈로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평소 거래량이 적고 규모가 작은 코스닥 업체가 많기 때문”이라며 “잉여금이 자본금으로 이동한 것뿐, 자기자본이 늘어난 게 아니고 실적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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