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는 원래 그래"… 스포츠계 폭력문화, 이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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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김규봉 경주시청 철인3종팀 감독이 현안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나한테 두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죽을래? 푸닥거리 한번 할까?"

지난달 26일 하늘의 별이 돼 떠난 고 최숙현 선수를 향한 팀닥터와 감독의 폭언이다. 최 선수는 연신 '아닙니다'라는 말로 두려움을 표현했다. 가혹행위에 시달린 최 선수는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며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라는 말을 남겼다.

이와 관련 6일인 오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문체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 등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현안질의를 진행했지만 이들은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폭언이 담긴 녹취록에 대해 "강하게 얘기한 것"이란 변명을 늘어놨다. 최 선수를 직·간접적으로 괴롭혔단 의혹을 받는 동료 선수들 역시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사과할 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연이은 스포츠계 가혹행위, 왜 근절 안되나


지난 2015년 12월31일 밤, 역도 선수 사재혁이 송년회 자리에서 후배 황우만 선수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사재혁 선수. /사진=뉴스1

지난 2015년 12월31일 밤, 역도 선수 사재혁이 송년회 자리에서 후배 황우만 선수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재혁이 후배 폭행 사건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스포츠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사재혁은 이날 송년회에 뒤늦게 참석한 황우만을 향해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넌 모르고 있다. 기분 나쁘다"란 말과 함께 약 30분간 주먹과 발을 이용해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한역도연맹은 사재혁에게 자격정지 10년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불리던 이승훈도 폭력 가해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뉴스1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불리던 이승훈도 폭력 가해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훈은 지난 2011년과 2013년, 2016년 해외 대회 참가 중 숙소와 식당에서 후배 선수 2명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이승훈은 빙상연맹으로부터 지난해 7월4일부터 올해 7월3일까지 1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 역시 스포츠계 가혹행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진=뉴스1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 역시 가혹행위를 폭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팀 킴은 지난 2018년 11월 대한체육회 및 소속 경상북도 측에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감독 등 코칭스태프로부터 폭언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보냈다. 이른바 '팀 킴 갑질' 파문으로 김민정 감독은 면직됐고 장반석 감독과 김경두 부회장은 보조금 횡령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1월에는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조 전 코치는 지난 2014년 8월~2017년 12월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심 선수를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때만 "뿌리뽑자"… 스포츠계 가혹행위 언제까지?


스포츠계의 폭언·폭행 등 갑질파문은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다.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스포츠계의 폭력 파문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및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 유관단체들의 안일한 대처와 승리우선주의가 거론된다.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뉴스1(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계에 입문하는 운동선수들이 일방적인 폭행과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폭력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제대로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는 점이 뼈아프다. 

실제 고 최숙현 선수는 생전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운동선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 아니냐"는 답변만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포츠인권센터에도 호소했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들은 폭력으로 달성하는 올림픽 금메달을 원하지 않는다. 정부와 스포츠계가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스포츠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효진 hyojin96@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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