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중고차에 빠져 100대나 구입한 이사람

김주용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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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인제스피디움 자동차박물관장은 클래식카가 오히려 미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진=박찬규 기자
김주용 인제스피디움 자동차박물관장은 클래식카가 오히려 미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진=박찬규 기자

“클래식카요? 즐겁고 좋죠. 저는 6살 때 페달로 움직이는 차를 탄 게 인연의 시작이에요. 초등학교 때 자동차회사 사장이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회사에 들어간 이유였죠. 물론 카로체리아(자동차공방)를 만드는 건 긴 목표였어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자동차잡지를 읽었고 당시 감동을 준 추억 속의 차가 이젠 클래식카가 됐으니 가슴이 뛰지 않는 게 이상한 거겠죠?”

김주용 인제스피디움 자동차박물관장(엔터테크 대표)은 자타공인 ‘자동차광’이다. 그저 차가 좋았던 시절 세운 작은 목표가 인생의 큰 방향이 됐고 지금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사업가가 됐다.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 내부. /사진=박찬규 기자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 내부. /사진=박찬규 기자



클래식카가 뭐죠?


최근 서울 성수동의 ‘착한모터스’라는 정비소에서 그를 만났다. ‘관장’이라 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무뚝뚝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그를 마주하면 소년 같은 느낌에 놀란다. 겉모습에선 세월이 묻어나지만 차를 좋아하는 청년의 마음만은 그대로여서일까.

“클래식카는 큰 의미에선 중고차죠. 소장가치와 투자가치가 있는 중고차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해외의 클래식카 페스티벌 참가기준을 살펴보면 그 기준이 지역마다 제각각인데 자동차 역사와 문화의 형성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고요. 어떤 곳은 연료분사시스템이 카뷰레타에서 현재의 인젝터 방식으로 바뀐 시점인 1974년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곳은 2차 세계대전 차, 또 어디서는 만든 지 30년 이상 된 차를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차 자체가 적어서 이를 똑같이 적용하기가 어려워요. 저는 2000년대 이전 차종 중 여러 이유로 보유가치가 있는 모델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의 말처럼 한국에서 ‘클래식카’라는 장르는 꽤 생소하다. 해외에서는 아버지의 아버지가 탄 차의 얘기, 그 차와 함께한 추억을 공유하며 스토리가 생겨나고 단순히 탈 것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니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인생의 느지막한 시점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오래된 차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차와 함께한 추억의 기간 자체가 짧으니 이제야 어린 시절을 회상할 뿐이다. 그러니 예전 차를 간직하고 복원하는 건 사치로 여긴다.

그렇다면 어떤 차가 소장가치가 있을까. 김 관장은 “소장용 차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라며 “투자대상, 전시대상, 취향”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의 가치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며 수집한다면 투자대상이고 보유한 컬렉션과의 조합을 고려한다면 전시대상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형태나 디자인의 차를 사는 건 철저히 취향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테크도 가능하죠


“오래된 클래식카를 살 땐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긴 시간 지켜보면서 가격 추이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클래식카에선 감성이 중요합니다. 지붕이 열리는 2도어 컨버터블이나 멋진 쿠페, 럭셔리카를 선호하는 이유죠. 물론 생산대수와 브랜드도 필수입니다. 대중적인 브랜드는 가격이 잘 오르지 않지만 소량 생산 메이커 중 유명한 곳의 차는 가격이 무조건 오릅니다.”

이처럼 클래식카 구입은 쉽지 않다. 가치에 투자하려면 그만큼 정확한 분석과 과감한 결단은 필수다. 무엇보다 ‘비용’도 문제다. 그는 한국에 클래식카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수익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관심을 갖지만 비용만 나간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

“유럽에는 클래식카 펀드가 있어요. 10년 장기상품 중 3위 안에 들 만큼 수익률도 좋아요. 평균수익률 10% 이상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단순히 차를 사고 파는 것 외에도 리스토어(복원)와 펀딩이 맞물리면서 차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니 운용수익이 발생하고 또다시 투자를 받는 선순환구조가 있어요. 반면 한국은 차 일시말소제도가 없어서 세금과 보험료를 계속 내야 합니다. 차 대수가 늘면 그 비용이 상당해서 단순 투자대상으로 바라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시간이 더 지나면 충분히 투자가능한 상품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선순환구조부터 만들자


한국에서의 어려움은 또 있다. 소장하는 클래식카가 아니라 단순 중고차로 여기는 정비소가 많아서다. 이에 김 관장은 미국, 유럽이나 일본처럼 ‘클래식카 리스토어 비즈니스’도 앞으로 성장할 영역으로 판단했다. 부품을 구하기 쉽고 클래식카 정비수준이 올라가면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클래식카 110여대를 수집하며 느낀 부분이다.

“지금 제가 보유한 클래식카는 110대쯤인데 일본과 한국에 절반씩 있어요.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져오지 못하는 차도 있어서 아쉽죠. 크기가 너무 크거나 유지보수 문제가 있는 차도 있거든요.”

그는 1969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누비라의 차체설계를 맡았다. 20년쯤 일하다가 소프트웨어 사업(야후소호)을 시작했고 사업이 번창해 일본에도 지사를 만들었다. 그 인연으로 2005년 일본인 아내를 맞아 본격적인 일본 생활을 시작하며 클래식카 비즈니스에 눈을 떴다. 3년 전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 클래식카 박물관을 개장했다. 지난해 말에는 클래식카를 모티브로 삼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라라클래식모터스를 설립하고 최근 ‘마이크로레이서’라는 엔터테인먼트 형태의 프로토타입 자동차를 선보였다.

김 관장은 클래식카가 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클래식카는 추억을 담은 것도 있지만 앞으로 전기 동력계와 결합되면 진보의 의미를 담을 수 있어요. 중고차를 넘어 새로운 산업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앞으로 많은 분들이 좋아할 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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