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포비아③] 신뢰 잃은 펀드시장… 시름 깊은 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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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의 모습./사진=뉴스1
[이슈포커스] 지난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실상이 드러날수록 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투자자는 충격을 받고 있다. 일반 투자자는 사모펀드와 공모펀드를 싸잡아 불신 가득한 눈초리로 본다. 자산운용 업계가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자산운용사의 일탈 행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매 중단 사태,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의 시작


지난해 10월 펀드 환매 중단 결정을 시작으로 라임 사태가 커졌다.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1조6679억원(4개 모펀드)에 달한다. 라임운용은 고수익을 추구한다며 의도적으로 수익률을 부풀리고 부실 코스닥기업의 전환사채(CB)를 대량 매입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 특히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 1호)가 미국 운용사의 자산 동결로 전액 손실이 발생했지만 사실을 숨기고 운용해 투자자를 분노케 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라임 사태와 다르다. 투자자산을 잘못 운용해서 벌어진 부실이 아니라 펀드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단계부터 사기 의혹이 짙다는 평가다. 옵티머스 펀드는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안정성을 내세웠다. 투자위험등급 5등급(저위험) 상품으로 판매됐고 목표 수익률도 연 2.8% 내외로 높지 않았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보다는 안전성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주로 가입했다. 만기도 6개월에서 1년 미만의 상품이라 투자 부담도 덜했다.

하지만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비상장 부동산 개발 기업의 부실 사모사채와 사업권에 투자해 피해를 키웠다. 옵티머스운용이 수탁기관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의 눈을 피해 투자 서류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판매사인 대형증권사도 옵티머스 펀드가 상환 연기 방침을 통보한 뒤에서야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6월17일부터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규모는 1000억원을 넘는다.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5월말 기준 펀드 설정 잔액 5172억원 중 2700억원에 대해서는 투자처를 밝혔지만 2500억원에 대해서는 투자처를 밝히지 못해 환매 중단 피해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머니S 편집팀



“모든 펀드에 불신 깔려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는 물론 공모펀드까지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모펀드는 수탁기관이 검증을 하고 사모펀드와 비교해서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지만, 일반 투자자는 사모와 공모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펀드로 인식해 모든 펀드에 불신이 깔려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판매사도 지금 같은 분위기에 소극적으로 펀드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사모펀드보다 일반 투자자가 주로 찾는 공모펀드의 피해가 더 커 전반적인 업계 상황이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사모펀드보다 공모펀드의 자금 이탈이 급격하게 이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전체 펀드 설정액(설정원본 기준)은 681조7632억원이다. 5월 말(697조5462억원)보다 15조7829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공모펀드 설정액은 18조7290억원 감소했지만 사모펀드는 오히려 2조9461억원이 증가했다. 업계는 사모펀드 설정액 증가와 관련해서 환매 연기된 펀드 자금이 묶여있어 반영이 안 된 점과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펀드 수요의 증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레포는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조달하고 다시 채권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 방식이다. 거래가 많은 단기 금융채나 CP(기업어음) 등을 매입한 뒤 이를 담보로 국공채를 빌린다. 이후 국공채를 담보로 현금을 조달하고 다시 채권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그나마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 벗어나 있는 레포펀드에 법인 전문투자자 자금이 모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머니S 편집팀



“공모와 사모 특성 분명히 해 펀드 시장 살려야”


자산운용사의 일탈을 사모펀드 전체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흐름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자산운용사의 일탈 행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며 “금융기관이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행 제도에서 수탁기관이나 사무관리기관의 모니터링으로 운용사의 일탈 행위를 감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운용은 수탁기관이나 사무관리기관이 운용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 옵티머스운용은 수탁기관인 하나은행에는 사모채권 매입을 지시하고 규약 내용을 모르는 사무관리기관인 예탁결제원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자료를 제공해 펀드 가치를 산정하도록 했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은 옵티머스운용의 일탈 행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무인 보관함 관리업자’에 비유해 해명했다. 그는 “무인 보관함 물품 목록에 보안 검사를 받지 않은 가방 두 개가 들어가 있는데 나중에 폭발물이 있었다. 이때 세관 검사가 아니라 무인 보관함 관리자한테 왜 제대로 감시를 못 했느냐고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준서 교수는 침체된 펀드 시장을 살릴 방안에 대해서는 공모와 사모 펀드의 색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당연히 공모펀드보다 수익률과 위험도가 높다. 감독당국이 사모펀드를 강하게 규제하게 되면 공모펀드와 비교해서 특색이 없어진다”며 “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들의 영역으로 키워 시장규율을 높이고 자정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하고 사모투자 재간접 공모펀드를 활성화해 일반 투자자들도 사모펀드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진 youn1@mt.co.kr  | twitter facebook

시장 앞에서 항상 겸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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