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29] 뛰는 아파트 값, 못 잡나 안 잡나

낙원상가와 세금만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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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의원을 3번이나 지냈던 지역구에 있는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좁은 반포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할까. /그래픽=김영찬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7월2일 청와대 브리핑)
“노 실장이 매물로 내놓은 것은 반포아파트가 아닌 청주 흥덕구 아파트다”(50여분 뒤)

이날 벌어진 청와대 관계자의 브리핑 해프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1번이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왜 효과가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국회의원을 3번이나 지냈던 지역구에 있는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좁은 반포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할까. 



22번째 부동산대책… 세금으론 안된다


정부가 22번째 부동산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불러 부동산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6월17일에 갭 투자 차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1번째 대책이 발표됐음에도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7월 첫째 주에 49.8%로 떨어졌다. 3월3주차(49.3%) 이후 15주 만에 40%대로 낮아졌다.

문제는 22번째로 나올 대책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월3일 “투기를 조장하는 공급확대와 실효성 없는 종부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이 지시한 정책이 부동산 거품만 더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장관의 보고를 받고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 및 전월세 거주자 등 서민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 ▲주택공급물량 확대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 등을 지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경실련은 신도시 개발을 통한 공급확대가 공기업과 민간업자 및 건설사 등에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뿐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불안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종부세법 개정과 관련, 임대사업자에게는 이미 막대한 면제 혜택을 주고 있어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올리더라도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철폐 ▲임대사업자 대출 전액 회수 및 향후 대출 금지 ▲실거주 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회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집값 급등의 근본원인, 절기우굉(折其右肱)이 급선무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대책이 나오지만 다시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다.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6월말 현재 582조원이나 된다. 지난해 말보다 89조나 많다. 2019년 1년 동안 55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다. 반면 정기예금은 672조원으로 13조원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들어 두 번 인하해 1.25%에서 0.5%로 낮춘 영향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0.4~0.85%로 떨어졌다. 신용대출금리도 A은행의 경우 1.95%로 낮아졌다. 예금을 해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데다 신용대출을 받아도 이자 부담이 낮아졌다. 풍부한 돈은 부동산값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다. 활활 타오를 땔감이 많은데 세금 인상이라는 물을 뿌려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둘째 획일적 잣대의 교육시스템과 수능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입시제도다.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이른바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에 들어가려면 대치동 중계동 목동 등 ‘유명 입시학원’에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부모들은 입시학원이 몰려 있는 지역에 집을 사려고 한다. 수요가 몰리고 공급은 제한되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곳 집값이 뛰면 인근 지역도 ‘키 맞추기’를 위해 덩달아 오른다.

셋째 정책당국자들의 신호 효과다. 부동산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청와대와 국회의원 및 정부부처 고위공직자 가운데 다주택자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운데 다주택자가 4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통합당(41명)보다 많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 가운데 수도권에 2채 이상 보유한 사람도 8명이나 됐다.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 대신 2채 이상을 계속 갖고 있으니 대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주역’ 55번째 뇌화풍(雷火豊)괘 구삼효는 “한낮에 작은 별을 본다. 그 오른팔을 자르니 허물이 없다”고 지적한다. 한낮에 작은 별을 본다는 것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요직에 앉아 있어 국정이 제대로 펴지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그 오른팔을 자르는 것은 믿고 중용했던 측근을 잘못을 물어 내치는 것이다. 그래야 탈 없이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낙원상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3·1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된 탑골공원 옆에 낙원(樂園)상가가 있다. 도로 위에 건물이 지어졌다. 건물 아래로 자동차가 다니는 독특한 구조다. 낙원상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건설 당시를 되돌아보면 여러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낙원상가가 있는 자리엔 원래 낙원시장이 있었다. 당시 정부는 안국동과 한남동을 잇는 간선도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재래시장 상인에게 영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이때 도로 위에 상가와 아파트를 지어 시장 상인을 입주시킨다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낙원시장 상인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지 않고도 길 위에 건물을 지어 도로도 확보하는 발상은 매우 기발했다. 간선도로 건설과 상인들의 생계공간 마련이라는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던 두 가지 문제를 타개하는 묘수였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의 결과물인 낙원상가는 22번째 부동산대책을 준비하는 정부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눈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할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사람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인간은 대체로 지금까지 사용한 방법을 고수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3~7일 지나도 낫지 않으면 의사와 병원을 바꿔야 한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고집하는 의사를 믿고 계속 다니면 병은 악화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기도 한다. 오른팔을 자르는 결단을 해야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고 집값 안정이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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