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5G 요금 인하 기대도 말라”

[머니S리포트] ‘보편요금제’ 두고 정부와 각 세워… 가입자만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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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 5월 기준 68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 5G 가입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이 유력하다. 이변이 없는 한 ‘세계 최초 5G 가입자 1000만명 돌파’라는 타이틀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매달 10만원에 가까운 통신요금을 지불하면서도 하루 중 5G를 사용하는 시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연결이 끊어지기 일쑤다. 집·사무실·지하철 등 실내공간에서 5G를 사용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총체적난국에 빠진 5G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5G 도입을 주도한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을 둘러싼 갈등을 계속하면서 680만명 5G 가입자의 피해만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에서 상담을 하는 고객. /사진=장동규 기자
“4만원 이하 5G 요금제를 생각하고 있다”(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

2019년 11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동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수준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주고받았다. 최 장관은 이통3사에 “5G 이용 확대가 국민 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달라”며 이통사에 요금을 인하하라는 의사를 전했고 이통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6만원 전후의 요금제가 주를 이루는 4G 기반의 LTE(Long Term Evolution)와 달리 5G 요금제는 8만원대가 많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도 LTE는 3만원대지만 5G는 5만원 수준이다. 5G 도입을 주도한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을 둘러싼 갈등을 계속하면서 680만명 5G 가입자의 피해만 커지는 모양새다.



‘보편요금제’ 저소득층 위한 방안


2019년 4월3일 오후 11시 정부의 ‘전시행정’과 이통사의 ‘요금폭탄’으로 얼룩진 5G 상용화가 시작됐다. 제대로 된 망도 구축하기 전 조기 상용화된 5G는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노출했다. 턱없이 부족한 기지국에 5G 망은 연결되고 끊어지기를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지방에선 아예 전파가 수신되지 않는 문제를 노출했다. LTE 대비 20배에 달할 것이란 통신속도는 5배 남짓한 수준에 그치면서도 통신요금은 LTE보다 월 1만~2만원 비싸게 출시돼 5G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상용화 이후 1년 넘게 5G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과기정통부는 6월30일 ‘보편요금제’ 도입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며 행동에 나섰다. 보편요금제는 저소득층의 통신요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제도다. 이는 2018년 정부가 도입을 시도한 요금제 인하 방안으로 당시 이통3사의 반발에 막혀 도입이 무산됐었다.

정부가 보편요금제까지 언급하며 5G 통신요금 인하 의지를 굽히지 않자 이통사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기업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반(反)시장적인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부와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보편요금제는 통신요금을 인하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론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8년 보편요금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T플랜 스몰요금제’(현재 T플랜 세이브)는 다른 요금제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자료=SK텔레콤
2년 전 언급된 보편요금제 초안에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데이터 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과기정통부가 집계한 1인당 무선데이터 사용량인 8.4GB(4월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처럼 보편요금제는 애초에 저소득층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어서 통신요금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5G 도입 전인 2018년 당시 이통3사는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대응해 선제적인 조치로 데이터 1.5GB, 음성·메시지를 무제한 제공하는 월 3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실질적으로 통신요금 절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실제 SK텔레콤의 경우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시도하자 월 3만5000원짜리 ‘T플랜 세이브’(당시 요금제명 ‘스몰’)를 출시했다.

당시 SK텔레콤의 LTE 요금제 구성은 ▲미디엄(월 5만원, 데이터 4GB) ▲라지(월 6만9000원, 데이터 100GB) ▲패밀리(월 7만9000원, 데이터 150GB) ▲인피니티(월 10만원 데이터 무제한) 등이었다.

SK텔레콤은 T플랜 세이브 출시 이후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지만 미디엄, 라지, 패밀리, 인피니티 요금제는 이름만 각각 안심4G, 에센스, 스페셜, 맥스 등으로 바뀌었을 뿐 가격과 제공되는 데이터양은 그대로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더라도 이통사가 ‘고가’ 통신요금을 낮출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불안한 5G… 미국선 ‘할인’, 한국 이통사들은 “인하 불가”


보편요금제 도입 논란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는 정부와 통신요금을 내릴 수 없다는 이통사 간의 힘겨루기가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주체는 5G 가입자다. 가입자들은 연결도 원활하지 않은 통신서비스를 비싸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가입 약관까지 변경하며 5G 이용자들이 저렴한 LTE로 요금제를 변경할 때 위약금을 물리면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시작했다.

5G 가입자들은 연결도 원활하지 않은 통신서비스를 비싸게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국내와 비슷한 시기 5G 서비스를 도입한 미국은 어떨까. 미국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5G 서비스가 완전치 않다. 다만 운영방식에 있어선 전혀 다른 분위기다. 가입자를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르다.

미국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는 기존 LTE요금제 가입자가 추가 요금을 내면 5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5G 가입자를 유치한다. 버라이즌 요금제 중 가장 고가인 ‘Get More Unlimited’(겟모어언리미티드) 사용자는 월 90달러(약 10만원)에 10달러(약 1만2000원)만 추가로 지불하면 5G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5G 연결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사용가능한 LTE 데이터도 무제한 제공된다. 무료 서비스도 상당하다. 버라이즌 5G 요금제 가입자는 월 9.99달러(약 1만2000원) 상당의 ‘애플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도 1년 동안 공짜로 즐길 수 있다.

버라이즌은 5G 망이 완전하지 않고 초기 사용자의 혼란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5G 서비스 신청자의 요금에서 첫 세달동안 매월 10달러(약 1만2000원)를 할인해 준다. 사실상 3개월 간 5G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국내 이통사들은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무리한 통신요금 인하는 5G 설비투자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란 게 업계의 입장”이라며 “올해 4조원의 설비투자를 정부에 약속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요금인하를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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