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규제 10년] 대형마트 죽고 전통시장 쓰러지고… 누구도 웃지 못했다

[머니S리포트-유통 규제 10년의 덫①] 헛물켜는 ‘유통발전법’… 규제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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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유통규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다. 대형마트엔 ▲월 2회 의무휴업 ▲새벽 장사 금지 ▲신규 출점 제한 등 다양한 규제가 씌워졌다. 대형마트를 옥죄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자연스레 살아난다는 취지에서다.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또 다시 거론되는 건 규제 법안이다. 더 깊이 추락할 것인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인가. 규제 10년을 맞은 유통가는 다시 두 갈래 길에 섰다.
# 소비자가 대거 몰린 ‘대한민국 동행세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위축 타개를 위해 대대적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대형마트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12일 두 차례나 문을 닫아야 했다. 한 달에 이틀씩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의무 휴업일 규제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배제된 데다 소비 진작을 위한 행사인 만큼 한시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무휴업일인 이날 SSG닷컴 역시 이마트몰 상품을 배송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주문 배송 역시 의무휴업일에는 허용되지 않아서다.

# 마이너스 성장. 대형마트는 최근 3년간 폐점한 점포가 출점 점포 수보다 많다. 매년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오던 롯데마트는 연내 16개 점포를 폐점할 예정이고 일부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실적 악화가 주된 원인. 상황이 이런데도 21대 국회에선 올해 효력이 끝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관련 규제를 앞으로 5년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나왔다. 전통시장으로부터 반경 1㎞ 내 대형마트 등 신규 점포 개설을 규제하는 현행법안을 5년 더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유통 규제' 10년의 덫/ 그래픽=김은옥 기자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채찍질하는 정부가 만들어낸 현주소다. 말이 발전법이지 골목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또 다른 규제만 내놓을 뿐 유통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과거에 적용하던 족쇄는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로만 발전법… 유통업 가로막는 규제




유통 규제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유통법 개정을 기점으로 신규 출점이 막혔다.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 이내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센터 등의 새 점포를 여는 것이 금지됐다.

2년 뒤엔 의무휴업일(월 2회) 지정과 영업시간 규제(오전 0시부터 10시까지)가 생겼다. 유통법 규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월 2일의 공휴일에 의무휴업해야 하고 심야시간대 영업도 할 수 없게 됐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지역 상권과의 상생 의무를 강제한다는 취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일요일 영업 안내문이 걸려있다/사진=뉴스1 DB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 10년동안 유통가 규제는 빠르게 몰아치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쏟아지는 유통법 개정안도 대부분 규제 확대에 맞춰져 있다.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의무휴업일을 복합쇼핑몰, 아웃렛, 면세점 등으로 넓혀 이들의 영업과 출점을 더 강하게 틀어막자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현 시장 상황에 맞도록 기존 규제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실행 중인 유통 규제로 인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데다 새롭게 변화된 유통산업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전통시장도 못 살리고 내수 죽이고




전통시장도 웃지 못했다. 대형마트 영업일수를 제한하면 전통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빗나간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2년 21조원에서 유통규제법안이 통과된 후 2013년 20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대형마트도 1% 안팎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소비는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2019년 기준 소매유통 매출액 중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불과한 반면 2015년 14% 수준이었던 온라인쇼핑 비중은 21.4%로 크게 뛰었다.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이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쇼핑을 향하고 있다는 방증.

소비자 역시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을 이용하기보다는 온라인쇼핑을 이용하거나 다른 날로 구매를 미루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로 대형마트를 꼽은 응답자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은 43%에 달했다.

규제가 오히려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마트 몰락이 가져올 후폭풍이다. 마트가 무너지면 해당 마트 종사자는 물론 마트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사까지 동반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마트 3사 기준 중소납품업체 수는 6800여개, 입점 소상공인 점포수는 60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역시 모두 정책적 보호 대상. 취지와 맞지 않은 또 다른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직도 큰 문제다. 대형마트 한 곳에서 약 400~5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마트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이 정도의 인원이 일자리를 잃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만 성장하는데 아직도 대형마트 규제




추가적인 ‘규제’로 유통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유통규제는 정략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목표 없이 도입된 문제점이 있다”며 “그동안의 효과도 전혀 실증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도 “유통정책이 소비자 후생 중심으로 설계돼야 함에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너무 앞서 대형 유통 규제라는 카드를 쓴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경동시장 전경/사진=장동규 기자
업계에선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발전은커녕 규제에 막혀 현행 유지도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 3사는 외형성장을 멈추고 구조조정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적 악화로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유동성 확보도 시급한 상황. 홈플러스는 3개 점포를 매각해 자산 유동화에 나섰고 롯데마트 역시 올해에만 부실 점포 16개점을 접기로 했다. 이마트도 지난해 서부산점 등 3개점을 폐점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SSM이 지역 상권을 흡수하고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10년 전 사고방식이 다시 회자된다”며 “10년이면 강산이 바뀌고 오프라인의 몰락 속에 온라인 쇼핑몰이 공룡으로 성장했음에도 계속해서 대형마트만 규제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통산업을 유통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의 대결구도로 접근하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엔 ‘보호’, 한쪽엔 ‘규제’라는 딱지를 붙인 게 어느 한쪽도 웃지 못한 채 지금의 동반 몰락을 이끄는 주범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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