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속 터지는 ‘5G’… 700만 ‘호갱?’

[머니S리포트] 세계 최초 상용화, 실제 4G망 사용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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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 5월 기준 68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 5G 가입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이 유력하다. 이변이 없는 한 ‘세계 최초 5G 가입자 1000만명 돌파’라는 타이틀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매달 10만원에 가까운 통신요금을 지불하면서도 하루 중 5G를 사용하는 시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연결이 끊어지기 일쑤다. 집·사무실·지하철 등 실내공간에서 5G를 사용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총체적난국에 빠진 5G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5G ‘세계 최초’에 목맨 정부, 가입자만 기만당했다


1년 뒤 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방은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도 5G는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대형 건물과 지하에만 들어가면 5G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지난해 4월8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기념식에서 5G 상용화를 ‘쾌거’라고 표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하며 5G 상용화를 자축했다.

1년 뒤 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방은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도 5G는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대형 건물과 지하에만 들어가면 5G는 홀연히 사라진다. 이동통신사는 가입자 모집에 열을 올렸고 이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5G 서비스를 신청한 수백만명의 가입자는 불안정한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자축하는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하지만 정부는 시민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4월 5G 도입 1년 성과를 공개하면서 스스로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가입자와 기지국이 크게 늘었다. 올해도 5G 산업육성에 6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G 최초는 했는데… 잘 안팔리네

5G는 최대 속도가 20Gbps(기가비피에스·초당 보낼 수 있는 정보량(비트)을 나타내는 단위)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로, 현재 다수가 이용하는 4세대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에 비해 속도가 20배가량 빠르고 처리 용량은 100배 많다.

이 같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17년부터 5G 상용화 시기를 2019년 3월28일로 결정하고 모든 일정을 진행했다. 2018년 6월 5G 주파수 배분 당시에는 5G 상용화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자며 이통3사를 다그쳤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17년부터 5G 상용화 시기를 2019년 3월28일로 결정하고 모든 일정을 진행했다. 사진은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통신업계는 단말기 안정화 테스트가 진행되지 않았고 기지국 수도 턱없이 부족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동통신 전문가인 장석권 한양대 교수도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달리다가 5G 시작부터 부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과기정통부를 이끌던 유영민 전 장관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해야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전문가와 이통사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5G 전국망 구축이 힘들다는 의견에도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고 결국 사달이 났다. 완벽하지 않은 ‘필드테스트’(실제 사용환경에서 통신서비스 품질을 측정하는 시험)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5G 네트워크는 극도로 불안정함을 노출했고 사용자는 4G에 기반을 둔 LTE보다 비싸진 요금제에 혀를 내둘렀다. 5G 환경에서 즐길만한 콘텐츠도 없었다. 정부는 2018년 3분기 추경예산 198억원을 투입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콘텐츠’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2년 가까이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당위성으로 언급한 5G 기술 수출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해외통신사와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5G 기술수출 관련 실적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란 인식 때문에 상당수 국가에서 자체 개발하는 경우가 많고 수출이 쉽지 않다”며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의미 있는 정도의 액수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유일하게 수출 규모가 공개된 것은 LG유플러스의 5G 콘텐츠 수출액으로 1000만달러(약 119억원)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 타이틀만 쏙 빼간 정부

정부의 전시행정에 680만명(과기정통부 추산. 2020년 5월 기준)의 5G 가입자도 피해를 입었다. 5G 망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상당수 가입자는 아예 5G 연결을 차단하는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월 8만원의 통신요금과 120만원의 5G 단말기 대금을 납부한다.

6월30일 영국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은 ‘대한민국 5G 사용자경험’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 5G 사용자의 5G 가용성은 15%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5G 가용성은 서비스 사용자가 해당 네트워크에 접속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5G 망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다. 즉 5G 가입자가 하루 24시간 중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시간은 3시간36분에 불과하다는 것.

2019년 5월부터 5G 서비스를 이용 중인 유모씨(36)는 “강남 집에서 송파 회사까지 이동할 때도 5G 네트워크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아예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매월 통신요금 9만원을 납부한다. 5G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보다 2만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급락하던 ARPU는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멈췄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가계통신비 인하’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같은해 11월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2018년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통신비용 잡기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5G 도입으로 모두 허사가 됐다. 완벽하게 망을 구축하지도 않은 5G의 상용화를 정부가 부추기면서 시민들이 납부하는 통신요금은 되레 올랐다. 5G 상용화 직전이던 2019년 1분기 이통3사의 무선통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평균은 3만1064원(▲SK텔레콤 3만645원 ▲KT 3만1496원 ▲LG유플러스 3만1051원)이었다. 하지만 1년 뒤 2020년 1분기 이통3사의 ARPU 평균은 3만1115원(▲SK텔레콤 3만777원 ▲KT 3만1773원 ▲LG유플러스 3만796원)으로 51원 올랐다. 매년 감소하던 ARPU가 되려 정부의 정책으로 반등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국내 이동통신 요금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의 경우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정부의 용인 없이는 비싼 요금제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5G 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거세지자 정부는 자신들의 무리한 5G 상용화 추진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고 통신 불안의 원인을 이통사로 떠넘겼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6월11일 ‘통신분쟁조정 상담센터’를 열고 통신사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이통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5G 상용화 일정이 무리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2019년 4월 5G 상용화를 강행했다”며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명예를 얻은 반면 이통사는 이용자에게 욕을 먹는 신세가 됐다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mt.co.kr



‘4G’ 서비스로 ‘5G’ 값 받는 나쁜 통신사


‘5G’ 서비스는 요금이 LTE보다 비싸더라도 속도가 20배쯤 빠른 것으로 인식되지만 현실은 달랐다. 5G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비싸고 느린 서비스에 이용자들은 속이 터진다. /사진=장동규 기자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5G)의 이용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다. 서비스 질을 감안, 요금 인하를 통해 가입자 부담을 낮추려는 정부 방침에 이동통신사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이며 반대한다. 비싼 값을 치러 5G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고가의 요금을 부담하는데도 정작 활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4G 기반인 LTE(Long Term Evolution)다. 가격이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려 해도 부가 비용이 들고 그마저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가입자는 정부와 이통사에 이용요금 인하를 요구하지만 둘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오지’도 아닌데 안터지는 5G

‘5G’ 서비스는 요금이 LTE보다 비싸더라도 속도가 20배쯤 빠른 것으로 인식되지만 현실은 달랐다. 5G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비싸고 느린 서비스에 이용자들은 속이 터진다.

이동통신사의 설명만 믿고 계약했다가 낭패를 본 5G 이용자들은 대체로 통신서비스 품질과 이용요금 관련 불만을 표출한다. 소비자단체도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1년 동안 접수된 5G 서비스 관련 상담 2055건 중 63%는 품질 불만에 따른 계약 해지를 원했다. 구체적인 불만 사항은 통화 시 끊김 현상과 LTE 전환 등이다.

5G는 현재 서울을 비롯해 전국 광역시 위주로 서비스된다. 상용화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5G 통신 신호를 교환하는 기지국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준공 신고된 5G 기지국은 올 5월 기준 11만5386개. 87만개에 달하는 LTE 기지국의 13% 수준이다. 그나마 서비스 가능 지역이더라도 지하나 건물 안에선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가 7월 말 이통3사의 5G 서비스품질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정작 이용자 반응은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이통3사의 5G 요금제는 월 5만5000원부터 최고 13만원에 달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요금제는 LTE보다 평균 2만원쯤 비싸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LTE서비스에 가입하길 원하지만 거절당하기 일쑤다.

◆영혼의 족쇄 된 ‘이용약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용자 대부분은 신형 단말기로 통신서비스에 가입한다. 이통사는 단말기 제조사와 제품의 제원, 공급일정 등을 조율한다. 주력하는 서비스에 따라 필요한 단말기를 미리 확보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국가에서 ‘이동통신사업자’라는 권한을 주는 만큼 이 앞에선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체도 언제건 ‘을’이 될 수 있는 구조다.

이통사는 단말기 제조사와 제품의 제원, 공급일정 등을 조율한다. 주력하는 서비스에 따라 필요한 단말기를 미리 확보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국가에서 ‘이동통신사업자’라는 권한을 주는 만큼 이 앞에선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체도 언제건 ‘을’이 될 수 있는 구조다. /사진=뉴스1

이런 점은 이통사가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통사가 ‘제품가격’을 건드릴 수 있기에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유인책으로 활용한다. 여전히 각종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는 배경이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임시 대리점은 각종 불법 보조금을 약속하고는 짧은 시간에 미끼 가격을 앞세워 많은 가입자를 모은 뒤 사라진다. 실제 가입한 곳과 명세서상의 가입처가 다른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운영은 이통사가 용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입 후 3개월이 지나야 가입자 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5G 폰으로 LTE서비스에 신규 가입하는 게 이론상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리점에서 서류를 올리더라도 이통사에서 단말기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결국 대리점도 이통사에서 권장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해야 한다.

5G폰이더라도 LTE서비스는 하위호환된다. 개인식별정보를 담은 유심(USIM)칩 변경으로 LTE서비스에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 이 경우 상위 서비스인 5G는 이용할 수 없다.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가입 전 기기값을 모두 지불한 경우라면 공기계(자급제폰)가 되기 때문에 원하는 통신사와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고가의 5G 폰을 쉽게 구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선택약정할인이나 공시지원금을 받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공시지원금은 이동통신사와 단말기제조사가 함께 일정비율의 단말기 비용을 보조해주는 비용이다. 선택약정할인은 1년이나 2년을 사용하는 조건을 걸고 반대급부로 이통사로부터 이용요금을 25% 할인받는 제도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할인받기 위해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이용약관에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5G 서비스에 불만을 느껴 저렴한 LTE요금제로 변경하려 해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 단말기를 구입하고 서비스에 가입할 때 지원받은 ‘공시지원금’이나 ‘선택약정할인’ 등과 맞물리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요금제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 관계자는 “내는 요금이 같다면 위약금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서로 간의 약속에 따라 할인해주는 조건인 만큼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G는 현재 서울을 비롯해 전국 광역시 위주로 서비스된다. 상용화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5G 통신 신호를 교환하는 기지국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배부른 이통사, 투자는 언제?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사이 과기정통부 추산 올해 5월 5G 가입자 수는 680만명을 넘어섰고 관련업계에선 연말이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설비투자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통3사는 올 상반기 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제 투자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 SK텔레콤은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5G 투자 규모를 늘리지 않을 것이란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1분기 설비투자는 SK텔레콤 3066억원, KT 4069억원, LG유플러스 3746억원으로 총 1조881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투자금액인 SK텔레콤 3313억원, KT 5521억원, LG유플러스 2768억원의 1조1602억원보다 721억원 줄었다.

관련 업계에선 이통사가 5G 서비스를 핑계로 큰 수익을 올릴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설비투자비는 제자리면서 가입자 수만 늘어나면 결국 비싼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고 이통사 입장에선 이를 쉽게 포기하기가 어렵다”며 “25% 선택약정할인 비용을 통신사가 부담하는 게 힘들다고 주장하지만 보통은 단말기 할부와 함께 진행되는 만큼 그 약정을 대가로 금융권으로부터 돈(매출채권 발행)을 빌릴 수 있고 이를 또다시 마케팅비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결국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고 지적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이통사 “5G 요금 인하 기대도 말라”


5G 도입을 주도한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을 둘러싼 갈등을 계속하면서 680만명 5G 가입자의 피해만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에서 상담을 하는 고객. /사진=장동규 기자

“4만원 이하 5G 요금제를 생각하고 있다”(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


2019년 11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동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수준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주고받았다. 최 장관은 이통3사에 “5G 이용 확대가 국민 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달라”며 이통사에 요금을 인하하라는 의사를 전했고 이통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6만원 전후의 요금제가 주를 이루는 4G 기반의 LTE(Long Term Evolution)와 달리 5G 요금제는 8만원대가 많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도 LTE는 3만원대지만 5G는 5만원 수준이다. 5G 도입을 주도한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을 둘러싼 갈등을 계속하면서 680만명 5G 가입자의 피해만 커지는 모양새다.

◆‘보편요금제’ 저소득층 위한 방안

2019년 4월3일 오후 11시 정부의 ‘전시행정’과 이통사의 ‘요금폭탄’으로 얼룩진 5G 상용화가 시작됐다. 제대로 된 망도 구축하기 전 조기 상용화된 5G는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노출했다. 턱없이 부족한 기지국에 5G 망은 연결되고 끊어지기를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지방에선 아예 전파가 수신되지 않는 문제를 노출했다. LTE 대비 20배에 달할 것이란 통신속도는 5배 남짓한 수준에 그치면서도 통신요금은 LTE보다 월 1만~2만원 비싸게 출시돼 5G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상용화 이후 1년 넘게 5G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과기정통부는 6월30일 ‘보편요금제’ 도입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며 행동에 나섰다. 보편요금제는 저소득층의 통신요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제도다. 이는 2018년 정부가 도입을 시도한 요금제 인하 방안으로 당시 이통3사의 반발에 막혀 도입이 무산됐다.

정부가 보편요금제까지 언급하며 5G 통신요금 인하 의지를 굽히지 않자 이통사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기업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반(反)시장적인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부와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보편요금제는 통신요금을 인하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론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8년 보편요금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T플랜 스몰요금제’(현재 T플랜 세이브)는 다른 요금제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자료=SK텔레콤
2년 전 언급된 보편요금제 초안에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데이터 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과기정통부가 집계한 1인당 무선데이터 사용량인 8.4GB(4월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처럼 보편요금제는 애초에 저소득층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어서 통신요금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5G 도입 전인 2018년 당시 이통3사는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대응해 선제적인 조치로 데이터 1.5GB, 음성·메시지를 무제한 제공하는 월 3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실질적으로 통신요금 절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실제 SK텔레콤의 경우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시도하자 월 3만5000원짜리 ‘T플랜 세이브’(당시 요금제명 ‘스몰’)를 출시했다.

당시 SK텔레콤의 LTE 요금제 구성은 ▲미디엄(월 5만원, 데이터 4GB) ▲라지(월 6만9000원, 데이터 100GB) ▲패밀리(월 7만9000원, 데이터 150GB) ▲인피니티(월 10만원 데이터 무제한) 등이었다.

SK텔레콤은 T플랜 세이브 출시 이후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지만 미디엄, 라지, 패밀리, 인피니티 요금제는 이름만 각각 안심4G, 에센스, 스페셜, 맥스 등으로 바뀌었을 뿐 가격과 제공되는 데이터양은 그대로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더라도 이통사가 ‘고가’ 통신요금을 낮출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불안한 5G… 미국선 ‘할인’, 한국 이통사들은 “인하 불가”

보편요금제 도입 논란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는 정부와 통신요금을 내릴 수 없다는 이통사 간의 힘겨루기가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주체는 5G 가입자다. 가입자들은 연결도 원활하지 않은 통신서비스를 비싸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가입 약관까지 변경하며 5G 이용자들이 저렴한 LTE로 요금제를 변경할 때 위약금을 물리면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시작했다.

5G 가입자들은 연결도 원활하지 않은 통신서비스를 비싸게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국내와 비슷한 시기 5G 서비스를 도입한 미국은 어떨까. 미국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5G 서비스가 완전치 않다. 다만 운영방식에 있어선 전혀 다른 분위기다. 가입자를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르다.

미국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는 기존 LTE요금제 가입자가 추가 요금을 내면 5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5G 가입자를 유치한다. 버라이즌 요금제 중 가장 고가인 ‘Get More Unlimited’(겟모어언리미티드) 사용자는 월 90달러(약 10만원)에 10달러(약 1만2000원)만 추가로 지불하면 5G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5G 연결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사용가능한 LTE 데이터도 무제한 제공된다. 무료 서비스도 상당하다. 버라이즌 5G 요금제 가입자는 월 9.99달러(약 1만2000원) 상당의 ‘애플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도 1년 동안 공짜로 즐길 수 있다.

버라이즌은 5G 망이 완전하지 않고 초기 사용자의 혼란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5G 서비스 신청자의 요금에서 첫 세달동안 매월 10달러(약 1만2000원)를 할인해 준다. 사실상 3개월 간 5G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국내 이통사들은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무리한 통신요금 인하는 5G 설비투자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란 게 업계의 입장”이라며 “올해 4조원의 설비투자를 정부에 약속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요금인하를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흥순·박찬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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