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규제 10년] 대형마트 손실 연 4조… 규제없는 식자재마트 '활활'

[머니S리포트-유통 규제 10년의 덫③] 온라인몰·식자재마트는 규제할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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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유통규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다. 대형마트엔 ▲월 2회 의무휴업 ▲새벽 장사 금지 ▲신규 출점 제한 등 다양한 규제가 씌워졌다. 대형마트를 옥죄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자연스레 살아난다는 취지에서다.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또 다시 거론되는 건 규제 법안이다. 더 깊이 추락할 것인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인가. 규제 10년을 맞은 유통가는 다시 두 갈래 길에 섰다.
#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로 인한 매출 손실은 얼마나 될까. 대형마트 3사가 추정한 강제휴무로 인한 일요일 매출 감소분은 1개 점포당 1회 휴무 시 약 3억3000만원이다. 전국 500여개 매장이 연 24회 의무휴업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매출이 연간 3조9600억원 감소하는 셈이다. 대형마트만의 손해가 아니다. 입점업체인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 피해도 크다. 홈플러스의 경우 1개 점포당 입점업체의 매출 피해액은 약 4500만원. 이를 140개 점포로 환산하면 강제휴무 1회당 약 63억원, 연간 1512억원 가량의 매출 피해를 입고 있다. 단순 매출뿐 아니라 농·수·축산물 매입이 줄어들면서 농가 수입 또한 줄어들어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게 대형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폭주한 온라인 쇼핑/사진=뉴스1DB
대형마트가 ‘규제’로 인한 어려움에 허덕이는 반면 지난해 시장 규모가 134조원으로 급성장한 온라인몰이나 최근 골목상권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식자재마트 등은 규제에서 벗어나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365일 24시간 자유롭게 영업하다 보니 성장세도 가파르다.



이커머스·식자재 규제 벗고 ‘훨훨’




특히 ‘가격 검색 서비스’를 내세우며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 등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발생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네이버로 거래액이 20조9249억원에 달했다. 쿠팡이 17조771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16조9772억원으로 3위였다. 이커머스 기업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성장 시계가 더 빨라졌다.

식자재마트도 규제를 피해 몸집을 불리는 조용한 강자다. 식자재 마트는 면적이 3000㎡를 넘지 않으면서 농축수산물 등 각종 식재료를 저렴하게 파는 곳이다. 이곳의 주 고객은 자영업자이지만 일반 소비자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최근엔 이곳에서 식자재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등 다양한 상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포인트 제도뿐 아니라 배달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어 일반 대형마트와 차이점이 없다는 게 업계 종사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실상 대형마트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식자재 마트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영업이 자유롭다. 대형마트가 유통규제로 손발이 묶인 사이 골목상권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사세가 확장된 배경이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중소기업학회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 도입 후 식자재 마트 등 중대형 슈퍼마켓(연 매출 50억원 이상)의 매출 점유율은 크게 늘어난 반면 대형마트와 소규모 슈퍼마켓(연 매출 5억원 미만)은 오히려 감소했다. 점포수 역시 대형 슈퍼마켓이 123.5% 늘어나는 동안 소형 슈퍼마켓은 27.9% 감소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소비자 수요가 대형마트에서 식자재 마트로 옮겨가면서 전통시장을 포함한 영세 슈퍼마켓의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면서 “특정 업태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규제 취지를 살리지 못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새벽·일요일 배송도 자유… 불공정 행위도↑



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 업체는 새벽 배송과 일요일 배송 등 자유로운 배송이 가능한 데 비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시간대에 배송이 불가하다. 고객이 토요일에 제품을 주문하면서 일요일 배송일을 지정하면 마트 의무휴업일 경우 배송이 되지 않는 셈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처음 이 규제가 만들어졌을 2012년 당시엔 온라인 시장이 크지 않았다”며 “온라인 쇼핑 트렌드로 변화하면서 체인스토어협회에서 끊임없이 대형마트의 온라인 규제라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권해석 상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혀 현실 반영이 되지 않은 기울어진 규제”라고 지적했다.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커머스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더 빈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당경쟁으로 거래 이익을 충분히 얻지 못했을 경우 그 부담을 거래상 을의 위치에 있는 납품업체에 전가한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고 거래액이 큰 유통채널에서 이런 불공정 행위가 더 자주 발생한다고 업계는 꼬집었다. 플랫폼 영향력이 클수록 기업은 타사보다 더 좋은 조건에 납품받길 요구하고 업체 입장에서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2019년 유통분야 서면실태 조사’에서도 이 같은 관행이 여실히 드러났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대규모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 관행은 다소 개선된 반면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판매대금 미지급 ▲지연지급 ▲판매장려금 ▲판매촉진비용 전가 등 불공정행위 유형은 증가 추세였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갑질 문제 등 이미 업체에서 자정 노력으로 안되는 부분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 규제조차도 너무 과하면 시장이 위축되기 때문에 완급조절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순기능도 들여다봐야




대형마트의 순기능도 들여다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순 대기업 오프라인 플랫폼이 아닌 입점업체, 소상공인, 자영업자, 농가 등과 어우러져 공존하는 곳이란 설명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물건 파는 상인들만 고려할 게 아니라 관련 중소 농가들, 마트와 연결된 소상공인들에 대한 부분까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대형마트가 고사하면 농가들도 납품할 곳을 잃는다. 10개씩 납품하는 시장보다 이들에겐 1000개, 1만개씩 납품하는 마트가 더 큰 공급처가 될 텐데 이런 순기능도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경기를 할 수 없다. 마트 규제를 풀어주든지 온라인 규제를 동등하게 매겨주든지 조치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규제에 대해선 이제라도 손을 봐야 한다. 온라인 시장이 커진다고 월 2회씩 온라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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