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Live) 위해 아닌 사기(Buy) 위한… 임대사업자, 집값 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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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혹자는 서울 집값을 두고 ‘좀비’가 아니냐고 한다. 집값을 잡고 투기수요를 잠재우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21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으로 발현됐지만 서울 집값은 잠시 움츠러들 뿐 다시 펄펄 날며 ‘좀비’ 같은 생명력을 보인다. 시장의 불신이 커졌고 곳곳에서 풍선효과 같은 부작용만 양산했다. 정부는 이번에는 ‘징벌적 과세’ 카드를 꺼냈다. 부동산대책은 언제쯤 효과를 낼까.
국민 전체의 43.7%, 저소득층의 61.6%, 수도권 저소득층의 55.5%. 이들은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나 연립·다세대주택(빌라)에 산다. 2019년 통계청이 지역별·소득별 주택유형을 조사한 결과다. 국민의 절반 가까운 비율에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빌라는 ‘서민주택’의 이미지를 갖는다. 이 같은 빌라 가격이 최근엔 무서운 속도로 올라 서민을 울리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사진=머니투데이
[머니S리포트] 좀비 같은 ‘서울 집값’-②

# 충남 천안에서 건축업으로 성공한 S건설 대표는 최근 서울 용산에 상경투자를 했다. 직원수 15명인 S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43억원. S건설 대표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빌라)을 사들여 신축 다세대주택(빌라)으로 재건축해 분양했다. 다가구주택은 법적으로 주택 한 채로 분류되지만 다세대주택은 각각 구분등기가 가능하다. 용산 집값이 폭등하자 일대 건축업자 사이에선 이 같은 다세대주택 신축이 쏠쏠한 장사로 통했다. 아파트처럼 분양가 규제가 없고 인·허가도 간편한 규제의 빈틈을 노린 것. 용산은 현재 한집 건너 한집이 공사판이다. 한꺼번에 많은 분양이 이뤄지고 가격도 오른 탓에 미분양이 발생해 공사대금도 치르지 못한 곳이 넘쳐난다. S건설 대표의 빌라 역시 그 중 한 곳이다.

# A씨는 10년 전 서울 외곽의 다가구주택을 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자신은 아파트에 살고 빌라는 전세를 놓았다. 10년 새 빌라 가격이 30억원으로 올랐다. 아파트보다 높은 수익률. A씨는 중개업소에 빌라를 내놓았고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오래된 빌라를 사서 다세대주택으로 재건축해 분양하려는 업자들이었다. 20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기대한 A씨는 세무사에게 문의한 결과 양도소득세가 절반인 10억원에 가까운 사실을 알았다. 양도세를 내도 10억원 넘는 차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는 세금이 너무 높다며 결국 매각을 포기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풍선효과가 빌라 재건축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민 전체의 43.7%, 저소득층의 61.6%, 수도권 저소득층의 55.5%. 이들은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나 연립·다세대주택(빌라)에 산다. 2019년 통계청이 지역별·소득별 주택유형을 조사한 결과다. 국민의 절반 가까운 비율에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빌라는 ‘서민주택’의 이미지를 갖는다. 이 같은 빌라 가격이 최근엔 무서운 속도로 올라 서민을 울리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KB 시세가 비교적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오르는 반면 빌라 가격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더구나 대출 등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실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만 사고파는 사례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 대비 값이 싼 점도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아파트 따라 오르는 ‘빌라’ 서민 울리네


정부 규제가 아파트 거래에 집중되자 다세대주택 등 소형 공동주택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상 최저금리 정책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많아진 데다 빌라는 거래가격이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싸서 가격상승의 기대가 높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24일 기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2만2990건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만3805건) 대비 66.5% 폭증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58.5%)보다 높다. 단독·다가구주택도 4619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4175건)보다 10.6% 증가했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은 빌라를 찾는 실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빌라 실수요계층이 주로 소득이 적은 30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 짓는 신축 빌라의 보안 기능이나 인테리어가 점점 좋아지면서 신혼부부와 자녀가 어린 젊은층이 실거주를 위해 빌라를 찾는 수요가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파트가격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일 뿐 빌라 가격도 오르는 건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빌라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 5월 -0.02%에서 지난달 0.06%로 상승 전환했다. 단독주택 상승률도 같은 기간 0.25%에서 0.30%로 증가했다.

빌라 오피스텔 매매지수 상승추이. /그래픽=김민준 디자인 기자



실수요자 불가피한 선택, 업자 먹잇감 된 빌라


빌라 풍선효과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저가 매수가 원인이지만 한편에선 아파트 대비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다는 이유로 투기에 이용하는 건축·임대업자들이 주범이란 게 전문가의 얘기다. 신축 빌라로 개발해 분양수익을 노리는 건축업자와 빌라 수십 채를 사들이는 주택 임대사업자들이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정부가 다주택자의 전·월세 정보를 제공받아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고 세입자의 재계약 유지 권한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세금 회피 용도로도 악용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등록 임대주택수는 157만가구에 이르고 임대사업자수도 51만1000명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올 1분기에만 3개월 새 2만1000명(30.9%)이 증가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8년 이상 장기임대를 등록한 수도권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제혜택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정부는 2018년 9·13 부동산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취득 주택의 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앴다. 하지만 여전히 다주택자가 이전부터 소유하던 집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상대적으로 값싼 신축 빌라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투기로 인해 다시 빌라 가격도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실수요자가 낮은 가격 때문에 선택하는 빌라가 건축·임대업자에겐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단이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조 평가사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건물 전체가 한 명의 소유자로 돼 1주택자 양도소득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 1주택 양도세 특례를 일시에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혜택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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