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기자회견… "4년간 성추행, 피해자 호소 외면말라"(종합)

머니S 안경달 기자|조회수 : 1,411|입력 : 2020.07.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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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혐의 증거물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전 비서 측 법률대리인과 여성단체가 기자회견을 갖고 명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가 4년 동안 위력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집무실에서 고소인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셀카를 찍자'라며 수 차례 사진을 함께 찍었고 이 과정에서 신체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무릎에 멍이 나자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하고 집무실 안에 내실 침대로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접촉을 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의 추행도 일어났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박 시장이 고소인에게 본인 속옷 차림의 사진을 전송하거나 늦은 밤 비밀 대화를 요구, 음란 문자를 발송하는 등 점점 가해 수위가 심각해졌다"라며 "고소인의 부서 변동이 이뤄진 후에도 개인적 연락을 시도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고소인이 시청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된 해결책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고소인이 서울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적이 없으며 "공무원으로 다른 기관에서 일하다가 서울시청에서 연락을 받고 면접 후 비서실 근무 통보를 받았다. 이후 박 시장의 비서로 4년 동안 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 비서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운데) 등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정부와 서울시를 향해 명확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범행 방법 중 하나인 텔레그램 문자와 사진은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친구들이나 알고 지낸 기자에게 보여준 적도 있다"라며 "이 휴대전화를 경찰에 임의제출했고 그 전에 사적으로 포렌식도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이 소장은 "이 사건은 거부나 문제제기를 못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다"라며 "전형적인 직장 내 성추행임에도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 고소를 더 이상 못하는 상황이 됐으나 결코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서울시는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라며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기를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달라"라고 말했다.

고소인은 지난 8일 박 시장을 성폭력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위력추행) 위반 및 형법상의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인과 법률대리인 측은 해당 사실을 박 시장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틑날인 9일 오전 공관을 나간 뒤 10일 오전 0시쯤 숙정문 인근 산책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소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기자회견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