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포비아②] 오락가락 보상안, 두번 우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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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 직장인 김우리씨(가명)는 신한은행에서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플루토 FI D-1호’ 펀드에 퇴직금 2억원을 투자했다가 전부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100% 보상’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은행에 갔지만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일부만 선지급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부실펀드를 판매한 은행은 뒷짐을 지는 동안 투자자는 속이 타들어 간다”며 “다른 펀드도 서둘러 100% 보상해달라”고 토로했다.

# 중소기업 사장 박준수씨(가명)은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한 5억원을 돌려준다는 ‘선가지급금 정산 동의서’에 사인하려다 취소했다. ‘신규 민원·고소 및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문구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투자자 반발에 해당 조항을 삭제했으나 박 씨는 “기업은행의 오락가락하는 선보상 안에 분통이 터진다”며 “투자자를 두 번 울리는 보상안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김영찬 기자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선보상에 나섰다. 이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호주 부동산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은행도 선지급을 진행했거나 검토 중이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투자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으나 오락가락하는 보상안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별로 선보상 지급금액이 다른 데다 개별 보상비율을 산출하는 단계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환매 중단된 5조원, 헷갈리는 보상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7월1일까지 환매중단된 사모펀드는 22개로 자산 규모는 5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의 만기가 연장된 지 1년 만에 피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한 펀드는 1조6600억원에 달하며 홍콩계 사모펀드인 젠투파트너스(1조3000억원), 알펜루트자산운용(8800억원), 옵티머스자산운용(5500억원),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4500억원),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1600억원), 디스커버리US핀테크 글로벌(1600억원) 등의 순으로 추산된다.
환매 중단된 펀드가 늘어날수록 투자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손실이 언제 확정될 지 알 수 없는 데다 은행과 증권사가 내놓은 보상안도 일관된 기준이 없어서다.

선지급은 투자자 돈이 수개월 묶일 것을 고려해 원금 일부를 가지급하는 것으로 향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이나 소송에 따라 최종 회수금액이 결정된다. 즉, 분쟁조정비율이 70%보다 낮으면 투자자가 판매사에 일정액을 돌려줘야 하고 높으면 나머지를 회사가 투자자에게 추가 지급한다.

선보상은 판매사가 투자자 피해를 우려해 판매사가 조건 없이 투자금을 일정액 돌려주는 것이다. 소송이나 분쟁조정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신 이를 받아들이면 ‘사적화해’가 성립돼 소송을 걸거나 금감원 민원을 제기할 수 없다. 사적화해는 둘 사이의 사적 계약에 대한 화해를 뜻하기 때문이다.

라임펀드나 디스커버리펀드 등은 은행과 증권사가 손실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선보상 후 차후 손실률이 확정되면 정산을 한다. 우리·신한·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은 라임펀드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30%를 선보상하고 펀드 평가액의 75%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보상안을 마련했다.

기업은행은 투자자에게 50%를 선보상한다. 금감원 분조위를 거쳐 결정된 최종 보상액과 환매 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금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사후 정산한다는 계획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투자한 피해자에게 원금 70% 선지급한다. 기존 ‘소송 불가’ 조건을 떼고 ‘조건 없이 선지급’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의 선지급·선보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모든 선지급·선보상 결정은 금융지주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는 금융지주의 동의하에 이사회에서 자발적 보상을 결정하고 있으나 NH투자증권은 상황이 다르다.

농협금융지주가 최대주주(49.11%)이지만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11.92%), 우리사주(1.5%), 소액주주(44.37%)로 분산됐다. 주주들이 선임한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보상안 결정에 머뭇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에 의한 계약, 투자자 직접 밝혀야


투자자의 반응은 두 가지다. 원금을 조금이라도 받길 원하는 투자자는 보상안을 수용하고 불법판매 증거를 찾아 소송에 나서는 투자자는 보상안을 거절한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의 보상비율을 제각각인 경우 더 높은 보상비율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환매가 중단된 팝펀딩 펀드의 투자자에게 자비스 6호는 손실액의 24.1%, 5호는 24.4%를 보상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옵티머스펀드의 절반도 못 미치는 보상금액에 반발하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서다.

금감원 분조위가 일부 라임펀드에 전액 배상하라고 내세운 민법 제109조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다. 투자자가 착오에 의한 계약을 증명하기 위해선 자산을 투자하는 시기부터 상품에 손실이 있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옵티머스펀드는 안전성이 높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한 뒤 엉뚱한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한 사기사건으로 투자자의 착오에 의한 계약이 아니다.

검찰이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을 구속했지만 이들이 환매중단 사태에 주범이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00% 배상안이 나와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수락하지 않으면 보상금액은 더 늘어나기 어렵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시장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과 부실판매한 판매사들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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