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세계 최초’에 목맨 정부… 가입자만 속았다

[머니S리포트] 가계통신비 잡겠다더니… 통신요금만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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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 5월 기준 68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 5G 가입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이 유력하다. 이변이 없는 한 ‘세계 최초 5G 가입자 1000만명 돌파’라는 타이틀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매달 10만원에 가까운 통신요금을 지불하면서도 하루 중 5G를 사용하는 시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연결이 끊어지기 일쑤다. 집·사무실·지하철 등 실내공간에서 5G를 사용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총체적난국에 빠진 5G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자축하는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지난해 4월8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기념식에서 5G 상용화를 ‘쾌거’라고 표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하며 5G 상용화를 자축했다.

1년 뒤 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방은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도 5G는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대형 건물과 지하에만 들어가면 5G는 홀연히 사라진다. 이동통신사는 가입자 모집에 열을 올렸고 이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5G 서비스를 신청한 수백만명의 가입자는 불안정한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시민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4월 5G 도입 1년 성과를 공개하면서 스스로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가입자와 기지국이 크게 늘었다. 올해도 5G 산업육성에 6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G 최초는 했는데… 잘 안 팔리네


5G는 최대 속도가 20Gbps(기가비피에스·초당 보낼 수 있는 정보량(비트)을 나타내는 단위)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로, 현재 다수가 이용하는 4세대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에 비해 속도가 20배가량 빠르고 처리 용량은 100배 많다.

이 같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17년부터 5G 상용화 시기를 2019년 3월28일로 결정하고 모든 일정을 진행했다. 2018년 6월 5G 주파수 배분 당시에는 5G 상용화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자며 이통3사를 다그쳤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17년부터 5G 상용화 시기를 2019년 3월28일로 결정하고 모든 일정을 진행했다. 사진은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통신업계는 단말기 안정화 테스트가 진행되지 않았고 기지국 수도 턱없이 부족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동통신 전문가인 장석권 한양대 교수도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달리다가 5G 시작부터 부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과기정통부를 이끌던 유영민 전 장관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해야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전문가와 이통사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5G 전국망 구축이 힘들다는 의견에도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고 결국 사달이 났다. 완벽하지 않은 ‘필드테스트’(실제 사용환경에서 통신서비스 품질을 측정하는 시험)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5G 네트워크는 극도로 불안정함을 노출했고 사용자는 4G에 기반을 둔 LTE보다 비싸진 요금제에 혀를 내둘렀다. 5G 환경에서 즐길만한 콘텐츠도 없었다. 정부는 2018년 3분기 추경예산 198억원을 투입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콘텐츠’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2년 가까이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당위성으로 언급한 5G 기술 수출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해외통신사와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5G 기술수출 관련 실적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란 인식 때문에 상당수 국가에서 자체 개발하는 경우가 많고 수출이 쉽지 않다”며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의미 있는 정도의 액수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유일하게 수출 규모가 공개된 것은 LG유플러스의 5G 콘텐츠 수출액으로 1000만달러(약 119억원)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 타이틀만 쏙 빼간 정부


정부의 전시행정에 680만명(과기정통부 추산. 2020년 5월 기준)의 5G 가입자도 피해를 입었다. 5G 망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상당수 가입자는 아예 5G 연결을 차단하는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월 8만원의 통신요금과 120만원의 5G 단말기 대금을 납부한다.

6월30일 영국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은 ‘대한민국 5G 사용자경험’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 5G 사용자의 5G 가용성은 15%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5G 가용성은 서비스 사용자가 해당 네트워크에 접속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5G 망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다. 즉 5G 가입자가 하루 24시간 중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시간은 3시간36분에 불과하다는 것.

2019년 5월부터 5G 서비스를 이용 중인 유모씨(36)는 “강남 집에서 송파 회사까지 이동할 때도 5G 네트워크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아예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매월 통신요금 9만원을 납부한다. 5G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보다 2만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급락하던 ARPU는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멈췄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가계통신비 인하’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같은해 11월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2018년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통신비용 잡기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5G 도입으로 모두 허사가 됐다. 완벽하게 망을 구축하지도 않은 5G의 상용화를 정부가 부추기면서 시민들이 납부하는 통신요금은 되레 올랐다. 5G 상용화 직전이던 2019년 1분기 이통3사의 무선통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평균은 3만1064원(▲SK텔레콤 3만645원 ▲KT 3만1496원 ▲LG유플러스 3만1051원)이었다. 하지만 1년 뒤 2020년 1분기 이통3사의 ARPU 평균은 3만1115원(▲SK텔레콤 3만777원 ▲KT 3만1773원 ▲LG유플러스 3만796원)으로 51원 올랐다. 매년 감소하던 ARPU가 되려 정부의 정책으로 반등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국내 이동통신 요금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의 경우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정부의 용인 없이는 비싼 요금제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5G 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거세지자 정부는 자신들의 무리한 5G 상용화 추진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고 통신 불안의 원인을 이통사로 떠넘겼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6월11일 ‘통신분쟁조정 상담센터’를 열고 통신사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이통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5G 상용화 일정이 무리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2019년 4월 5G 상용화를 강행했다”며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명예를 얻은 반면 이통사는 이용자에게 욕을 먹는 신세가 됐다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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